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in wonderland Feb 22. 2016

외국에서의 삶이 좋은 가장 큰 이유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이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외국에서의 삶을 동경합니다. 여유로운 저녁, 자녀들을 위한 더 인간적인 교육, 주변 사람들에게 덜 눈치 보고 살 수 있는 환경, 덜 위계적인 회사 문화... 사실 싱가폴에 왔다가 여기가 싫다고 돌아간 사람들도 허다해요. 홍콩만큼 해프닝이 많은 곳도 아니고, 물가는 비싸고, 특히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을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여기서 싱글로 왔다가 계속 여기 살다가는 싱글로 죽겠다는 위기감에 자발적으로 짐싸서 한국으로 돌아간 분들도 많아요.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어서 4년전 이곳으로 와서 정말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회사에서 일하는거 그닥 재미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개인적으로 다시 태어나도 외국으로 나온 이 선택을 또 하겠다고 한 이유가 있어요. 4년을 싱가폴에서 살면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았던 점을 지난 주 주말에 있었던 일들을 통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홍콩에서 일하는 친한 언니가 싱가폴에 출장을 왔어요. 언니가 수줍게 "나 예쁜 옷 하나 가져왔어."라고 하는걸 보니 토요일 밤을 즐기고 싶은가 봅니다. 저는 보기와는 다르게 유흥을 좋아하지 않아요. 클럽도 안간지 꽤 되었는데, 이렇게 손님이 오면 의무감으로 밤문화를 즐길(싱가폴 밤문화래봐야 재미도 없지만요)준비를 했습니다. Hot place가 업데이트가 안된지 꽤 되어서, 일단 술집이 많은 Boat quay 지역을 갔어요. 슬쩍 돌아다니면서 보는데 영~ 재미가 없어보입니다. 그러다가 강 건너편에서 '둠치 둠치 둠둠둠둠' 하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리고 꽤 사람들이 꽉 차있는 야외 클럽이 눈에 들어왔어요. 


'언니야, 저기를 가보자.'



입구에서 아무도 막아서는 이가 없길래,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여기 아무래도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키 큰 언니들이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처럼 입고, 날개까지 걸치고 있는데다가, 사람들이 다들 드레스를 입고 있었어요. 


우리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채고, 바 쪽으로가서 메뉴판을 열어보았더니, 이건 어떤 부부의 wedding anniversary 파티였던 것입니다. 즉, Private party인거죠. 메뉴판에는 공짜로 제공되는 샴페인, 와인, 양주등의 메뉴가 나와 있었고, 물론 게스트들에게 돈은 받지 않습니다. 그 밖에 다양한 부페 음식들이 즐비해 있었어요. 


'어떤 부잣집에서 곳간을 풀어 인심을 쓴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열심히 저 부부를 축하해주자!'


라는 가난한 나그네 마음으로 거기 좀 머물러서 신세를 지기로 합니다. 뭐, 들여보내준건 그들이니까요! 


조용히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가려고 조용히, 그러나 과감하고 정열적으로 볶음밥을 먹고 있는데, 제가 볶음밥을 너무 맛있게 먹고 있었어서 그 정체가 궁금했던지 어떤 아저씨가 "당신이 먹고 있는게 뭐요?"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이것은 볶음밥입니다." 라고 말을 해주고, 숨길 수 없는 네트워킹 퀸의 본능이 스물스물 올라와 말을 걸게 됩니다.


"By the way, I am Alice."


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습니다. 

사실 네트워킹 이벤트를 가면, 가장 중요한 일이 눈을 쳐다보고 웃으며 악수를 건네고 자기 이름을 말하고,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겁니다. 그러면 60%는 일 해결이에요. 그런데 그걸 안하고 멀뚱멀뚱 바쁜척을 하며 혼자 서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쑥스러운거겠지요.


그렇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가장 무서운 질문을 제게 했지요.


"How do you know XX & YY?"


저는 웃으며, "I don't know them directly but we have mutual friends (그 뮤츄얼 프랜드가 당신이 될 수 있지요.), and you?"라고 대답했어요. 그리고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아저씨는 10년동안 의사였지만, 지난 10년은 창업을 했었고, 지금은 헬스케어쪽 IT software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고,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마침 다음달에 한국에 솔루션을 런칭할거라고 말합니다. 제가 링크드인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니까, 꼭 더 얘기하고 싶다면서 네임카드를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서로를 링크드인에서 connection으로 등록하고 조만간 캐치업을 하자고 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저씨의 프로필을 보니까 10년 의사생활을 하면서 IT관련 회사 창업을 했고 그 회사를 성공적으로 팔고, 그 후에는 본격적으로 의사 생활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창업해서, 또 성공적으로 다른 회사에 팔고, 그 이후에는 각종 벤처에 투자자로 그리고 또 다른 헬스케어쪽 회사를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경력을 가진 분이었어요. 조만간 제대로 만나서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그 밖에, 거기 있는 다른 분들과도 얘기를 했는데, 인도에서 이커머스를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죠. 정말 재밌었어요! 대화를 하면서 그 파티는 인도에서 제약쪽으로 유명한 부자집안이 주최한거란걸 알게 되었어요. 파티를 재밌게 즐기고, 정체가 탄로나기 전 유유히 나와서 다른 클럽으로 행진했습니다. 


   



또 다른 일은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제가 지난 주 수요일에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 사람을 만났어요. 저랑 동갑인 사람인데, 늘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든 어찌저찌, 여차저차해서 '점심한번 먹자'하고 만나게 되었지요. 브런치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저의 이란을 향한 관심을 잘 아실거에요. 저는 중동, 그중에서도 이란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아프가니스탄 사람이라니.. 궁금해서 만났지요. 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뭐라도 할 수 있는게 있나 궁금해서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제가 이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 뭘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어요. 



이러한 첫만남은 일종의 '씨를 뿌리는' 과정입니다. 서로의 관심사를 알려주고, 그 사람의 뇌에 나를 각인시키는거죠. 그 씨앗이 독특하고 흥미로울 수록 좋습니다.
네트워킹에서 첫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더 알고 싶은 흥미로운 사람'으로
포지셔닝 시키는 것입니다. 너무 패를 많이 보여줘서도 안돼요.  


그래서 너무 복잡하게 알려주면 기억하기가 힘듭니다. 사람에 따라 저는 어필하는 부분이 다른데, 이 사람에게는 저는 '앨리스 = 이란(Iran)' 이런식으로 포지셔닝을 해줬었어요. 얘는 헤지펀드 관련한 일을 하고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얘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저 친구가 테이블에 어떤걸 가져올 수 있을지, 저는 어떤걸 가져올 수 있을지, 언제 어떻게 뭔가를 하게 될지 저는 아직 모르지요. 




외국에서의 삶은 저에게 Wonderland에 있는 앨리스와 같은 삶을 살게 합니다.
마치 일상에서 벗어나 토끼굴에 들어온 소녀처럼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훨씬 다양해지고, 제가 할 수 있는 경험들이 훨씬 다양해집니다. 그건 분명 한국에서는 좀처럼 얻기 어려웠던 기회들이에요. 그래도 4년씩이나 여기 있다보면 토끼굴도 일상이 되긴 합니다만.. 아직도 모험의 기회는 더 많지요.

  

그리고 분명한건 저에게 이런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제가 다니는 회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는 제 잠재력과 진짜 재능을 끌어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왜 회사가 필연적으로 그런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는지도 이해가 갑니다. 특히 HR 관련 일들을 경험하면서, 회사는 딱 그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나의 스킬과 시간을 월급을 주고 산다(buy)는 교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자아실현에 관해서는 회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점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점은 '회사 밖에서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모험의 기회가 주어지는가?'인데, 저는 이점은 명백하게 싱가폴처럼 다양한 국적,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에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말이라서 사진을 찍었어요. 


"Life is not measured by the number of breaths we take, but by the number of moments that take our breath away." 


Moments that take my breath away.. 이 순간들을 제가 20년 넘게 자라난 땅이 아닌, 미지의 땅에서 더 많이 마주하기 때문에 저는 오늘도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 아직 가지 않은 곳, 아직 하지 않은 일을 기대하고 삽니다. 


아, 피곤한 삶을 사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