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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Feb 21. 2018

여기, 진짜 원더우먼이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FreeAhedTamimi

여기, 비록 국내 뉴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지만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16세의 한 소녀가 있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Ahed Tamimi이고, 팔레스타인의 아이입니다. 많은 유명인들의 상징적인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Jim Fitzpatrick는 이 아이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썼죠. "There is a Real Wonder Woman(여기 진짜 원더우먼이 있다).' 진짜 원더우먼, 혹은 잔다르크로라고도 불리는 이 아이와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고등학교때 세계사 수업에서 '다양한 분쟁지역'의 분쟁지역 중 하나로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을 배우고 난 이후로 그 일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영국이 세계 1차대전 발발 후, 밸푸어 선언을 통해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국가 건설을 약속하고 또 동시에 맥마흔 - 후세인 협정을 통해 아랍국가들에게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국가의 건설을 약속했고, 동시에 뒤에서는 그 지역을 프랑스, 러시아 제국과 나눠먹으려 한 3중 계약을 맺었던 것이 오늘날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흔한 제국주의, 식문주의의 잔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거죠. 어느 나라든 적폐가 하나 둘 씩은 있는거겠죠.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알아봤다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팔레스타인은 식민개척, 정착형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가 일어나고 있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지역입니다. 식민개척이라고 한다면 아주 오래전 얘기같죠. 스페인의 함대가 잉카제국을 멸망시켰을 때나, 미국에서 정착민들이었던 원주민들을 몰아낸 일, 영국이 호주에서,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그 사건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미대륙에서 원주민들을 다 몰아내고 죽였던 것처럼 같은 일이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날겁니다. 현재 그 지역의 인구 비율로 팔레스타인계 아랍인들이 83% 그리고 이스라엘 유대계가 17%임에도 불구하고 한 민족이 사라지게 되겠죠. 



이 지도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지도입니다. 두번째 지도가 UN이 중재해서 정해놓은 이스라엘(흰색)과 팔레스타인(초록색) 사이의 땅이에요. 멀쩡한 남의 땅을 나눠서 준것도 억울한데, 이렇게 나눠서 사용하자고 약속을 해놓고, 1949년 Nakba (나크바)가 일어납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은 강제로 추방시킨 일을 말해요. 당시 140만의 팔레스타인 인구 가운데 70만~80만 명이 추방당하고 재산을 잃게됩니다. 나크바 기간 동안 이스라엘 민병조직에 의한 최소 1만 5천 명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이 자행되었으며, 1,300곳의 팔레스타인 도시와 마을 가운데 531곳이 파괴되어 지도에서 사라졌어요. 이런 큰 사건도 있었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이후로 몇십년에 걸쳐 꾸준히 이스라엘이 땅을 넓혀온거에요. 


이스라엘 정부에서 주거지역, 농작지, 산업단지 등 각종 development project를 팔레스타인의 영토내에 합니다. 아파트도 짓고, 농작지도 만들어놓고 그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줘가며 점점 옮기는거에요. 그러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기로 가서 살면서 자리를 내립니다. 거기에 원래 살고 있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황당한거죠. 대대손손 선조로부터 내려오던 땅인데, 이게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우리가 경작해왔던 땅이라고 문서를 가져가도, 이스라엘에서는 그 땅의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고, 자기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살게하니까요.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땅에 들어와서 한번 살기 시작하면, 이어서 이스라엘 군대와 경찰이 자기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 땅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점점 정착민들을 몰아내요. 그리고 끝내 불법적으로 그 땅을 점거하게 됩니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가 네번째 지도에요. 


그리고 여기 아헤드 타미미 (Ahed Tamimi)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며칠 전 한밤중이었습니다. 군인들이 우리집에 들이닥쳐 열여섯 살 먹은 제 딸아이를 끌고 갔습니다. 지금 이 아이는 추운 감옥 안에 갇혀 있습니다. 

2월 6일이면 제 딸은 재판에 넘겨집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사법정에서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사건의 99%가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아이라도 예외 없이요. 법정에서 마주쳤을 때, 딸아이는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었습니다.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고통스러운 표정이었죠. 저는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제가 굳건해야 딸아이도 견딜 수 있을 테니까요.

아헤드가 한밤중에 끌려간 건 이스라엘 군인의 뺨을 때렸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촌동생이 이스라엘 군인이 쏜 고무탄을 얼굴에 맞고 두개골이 함몰된 뒤였죠. 하지만 그들은 총에 맞은 아이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제 딸에게만 열두 가지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2000년 이래 1만 2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체포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공정한 재판 없이 군감옥에 던져져서는 안 된다는 데 모두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어느 편에 서 있든지요.


아헤드 타미미는 2001년 생으로 팔레스타인의 오른쪽 부분 West Bank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어요. 이 가족은 1600년대부터 이곳에 살았었죠.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처럼 타미미의 가족들도 이 지역으로 거주해오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많은 대치를 겪습니다. 특히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시위를 했는데, 대대손손 아헤드 가족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점거한 관개수로 지역의 부당함에 대해서였죠. 아헤드의 가족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 지역에 건축물을 세우고자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이스라엘 기관은 번번히 승인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 지역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요. 많은 시위가 있었고 그때마다 이스라엘 군대가 최루탄, 스컹크 액체, 물대포등을 사용해서 진압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때로는 고무탄, 실탄등을 사용합니다. 3명의 주민은 죽음을 당했고, 몇 명의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게 되었죠. 아헤드의 삼촌도 사망자 중에 있었죠. 


그리고 작년 12월, 아헤드는 집으로 들어온 이스라엘 군인의 뺨을 때립니다. 14살이었던 아헤드의 사촌동생이 두개골에 고무탄을 맞은 직후였죠. 군인들은 집안에 최루탄을 발사했고, 창문은 깨졌죠. 무서워서 기절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이 순간에, 이 16세의 소녀는 용감하게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방어했어요. 이스라엘 군인의 앞으로 가 뺨을 때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헤드는 12가지의 혐의를 받고 2월 6일 이스라엘 군사법정에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스라엘은 미디어가 이 재판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보도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어쩌면 아헤드는 10년이 넘는 형을 선고받을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아동구금으로 많은 국제 기구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https://avaazpress.s3.amazonaws.com/Child+Detention+Fact+Sheet_FINAL_KO.pdf

머리에 고무탄을 맞고 코마상태에 빠졌다가 수술 후 회복한 아헤드의 사촌동생


21세기에, 소셜 네트워크가 이렇게 발전해있는 이 시대에 이런 일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하나에요. 


이스라엘이 미국을 든든한 빽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치에 특히 미국의 국제관계와 관련한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국가가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거든요. 저는 궁금해서 찾아볼 수 밖에 없었어요. 미국은 왜 그렇게 이스라엘을 감싸고 도는가? 



미국은 왜 이스라엘을 감싸고 도는가?


하나는 이스라엘의 위치가 미국이 중동을 컨트롤하는데 중요한 군사전략적 요충지라는 겁니다. 중동은 미국에게 자원밭이라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물론 터키, 카타르, 이집트, 쿠웨이트, 사우디 아라비아의 정부를 미국은 동맹국으로 두고 있습니다 (정부를 동맹국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모두 독재국가기 때문이죠. 그것이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동맹국들은 결국 아랍국들이고 행여 아랍의 봄처럼 진정한 민주주의 열풍이라도 일어나면, 혹여 아랍의 주권은 아랍이 갖자는 자주적인 운동이라도 일어나면 미국은 난감해집니다. 특히 아랍권이라는 의식이 높아져서 이 국가들이 아랍이라는 이름아래로 하나로 뭉치면 (특히 이란처럼 뿌리가 튼튼한 나라는 정말 아랍국가를 하나로 모으는 맹주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죠), 미국이 자원정책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까 아랍국가의 스파이인 이스라엘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겁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국가산업중 하나가 첨단테크의 밀리터리 산업이니까요. 그래서 이스라엘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도 질문이 생기더라구요. 무기들이 첨단기술로 발전하는데 아직도 지정학적 위치가 그렇게 중요할까?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모릅니다.) 


결론은 그렇다입니다. 


거리가 먼 곳에서 전쟁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거리에서 계속 전쟁을 하는게 무리라고요. 그래서 미국이 전 세계의 어느 지역이든 자국의 군대가 있는 주둔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구요. 


여담이지만, 그것이 중국이 우리나라에 싸드미사일을 설치할 때 대분노를 했던 이유라고 합니다. 천조국, 천조국 농담처럼 말하지만 미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은 독보적 넘버원으로 2위부터 9위까지의 지출액은 합쳐야 비교가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전략은 방어에 몰빵하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단연 중국이 방어를 하고 싶은 견제국가는 미국이겠죠. 그래서 우리나라에 싸드를 설치했을 때는 그것이 방어 미사일이고 나발이고 가장 견제하는 그 나라의 무기가 바로 코 밑에 오게 된거니까요. 중국의 지도를 보면 중국은 우로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일본 그리고 좌로는 역시 동맹국인 스탄 시리즈 국가들과 인도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은 바로 이해관계가 닿아있는 나라가 하나 있죠. 대만. 중국은 대만을 자기 나라로 생각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혹여 전쟁이라도 일으킨다면 바로 대만을 도우러 가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거든요. 그런 민감한 상황속에 싸드 미사일 설치는 중국 정부를 분노하게 했던 것이죠.

2016년 각 나라의 국방비 지출표 NYT출처


본론으로 돌아가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감싸고 도는 두번째 이유는 미국내의 유대인 그룹의 엄청난 로비력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에는 크고 작은 유대인 로비단체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단체는 AIPAC이라는 단체가 있어요. 정치인 한 사람쯤은 정치 커리어를 끝내게 할 수 있는 엄청나게 경제계, 미디어쪽의 영향력이 강하고, 집단이 똘똘뭉쳐 움직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 특히 그들을 대변하는 미국계 유대인과 안좋은 관계에 서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깨어있는 유대인들은 유대인들이 더욱 나서서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아무리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지지를 받아도, 쥐도새도 모르게 지도에서 사라져갈 수 밖에 없는 일이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무엇이냐? 팔레스타인 관련한 기사를 볼때마다 나오는 것이 일원국가 (두 국가를 합쳐서 하나의 국가를 만들거나) 아니면 이원국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따로 유지하고 두개의 국가가 되는) 둘중에 하나입니다. 저명한 학자들은 지금 이 판국에 와서는 일원국가가 답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1947년에 UN이 나누어 놓은대로 땅을 냅뒀다면 이게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영토의 각종 물이 지나가는 시설을 점유하고, 마을 사이에 고속도로를 놓아서 마을을 갈라 놓고, 그 중심에 자신들의 정착지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Tribe, 부족형태로만 존재하도록 하는거에요. 한 민족은 부족이 되고, 그 부족은 점점 작아지고 결국 사라지게 되겠죠. 


일원국가가 되면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법을 집행받고 투표권을 받게 될텐데요, 이스라엘은 단일 민족, 단일 종교, 그것도 선택받은 민족의 국가를 원하기 때문에 이걸 절대 수락하지 않을것이고 아마 끝내 이원국가를 주창하면서 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고 그 땅을 차지하는 플랜을 몇십년에 걸쳐 끝내 해내려고 하려는 기세입니다. 그런 상황에 저항해서 나온 것이 하마스(가자지역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합법정부), 헤즈볼라같은 임시 정부들이죠. 그리고 미국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합니다. (그렇다고 결코 하마스를 지지하는건 아닙니다. 그들도 결코 선한 집단은 아니죠.)



이런 복잡한 문제에 '종교가 나쁘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미개한 사람들이 잘못된 신을 믿어서 생기는 불행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링크드인으로 친구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에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지역은 하루에 세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아껴 친구가 가끔 쪽지를 보냅니다. 아헤드 타미미에 대해서 쓰고,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알려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나름 복잡한 외교문제가 있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알아주어서 고맙습니다.


#FreeAhedTam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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