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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Apr 01. 2018

아티스트처럼 창조적으로 살기

the Artist's way라는 책을 읽고

어떻게 살고싶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 아티스트처럼 살고 싶다고 답하곤 했다. 음악이나 미적 재능이 딱히 있는게 아니어서, 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은 없지만, 자유롭게 창조하면서 살고 싶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창조의 툴(그림, 작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다루는 재능이 없어도, 창조적으로 살 수 있을까? 


2년도 전 겨울, 나는 뉴욕 5번가에 있는 루미의 집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로 머물고 있었다. 이란계라면 피할 수 없는 탈모가 진행되고 있던 그는, 집안에서도 중절모를 쓰고 절대 벗지 않는 폼생폼사 아티스트였다. 앨범도 두개나 낸. 아무리 발에 치이게 많은 것이 뉴욕의 아티스트라지만, 뉴욕의 아티스트의 삶이 궁금했던 나는 루미와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었다. 얘기하던 중 그가 강.력.추.천.한 책이 있는데, 바로 <the ARTIST's WAY, A spritiual path to higher creativity>란 책이었다. 워낙 강!추!를 해서 바로 다음 날 서점으로 가서 책을 샀었다. 그러나 영어 원서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2년간 책장을 고이 차지하기만 했던 이 책이 왠지모르게 갑자기 땡겨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출간된 지 10년도 지난 이 책은, 소설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하고, 시나리오 작가이면서도 작곡가, 영화 감독까지 했던 뉴욕에 사는 줄리아 카메론이란 여자가 쓴 창조적인 삶을 위한 워크샵 안내서다. 스스로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던 아티스트인 그녀는 어느날 길을 걷다가 'Calling', 부르심을 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모든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슬럼프에 빠진 아티스트들을(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blocked artists, 창조의 에너지가 막힌 아티스트) 가르치고 도와야 한다는 콜링이었다. 그 후로 그녀는 많은 아티스트,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다시 창조의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고 성공했다고 한다.


내가 책에 더 빠져들게 된 시점은 그녀가 창조력을 보는 관점 부분이었다. 부제가 A spritual path to higher creativity라서 그랬던가? 그녀가 창조력(creativity)를 보는 관점은 내가 많은 영적 구루들에게 배워온 관점과 비슷했다. 내가 공감했던 그녀가 말하는 Creativity의 몇가지 관점은 이랬다.


BASIC PRINCIPLES

1. 창조력은 삶의 자연스러운 질서다. 삶은 에너지다: 순수한 창의적 에너지

2.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창조의 힘은 우리 삶의 모든곳에 숨어있다 - 우리 스스로도 포함해서

3. 창조력은 신의 선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창조적으로 되는 것은 그 선물을 다시 신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4. 창조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우리의 본성과는 반대된다.

5. 우리의 창조적인 꿈과 열망은 신성한 원천에서 온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창조의 꿈에 다가가는 것은, 신에게 다가가는 것과 같다. 


언뜻 들으면 너무 거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베이스는 우리 모두가 창조력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아티스트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페르시아의 시인 잘라루딘 루미는 이렇게 말했다. 


"Insde you there's an artist you don't know about... Say yes quickly, if you know, if you've known it from before the beginning of the universe.

(당신의 안에는 스스로도 모르는 아티스트가 있다...당신은 그 사실을 우주의 시작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책은 12주의 구체적인 워크샵을 제시한다. 그런데 12주의 워크샵을 다 하지 않더라도 그녀가 제시한 두가지 툴이 워낙 파워풀해서 이 두가지를 충실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볼 수 있을것 같다. 하나는 Morning Pages 다른 하나는 Artist date이다. 난 이걸 4월 1일부터 산뜻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필이면 산뜻하게 2nd Quarter의 첫날이네. 뷰리풀!



Morning page

모닝 페이지는 매일 아침, 일주일에서 7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으로 쓰는 3페이지짜리의 글이다. 내용은 정말 아/무/거/나이다. 만약 할말이 없다면 "나는 쓸말이 하나도 없다... 아무말도 생각이 안나네..."여도 상관없다. 모닝 페이지에는 잘못하는 것, 실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말이 안되는 문장이어도 상관없으니 3페이지를 꽉 채우는 것이다. 아침에 짜증나는 일이든, 회사를 가기 싫은 불만이든, 하루의 기대감이든 그 어떤 것이든 써내려가면서 나와 나의 창조력 사이에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Just get it on th epage. 


창조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한 아티스드로서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자비없이 비판적이다. 꽤나 자기가 하는일에 성공적인 사람도 우리는 항상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우리 자기안에 내자화된 완벽주의자의 희생량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걸 'the Censor', 즉 검열관이라고 불렀다. 와우! 굉장한 인사이트였다. 내가 창의적이기를 막는 것은 내 안의 검열관이다. 그리고 모닝페이지는 내 생각 속의 검열관을 밀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것에 의하면 논리 두뇌 (logic brain)은 우리의 검열관이고,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검토한 생각이다. 만약 오리지널한 어떤 생각을 마딱드리면 우리의 논리두뇌는 "이건 뭔 개소리야?"라고 말할 것이다.


반면 아티스트 두뇌는 우리 안의 발명가이고, 아이이다. 얘는 주로 "오, 그거 꽤 괜찮은데?"라고 말할것이다. 


몇몇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곳에서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오전 10시까지만 출근하면 되는 나는 아침에 한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아주 더럽고, 말도 안될 수 도 있고, 은밀할 수도 있고, 병신같을 수도 있는 3장짜리 모닝 페이퍼를 써보려고 한다. 오늘도 썼는데, 나도 모르게 아무데서도 못할 말이 술술나오더라. 필립이 한국어를 읽을 줄 몰라서 이걸 못읽는 것이 다행이었다. 아! 모닝페이퍼에서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엔간하면 쓰고나면 종이를 찢어서 다른데에 따로 보관하고 읽지 말라는 것이다. 다시 읽거나 검토하지 말란 것이 중요하다. 그냥 생각과 언어를 쏟아내고 다른데에 보관하자.


Artist Date

아티스트 데이트는 예컨데, 자기 스스로와의 데이트라고 보면 된다. 아티스트 데이트는 매주 두시간 정도(혹은 더 길면 좋고!)를 내안의 어린 아티스트를 양육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건 반드시 혼자 해야 한다. 우리 안의 아티스트는 어린아이와 같아서 온전한 관심을 쏟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데이트를 해야하는 건 아니다. 혼자 영화를 보러가도 좋고, 골동품 가게에 혼자가도 좋고, 혼자 안가본 길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시간을 정하고 내 안의 어린 아티스트가 뭘 좋아하는지 관찰해보라고 한다.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나는 당김에 쇠뿔 뽑는 건 자신있게 일인자이다 진짜) 나는 오늘 혼자 싱가폴 내셔널 갤러리를 갔다. 그리고 내 안의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곳의 본업이 비록 갤러리이고 20불을 주고 들어왔으나, 그림은 겁나게 재미가 없고 고로 흥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대신 갤러리에서 공짜로 연주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계속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다음 그림을 보러 가기에 바빴다. 그들의 연주를 계속 들으려고 멈춰서는 사람은 많이 없었으나, 나에게는 눈이 시큰할 정도로 좋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단번에 팬이 되어 유튜브 채널을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여자 보컬은 안뽑으십니까'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 안의 어린이도 "음, 그건 오바"라고 하는 것 같아서 더 진행시키지 않았다. 쪼리를 옆에 벗어 놓은채 맨발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는 보컬에 나는 홀딱 반해서 한시간 반을 혼자 앉아서 음악을 들었다.


두번째로 간 곳은 역시 공짜로 진행하는 Tea ceremony 였다. 갤러리와서 그림은 안보고 주변부만 긁는달까? 대나무의 미로를 통과해 중간에 가면 까만 집이 나온다. 전통 일본식 다다미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에서, 4명씩 한팀이 되어 들어가면 호스트가 수박 마차를 내어주는데 (수박쥬스에 마차가루를 탄), 20분동안 호스트와 4명의 게스트가 대화를 하는 것이 퍼포먼스라고 한다. 아티스트는 공간 아티스트로 태국 사람인데, 이 공간이 차로 하나가 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는 것을 의도하여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컨셉에 아주 반해버렸다. 나는 항상 이런걸 좋아했었다. 차, 예술, 감자 농사, 이 모든 것들은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차를 핑계로 서로 모르는 다섯명이 이곳에 모여 얘기를 하고 있다. 호스트의 역할은 이 공간을 제공하고, 차마시러 오라는 이 핑계를 시작했기 때문에 중요하다. 예술은 차와 공간이 아니고, 그 안의 손님들이 만드는 서사이다. 


우리에게 차를 내어주는 분은 아티스트 본인은 아니었고, 공간 아티스트가 디자인해 놓고 간 이 장소에서 이 행위예술의 호스트가 된 자원봉사자라고 했다. 이번 일은 내 안의 아티스트도 막지 않았다. 나는 매주 주말에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꺼이 환영이라고 했고, 난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나왔다. 만약 연락을 주지 않는다면 다다음주쯤 한번 더 가볼 생각이다.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 차 대접을 하며 대화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신난다. 




서론의 마지막으로 줄리아는 우물을 채우고, 연못을 유지하는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아티스트는 본인의 창조적 자원이 바닥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본인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야한다고 했다. 아트는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아트는 많은 경우 고통속에서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고통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손가락을 다치면 온몸의 감각이 그곳에 집중되어서 손가락만 엄청 느껴지는 것처럼! 그녀는 그걸 잃어버린 옛 연인의 목의 곡선이 그토록 아름다웠다는걸 인지하게 되는 것으로 표현했다. 캬. 


아티스트의 두뇌는 감각의 두뇌라고 한다.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촉감으로 느끼고. 이런 것들이 마법의 재료고, 이 마법은 아트의 재료가 된다. 그래서 이런 우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마법을 생각하고, 기쁨을 생각하고, 재미를 생각하라고 한다. 의무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해야할 것을 생각하지말고. 흥미가 가는 것을 하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을 하라. Think Mystery not mastery. 항상 가던길을 버리고 다른길로 가는 것은 우리의 관심을 시각으로 다시 가져온다. 가던길로 가면 핸드폰만 보고도 걸어갈 수 있지만, 모르는 길이라면 의식하며 찾아가야하니까. 그리고 시각은 통찰을 불러온다 (Sight leads to insight).



놀랍게도 이 긴게 이책의 서론이다. 나는 요약에 재능이 없다. 그런데 난 서론에 이 책의 핵심이 거의 다 있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2주의 워크샵은 서론의 이 두가지 툴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습관화 시키고 마일드 스톤을 제공하는 역할인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좋은 책이라 원서의 압박을 이겨내고 끝까지 읽고 실천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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