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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3. 2015

영어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똥구멍이 되지 말자

제가 토익 870의 영어실력으로 변변한 기술없이 싱가폴에 무작정 와서, 간지나게 일하며 살고 있다고 하면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영어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답변부터 드리면, 극복 못했어요.





영어를 어린시절에 습득하지 못한, 네이티브가 아닌 사람이 해외에서 거주한다면 영어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장애입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이 글은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후진 영어로 외국에서 어떻게 일을 하며 살아남았는지에 대한겁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클릭하셨다면, 아마 그대가 좋아하는 글이 아닐겁니다.





그냥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해서 계속 보기로 하셨다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먼저 현실적으로 soft-landing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한국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영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헤드헌팅이란게 사실 인재전문가라기 보다는(그런 분들도 분명 있습니다), 영업직입니다. 회사에 가서 현재 어떤 인재를 찾고 있는지 물어보고 그 회사가 헤드헌터에게 인재를 찾아올 기회를 주면 어찌저찌해서 해당 인재를 찾아서 그 인재가 현재 회사를 떠나 우리 클라이언트 회사로 가도록 설득혹은 기회를 팝니다. 그러면 해당 인재의 연봉의 XX%를 헤드헌터가 받게 되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회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을 때 영어가 많이 필요 없었죠. 회사 내부의 협업도 많이 없기에 회사 내에서도 매니저에게 구두로 보고하고 동료들과 수다떠는 것, 교육받는것 외에는 영어가 아주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 회사들이 찾는 외국인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이주해 한국회사로 입사하게 설득하는 것이 아트에 가까운 영어가 필요로 되는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했냐면요..


대부분 헤드헌터들은 전화하는걸 좋아해요. 왜냐면 대개의 경우 대화가 글보다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저는 외국인 전문가들이랑 대화를 하면, 그들의 영국식 발음은 아름답지만 그것은 마치 음악과 같이 저의 귀를 스칠뿐 저는 못알아 듣겠더라구요. 저도 그들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들도 저를 알아듣지 못하는데 설득은 나발..그래서 저는 글을 이용했습니다.


먼저 저는 한국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업계 전문가분들도 알았죠. 그분들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셔서 불쌍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었습니다. 무슨말이냐면, 클라이언트 회사에 대해 엄청 공부를 했어요. 이 회사가 어떤 비전이 있는지, 어떻게 커나갈 생각인지, 그리고 그게 왜 가능한지 비즈니스 전략적인 포인트들을 잡아냈습니다.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정말 훌륭한 아티클을 하나 썼어요. 왜 이 회사가 사람을 뽑는지, 이것이 얼마나 기회인지 등등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외국인이 그걸 읽으면 정말 솔깃할만큼 재밌는 얘기였죠. 그 완벽한 글을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먼저 보냈습니다.


그거 아세요? 연구 결과가 있는데, B2B sales에서 사람들이 세일즈맨의 피치를 듣기 전에 벌써 60%는 그걸 살지 말지 마음 속 결정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저 완벽한 글로 외국인 전문가들의 마음을 60% 사로잡아 놓은 거죠. 그리고 그 후에 전화를 할 때는, 매니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같이 콜을 들어가고 추가적인 설득을 한거죠.


그런데 제가 후진 영어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더 중요한 기술이 있습니다.


저에게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그 비법을 공개할게요.



이건 이번 년도 4월, 제가 링크드인에서 일하고 있을 때 있었던 일이에요.



2015년 4월의 일기.


이번주 목요일에 근래들어 나를 가장 슬프게했던 일이 있었다.

싱가폴 클라이언트가 나에게 영어 좀 잘쓰라고 충고를 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나에게 트레이닝을 권유할거면, 문법과 스펠링 체크에  신경을 써라. 예를 들면, Mcdonlad 아니고 McDonald's." 라고 말했다. 이게 그 해당 클라이언트에게서 처음 받은 이메일이었고, 친절하게도 내 동료에게도 cc를 해서 제대로 면박을 주었다.


영어는 항상 나에게 의식중에도 무의식중에도 약점이었다. 내가 싱가폴에서 헤드헌팅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클라이언트가 한국회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영어로 클라이언트관련 업무를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리고 2 반을 싱가폴에서 살면서 조금씩 영어에 익숙해졌고, 링크드인에 옮겼을 때는 한국에 의존하는 커리어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가 제일 못하는 직무로 입사를 했다. 나는 프로세스, 오퍼레이션쪽으로는 정말 젬병이지만 그쪽에 있으면 product knowledge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만약 링크드인에 세일즈로 왔다면 연봉이나 내가 회사에서  돋보일수 있는 기회가 많았겠지만 나는 한국을 대상으로만 세일즈를   밖에 없었을 것이다.


6개월 , 새로 하게된 일은 product consultant로 내가 원하던대로 약 90여개의 어카운트 중 한국 어카운트가 20여개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어카운트를 대상으로 일하게 되었다. 원하던대로는 되었지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늘었다. 오죽하면 꿈에서 영어로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문법을 비웃는 꿈도 꿨을 정도니까.. , 한번이지만.


아무튼 친한 친구, 선배의 위로로 마음을 추스렸고 오늘 혼자 저녁을 먹으러 한국 식당에 갔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밥공기를 갖다준다고 하고 15분이 넘도록 밥이 안나왔다.  사이 종업원 3명에게 4번을  밥이 어딨냐고 물었으나 다들 갖다준다는  ,  누구도  밥공기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다.  와중에 한국인 종업원을 발견했고,  밥의 행방을 물었더니 "아직 안나왔나요?" 라고 하고 주방으로 가더니 돌아와서 정말 죄송하지만 밥이 떨어져서 짓고 있는 중이라고 사과를 하면서 혹시 다른 메뉴를 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각종 반찬과 된장찌게 건더기로 배가 부른 상태여서 괜찮다고 했다.  3 정도 후에  지은 밥이 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개 진상을 부리며,
"저기요, 찌게만 먹으면 얼마나 짠지 알아요? 밥이 없으면 처음부터 없다고 하든가" 라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음식점은 돈을 깎아주거나 안받거나 해서 내가 클라이언트한테  쿠사리를 먹어가며  만원을 아낄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대신 나는 "밥이  지어서 맛있네요."라고 말하는 쪽을 택했다. 실제로 밥이 맛있기도 했지만 그편이  정신건강에도 거기있는 사람들 정신건강에도 좋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다.

세상이 나에게 가혹할지언정, 나까지 거기에 상처받아 날카로워지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약점에 너그러운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편이 나에게 좋다.






비밀을 아시겠어요? 헷갈리신다면 일기 하나를 더 공개하겠습니다.




2012년 10월의 일기.


내가 속고 산 것이 있다면 영어는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말이다. 우리 오마니 세대 때나 통한다 그건.

오늘 클라이언트에게 메일을 쓰는데 내가 이렇게 썼다.

"이것은. 우리에게. 예외적인 경우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고 쓴 것을 보내기전에 동료인 Joy에게 보여주었더니, 정말 키보드가 부서질 것만 같은 청명한 소리를 다다닥 내면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고쳐주었다.

"귀사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과 호의의 상징으로 우리의 규정에 예외를 적용했습니다.(^^)"

웃음이 붙어있지 않았는데, 분명히 이걸  사람이 웃고있을  같은 문장이었다. 충격적이었다.

딱 보기에 어려운 문장도 아니고, 모르는 단어 하나 없었지만 문장이 공식적이면서도 친절해졌다.

오늘 처음으로 영어를 잘하려면 마음이나 자세부터 바꿔야하나 생각했었다.


가만보면, 한국 사람들은 일할  엄청 무뚝뚝한 편이다.
나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악물고' 일한다. 그래서 말로 약속한  이상의 퍼포먼스와 결과를 내는  같다. 믿을 만하다.

근데 외국애들, 특히 영어권 애들을 보면 '이를 보이면서' 일한다. 좋은 말을 하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하고. 근데 사람 기분 좋게하고 일을  안할때도 많다. 그래도 서로 웃는 사이니 봐준다.

어떤게 좋으냐면, 일도 열심히하면서 말도 이쁘게 잘하는게 좋은것같다. 그런데 굳이 하면서 인상쓰고 무뚝뚝하게 말할 필요 없지. 어차피 할건데. 회사가 추워서 나는 검은 파카입고 인상쓰며 있는데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


여담인데 뿅뿅이네 교수님이 영어를 못해서 영국에서 박사과정 하실적에 어려움이 많으셨다도 한다. 그때 교수님이  하나만 연습하셨다고 했는데, 바로 '감탄사'.
일단 들으면, 오우 리얼리? 어썸! 그레잇! 이렇게 말하니까 어느새 교수님이 얘기좀 들어달라고 방으로 부르는 애제자가 되어있었다고 했다. 교수님은  분야에서 배우고 배운 사람인데 말대꾸하면서 떠들어대는 제자보다,  앞자리에 앉아 세상에 이런걸 처음봤다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경청하는 학생이 이뻐보이지 않겠냐고.







이번 글의 부주제를 '똥꾸멍이 되지말자'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Don't be an asshole."

제가 여러글에 걸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라, 참지마라라고 하는 건 나에게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참지 말자고 하는겁니다. 강자에게는 강하되, 약자에게는 약해지자. 그런게 멋진사람이잖아요?   


제가 여기서 후진 영어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바로 제가 나이스한 사람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스하고 같이 얘기하고 놀기 좋은 사람이 되면 여기저기 불러주는데가 생기고 그러면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는거죠.



결말이 제 영어만큼 후지다고 생각하셨으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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