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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0. 2015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원하는 것을 얻는 게 힘든게 아니라,  '원하기' 자체가 더 힘들다

2013년 10월, 아직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무렵 회사가 영국 본사로 매니저 연수를 보내주었다. 


이때 있었던 어떤 사건은 나에게 협상에 관한 생각을 바꾸게 해주었다. 그때 썼던 글을 여기에 옮기려고 한다.




이번 영국 여행에서 베드버그(bed bug)에 팔 다리 배 허리 어깨 목을 잔뜩 물려왔다.

아니 선진국에 베드버그가 왠말인가!! 
출처가 어딘지 몰랐다면 그저 억울했을텐데, 회사에서 제공해준 호텔에서 묵던 마지막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새벽에 깨서 새끼 손톱만한 벌레들이 한눈에 약 5마리 정도가 내 침대를 기어다니고 있는걸 발견했었다. 너무 깜짝 놀래서 사진을 찍었었다. 방을 바꿀까도 했지만 어차피 마지막 날이어서 그냥 있었다. 그리고 난 그때까지 베그버그가 뭔줄도 몰랐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몸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온몸에 빨간 자국들이 번지기 시작했다. 원래 베드버그가 잠복기가 4-5일 정도 있기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이 즉각 대처를 못하고 숙소측도 발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나는 번져오는 자국들에 그저 패닉으로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막 보여주고 얘기하고 있는데,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와중
미국인 조나단이 미소를 띄며 흥미롭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걔가 그렇게 웃는거 처음봤다. 

다소 우직한 애라..

내가 조나단에게 
"넌 왜그렇게 계속 웃니?"
하니깐

"미친거 같잖아ㅎㅎ 이건 진짜 미쳤어. " 라고 하며 즐거워 했다.

그리고 나에게

"나라면 클레임을 걸겠어. 호텔이랑 나를 그곳에 묶게한 본사 모두."

사실, 그냥 똥밟았다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조나단의 말은 나에게 inspiration을 주었다.

먼저 본사의 호텔 예약을 잡아줬던 비서에게 연락을 하여 얘기를 했더니 자기가 클레임을 걸겠다고 사진을 보내달라 했다. 내 몸 사진과 내가 호텔에서 찍은 벌레 사진을 보내주었다.

바로 호텔에서 응답이 왔다. 나와 전화를 하고 병원비, 만약 벌레가 딸려왔다면 벌레 퇴치 서비스 비용, 세탁비 등을 지불하기로 했고 회사가낸 호텔 투숙비를 '나에게' 환불해주기로 구두로 약속했다. 내가 알겠다. 내 추후에 이메일을 쓰마 했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로 와서 조나단을 찾아갔다.

"미국인은 핫도그와 햄버거, 그리고 소송에 전문가지? 나좀 도와줘. 어떤 항목들을 청구할 수 있을까?"

조나단은 그 어느때보다 협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즐거워하며 조언을 해주다가 내 메일을 대신 써주고 5번을 검토해주었다. (아마 클라이언트에게 보내는 계약서도 그렇게 자세히 검토하진 않았을거다.)


내가 말한 항목에 mental anguish, 정신적 고통항목을 참고할 것과 pain and suffering을 넣고 이에대한 적절한 호텔의 보상을 기대하며, 병가낸 2 틀치동안 내 임금 등등 조목조목 썼다. 내가 "해당 항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터넷에 리뷰를 올리면 어때?" 라고 제안하니,  그건 블랙메일 수준이라고 빼라고 했다. 이부분도 흥미로웠던 부분인데,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인터넷 리뷰'부터 위협으로 들고 나올텐데, 그보다는 감정과 일을 구분해서 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역시 미국 국민은 누구나 소송과 클레임에 강한것인가..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강하게 나가볼 생각이다. 이게 우는애 떡하나 더준다고 진상을 부려야 뭔가를 얻어내는 세상인것 같다. 공자는 호구되기 십상이다.


이번 건으로 생각한게 있는데 그건 '욕심과 욕망'이다. 겸손이 미덕이 되는 문화권에 살다보니 욕심을 부리거나, 욕망을 표출하거나, 혹은 '나는 당연히 이걸 받아야 하는데'하는 마음을 갖는 걸 지양하도록 교육받아왔다.

그런데 협상을 잘하는 애들과 나같이 잘 못하는 애들을 보면 승부는 협상 기술에서 나는게 아니라 애초에 뭔가를 갖고자하는 욕심/욕망 혹은 '나는 당연히 이걸 받아야해'라는 마음을 누가 더 강하게 갖느냐에서 나는것 같다.

애초에 나는 조나단이 클레임을 걸라고 조언을 해주지 않았으면 아마 협상에 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피해보상 쓸때도 아 뭐 이런거까지? 했는데 그들에게는 그게 당연한거고 욕심을 내는 영역인 것이다.


즉 원하는 것을 얻는 프로세스에서 시작이자 제일 중요한건 다음 두가지다.

1.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안다.

2. 그리고 그걸 강하게 욕심내고 원하거나 당연히 내 몫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희생의 미덕, 예컨데 '에이 뭐 그렇게까지', '내가 좀 참지' 하는 것들은 자기편에게나 베풀자. 
인내는 원하는 것을 얻는 전략 중 하나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인내 자체가 목적이나 행동원칙이 되면 호구가 된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사회에서 하란거 하면서 자기자신의 욕망은 자제하고 감추고 덮어두고 자란 나에게는 욕심을 내는 것, 내 권리에 대해 내가 정의하고 주장하는 것조차도 훈련이 필요한것 같다.

호구에서 bitch로 거듭나, 적에게는 bitch일지언정 내 편을 몽땅 호구로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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