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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Aug 26. 2019

브런치 작가가 된지 3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공개적 글쓰기가 가져다 준 것

  2015년 말, 저는 브런치에 '싱가폴에서 일하는 앨리스'라는 정체성으로 무작정 싱가폴에 와서 직업을 구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어요. 아직 브런치 작가들이 많지 않을 때라, 브런치 팀에서 자주 포털에 제 글을 노출시켜주신 덕분에 금방 구독자가 늘었고, 독자분들과 소통하는 재미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나름* 인기작가도 되고, 운 좋게도 중앙북스와 인연이 닿아 2차 브런치 작가 대상을 수상을 하여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라는 책도 출간을 하게 되었어요. 출간을 했던 시점이 2017년이었으니 저는 운이 좋게 브런치에 연재를 한지 1년만에 인세를 받을 수 있는 작가가 될 기회를 얻었던 것입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때만 해도 이런 건 생각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저에게 가끔 물어봅니다.


"야, 인세로 얼마 벌었냐?"


네. 직장 노예로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남들이 벌고 있는 Passive Income이 얼마나 되는지가 겁나게 궁금합니다. 저도 유튜브로 얼마나 버는지 궁금하니 이해해요. 우리 출판사에서 이런거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말고 겁나게 잘나가는 척을 해야한다고 여러번 말해주었지만, 저는 말을 안했으면 안했지 거짓말은 못합니다. 현 출판업계에서 80%가량의 책들이 1쇄만가고 단종되는 판국에 저는 상위 20% 이상은 들었습니다 (파워당당).


그런데 인세만 받아서는 저같은 고연봉자에게는 한달 월급도 안되요. 사람들은 책 내고 강연뛰고 하면서 기타 수익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저는 계속 싱가포르에 있었으니 강연으로 한 몫 챙겨볼 수도 없었던 거죠. 글 하나를 쓰는데 2 - 3 시간은 족히 들어가는데, 광고도 안붙여주는 이 놈의 플랫폼에 열심히 컨텐츠를 만들어주는 나는 도대체 뭣땀시 이러고 있는가?

 

그래서 첫 책이 나온지 2년도 더 지난 지금, 브런치 작가가 된 것과 책을 출간한 후, 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두괄식 리포트를 겁나게 많이 쓰면서 훈련받은대로 두괄식으로 결론만 말씀드리면, 제가 브런치에서 얻은 가치있는 것은 인세의 형태로 오지 않았어요. 심지어 출간 후 2년간 저는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요. 제가 책 출간 몇 주 전 김칫국을 한 솥을 마시며 고민하길, '내가 책으로 겁나 유명해져서 고국이 나를 부르면 어떡하지? 조국의 미래를 누가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하지않고, 싱가폴을 보라고 하면?! 그럼 난 마지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나?' 했거든요.



  매달 쏟아지는 카드값과 집렌트는 회사님이 꾸준히 내주셨어요. 조국은 아직 저를 그렇게까지 필요로 하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참 ROI 안나오는 일을 했구나, 자기만족이었구나 하고 원대한 꿈의 나래는 접었었지요.   


그런데 브런치 작가가 된지 3년이 넘은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 제 삶에 얼마나 많은 기회와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가 보이더라구요. 돈의 형태로 바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무시하고 있었던겁니다. 제가 얻은 것은 크게 두가지로 귀결되더군요.


첫째, People, people, it's all about people.


8월 둘째주에 5일정도 짧게 한국을 들어갔다가 왔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재밌는 사람들을 다 만나고 싶은데 한명씩 만나기엔 일정이 너무 짧았어요. 다들 말도 잘하고 재밌고 똑똑한 사람들이라 다같이 모여도 서로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다같이 저녁을 먹자고 입국 첫째날 저녁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저녁 7시에 시작한 저녁모임은 새벽 4시까지 이어졌죠... 서로 처음본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들 월요일이란 사실도 까맣게 잊고 달렸고, 많이들 기억이 날아갔어요. 타노스가 손가락 스냅한것마냥, 저포함 절반 넘는 사람들이 그날 기억을 거의 못했을 정도로 재밌게 마시고 놀았거든요.


이게 어떤 자리냐고 하니까, 사람들이 농담처럼 앨리스 팬미팅이라고 했는데, 실은 15명정도 모인 이날 참석한 분들은 모두 제가 팬인 분들이에요. 그만큼 쟁쟁하신 분들이었죠. 가볍게 자기 소개를 할땐 정말 뿌듯했어요. VC부터,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CFO, CMO, 인플루언서, 퀀트 트레이더, 창업가 정말 이 자리에서 바로 회사를 하나 만들어도 끝내주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쟁쟁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던거에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 사람들을 모두 커넥하는 사람은 저인데, 그 사람들에게 저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제 브런치이고, 혹은 제가 각종 소셜미디어에 끄적거렸던 저의 글들이에요.  


이곳에는 제 글을 읽고 실제로 싱가폴에 와서 취업을 해낸 사람도 있었고, 제 브런치를 보고 재밌다고 생각해서 디지털 노마딩을 하던 도중 저에게 연락한 또다른 브런치 인기작가(https://brunch.co.kr/@zechery)도, 저랑 사업을 같이 준비했던 그의 아내도, 모두 제가 공개적으로 글을 썼기때문에 연결 될 수 있었던 멋진 사람들인거에요. 제가 쓴 글을 통해 그 사람들은 저를 알게 되었고, 직접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인이 되거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소개를 부탁하거나 해서 만나게 된거에요.


이 자리에는 없었지만, 그렇게 만나게 되거나 아니면 만났을 때 제 글을 통해 저를 알고 있었기에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어요. 학교나 회사 아니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창구가 적은데, 브런치라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저에게 정말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렇게 친구만 잔뜩 사귀고 끝이냐? 이러면 이제 우리 엄마가 서른을 훌쩍 넘었으니 그만 놀때도 되지 않았겠냐. 너는 한국만 오면 새벽 네시구나. 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모든 기회는 결국 사람을 통해 오거든요. 신이든 유니버스든, 우주의 보이지 않는 손이든 그 모든 기회와 행운과 축복과 동앗줄은 모두 사람을 통해서 오게 됩니다. 얼마전까지는 '아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재밌었다~' 하고 끝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 이상을 별로 바라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지난 6월 말, 넥스트 스텝을 정하지 않은 채, 내 인생을 점검해 보겠다고 퇴사를 한 후, 많은 친구들과 깊고 얕은 관계의 사람들이 저에게 연락을 주었습니다. 자기가 아는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있다고 바로 의사결정권자에게 저를 추천해주거나, 아니면 본인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추천을 해주거나, 그도 아니면 채용 공고를 저에게 막 보내질 않나, 추천인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질않나, 정말 많은 동앗줄들을 저에게 주는거에요. 이때 저는 비로서 경력직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정말 자기 삶에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구나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바로 글쓰기였어요. 저에게 기회를 준 이 많은 사람들은 제 글을 통해 저를 알게 되고, 궁금해하고 만나게 되고, 그렇게 인연이 된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브런치에 꾸준히 쓰지 않아도, 소셜미디어에 단 한줄이라도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견해를 피력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똑똑하고 자기 분야를 잘 알아도, 쓰고 공유하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지식이 아닌것이고 그게 내 역량인줄 아무도 모르는거에요. 기회를 잡고 싶다면, 나를 공유해야해요. 내 생각, 내가 아는 것,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경험하고 배운 것, 이 모든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만 그 모든 것들이 비로서 내것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한 것, 배운 것을 공유하기 위해 브런치에 썼던 글은 결국 제 아이덴티티를 형성했고, 그 덕분에 저의 소셜 커넥션의 경계가 아주아주 넓어졌어요.  



3기 브런치 대상 수상을 하신 용진님(https://brunch.co.kr/@nsung) 과 책 교환식
스타트업계의 아이돌 개이쁜 ㅌㅇ이도 조인




둘째, Make other people's lives better, so it makes my life a better one.


  아까 위에 썼든 중간에 불순한 마음으로 책을 통해 기회가 생겨 못이기는 척 회사에서 나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그 때 빼고는 제가 썼던 대부분의 글들은 제가 경험하고 배운것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되길 바라는 진심을 담은 마음으로 썼어요. 기대한 보답이라고는 뭐 사람들이 하트 눌러주고 댓글달아주면 그저 좋았죠.


3년이 지나고 난 요새도 이메일이든, 소셜미디어든, 다양한 통로로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받아요. 이 책을 통해, 제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구요. 그런데 제가 글을 쓴고 1년 후의 독자후기보다 3년 후의 독자 후기가 더 좋은건, 이제 단순히 제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내용이 아니라,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행동으로 옮긴 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말해주는 내용이 많았단거에요. 단순 책 내용이 공감되고 좋았다가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겼고 이제 자기도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한사람이라도 삶을 더 나아지게 했다면 의미가 있는데, 제가 따로 받은 연락만 100명 가까이되니까, 적어도 100명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기에, 그것은 제가 지금까지 열심히 회사다니며 팔았던 생필품 xx밀리언달러 어치보다 값지게 저에게 남는 것이 되었어요. 제가 담당했던 브랜드는 제가 퇴사하면서 제 손을 떠났지만, 제가 어느 회사에 들어가고 퇴사를 하든 제가 만든 이 이야기들은 저와 함께 남았어요.


두달 전, 링크드인으로 받은 아래 메시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더 많은 분들이 DM을 주셨어요.



그리고 또 다른 분도 DM을 주셨어요.


그리고 퇴사 후 요새 아주 신나게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이 DM을 줘요. 홍콩에서도, 중국에서도, 리스본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독일에서도, 스웨덴에서도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를 알고 있고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초대를 받는 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런 멋진 삶을 사는데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너무 행복한 일이구요.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단하나, 제가 공개적으로 글쓰기를 했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비속어 및 욕도 잔뜩 섞어가며 그날 나에게 일어났던 사건, 느낀 것, 배운것들을 일기처럼 적었을 뿐인데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거에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고있는 모든 분들께 오늘 바로 공개적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마 글을 쓰고 싶은데 미뤄왔던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거에요. 예컨데 이런 생각들일까요?


1. "나는 글을 잘 못써."

저는 논술이나 글쓰기로 상을 탄적이 없어요. 아름다운 형용사를 잔뜩 붙이는 소설이나 시를 쓰지 않는 한 글의 기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이 틀려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 못채구요 (제가 겁나게 틀리거든요), 내 머리에 있는 생각들을 풀어내는 것은 연습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데 그게 저는 글쓰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내 글이 별로라면 그건 내 생각의 깊이가 깊지 않아서이지, 글쓰기 테크닉의 부족은 아니에요. 그래서 글쓰기는 자기 성찰의 수단이지 기교는 아니니까 더더욱 글쓰기를 오늘부터 시작해야해요.


2. "내가 쓰는 글의 내용에 자신이 없어. 내가 정말 맞는걸까?"

고백하자면, 최근 한동안 제 책의 내용을 부끄럽게 생각했었어요. 책을 출간할무렵 다녔던 회사에서 마음고생을 할때는 더더욱 그랬어요. 나 따위가 뭐라고 책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고 조언을 했나, 지금 나도 아직 길을 잃은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책을 썼을 때의 저는 정말 옳았거든요. 그건 그때의 저에게 가장 필요한 답이었어요. 지금 또 다른 삶의 스테이지에 있는 제가 그때의 저에게 조언을 했다면, 그때의 울림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거든요. 모든 순간에 100% 옳은 원칙과 조언은 없어요. 그때의 제 메시지에 더 큰 울림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거고, 지금의 제가 쓰는 또 다른 가치의 메시지에 더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거에요.


같은 이치로 지금 쓰는 글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글일 수 있어요. 공개적 글쓰기를 했을 때, 그 가치를 평가하는 건 그 글을 읽고 도움을 받게 될 사람들이겠죠. 이미 내 손을 떠난 글은 그 나름의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 생각을 글로 쓰고 그걸 공유하는 것 밖에 없어요.  


3.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는데, 몇 달전에 저도 다른 필명으로 브런치 작가 지원했다가 똑 떨어졌어요 ^.^; 연애와 사랑에 대해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처럼 적나라하게 써보려고 익명으로 쓰려고 지원했는데, 브런치 팀에서 고걸 떨구더라구요. 그러면 그걸 브런치 팀이 작가보는 눈이 없다고 비난하냐면, 전혀 아니에요.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처럼 써보겠다고 한 저의 적나라하고 혼란스러운 글은 지금 다시보면 정말 저답지 않은 글이었어요. 행여 작가가 되는데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떨어진 것이 결코 본인이 글을 못써서가 아니라, 혹시 '나답지 않은 글'을 쓰지는 않았는지 체크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는 작가로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글쓰기는 결국 나의 연장선이거든요.



마지막으로, 기록은 정말 중요해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금붕어가 되어서 그때 느꼈던 감정, 교훈, 생각들이 희미해질텐데 사진으로만으로는 불충분해요. 생각과 감정 기분은 휘발성이 강하거든요. 그래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지 않더라도 (가능하면 그렇게 하는게 좋지만), 개인적인 기록은 꼭 하시길 바랍니다. 글쓰기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해줄 좋은 정신 운동이거든요.


PS. 브런치팀 여러분,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주셔서 고마워요. 브런치는 저포함 정말 많은 작가들과 독자들의 삶에 많은 변화와 기회를 주었습니다. 계속 흥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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