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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Sep 19. 2019

당신의 삶을 바꿀 10일간의 침묵 명상 (2)

Day 1 - 콧구멍에 집중해

  새벽 4시에 깨운다는 말은 진정 한치의 거짓이 없더군요. 아직 세상은 깜깜한데, 평화로운 종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꿈인 줄 알았어요. 지난 몇년 간 출근시간이 자유로운 회사에서 다니다 보니 해가 안떴을 때 일어나본 역사가 없거든요.


'아... 내가 진짜 명상하러 들어왔구나. 그리고 오늘은 10일 코스 중 불과 1일이구나 ㅠ'


  저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일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제가 호기심에 이끌릴 때는 더욱더 그래요. 호기심이 앞서게 되면, 실제 이게 어떤 일인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 안해보고 몸을 던지거든요. 이 침묵 명상이 그러했어요. '까짓거, 10일 금방가지'라고 생각하는게 이제 고작 하루 되었는데 이걸 앞으로 어떻게 버티면 좋지 깜깜해진거에요. 아, 난 왜 그랬을까.


그래도 씩씩한 어른답게 침대로 기어들어가지 않고, 저는 새벽 명상을 하기전에 세수와 양치를 하기위해 10명이 쓰는 도미토리 안에 있는 3개 화장실 중 하나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화장실에 있는 배수구에 살구씨인지, 돌맹이인지, 과육과일의 씨 같은 개 두개가 있길래 이게 뭔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 저는 침묵의 룰을 깼어요.


"끼야아아아아아"


그것은 씨앗들이 아니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두마리의 개구리 (아 현기증...)였던겁니다. 아니 무슨 개구리에요? 나한테 어쩌라고? 저는 사람들을 잡고 부들부들 하면서 그들의 팔을 잡아끌어 화장실의 개구리들을 가리켰어요. 그 중 용감한 아주머니 한분이 쓰레받기로 얘네를 밖으로 내놓게 되는데, 그 후에 며칠동안 이 개구리들은 내놓으면 돌아오고 내놓으면 돌아오는 행보를 보였죠.


덕분에 잠은 홀딱깨서 새벽 4시 반부터 명상홀에 가서 지정된 방석에 앉아 아빠다리를 하고 손은 무릎에 내려놓고 눈을 감고 앉았어요. 그리고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오늘 해야할 명상을 안내해줍니다.


"호흡에 집중하세요. 콧구멍을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가만히 지켜보세요. 숨쉬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지말고, 자연스럽게 편안한 상태에서 들숨과 날숨을 가만히 관찰하고 거기에 집중합니다. 들숨에 차가운 공기가 콧구멍으로 들어오고, 날숨에 그보다 살짝 더워진 공기가 콧구멍으로 나가는 것을 느껴보세요. 그저 콧구멍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저게 거의 이날 아침, 점심먹는거 빼고 11시간 가량 한 명상의 전부였어요. 가만히 앉아서 나고 드는 호흡에 집중하는것 그게 다였습니다. 아 물론, 지시사항이 저게 다였단 거지, 저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죠. 다리가 저려서 어쩔줄 모르며 자세를 몇번이고 고쳐앉고, 허리가 아파서 몸도 꼬고, 졸면서 꿈도 꾸고, 졸음과 싸우기도 하고, 졸지 않고 그나마 제 정신일 때는 망상을 했어요. 내가 앞으로 새로 조인하게 될 회사에서 존나게 혁신적인 뭔가를 만들고, 이제 그걸로 컨퍼런스에서 사례로 발표하면 간지가 나겠다. 그리고 그 컨퍼런스에서 쓸 장표를 머릿속으로 구성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저는 스스로를 극혐... 진짜 이따위 쓸데없는 망상이라니.


너무나 간단한 일이지만, 그냥 앉아서 숨에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고작 호흡에 집중을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마음속으로는 '그 다음 단계는 뭐지? 난 빨리 명상을 통해서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데, 이렇게 숨만 쉬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잖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절반 졸고, 절반은 망상을 하며 콧구멍에 집중한 명상의 날은 저물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쉽게 말하지만, 그때는 정말 시간이 너무 안가서 죽는 줄 알았어요. 매번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앉아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나도 안갔거든요. 그나마 망상을 할때는 시간이 쭉쭉 가긴했지만요. 앞으로 어떻게 이게 나아질 건지에 대한 답도 없었어요.   


그리고 오후 8시, 처음으로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의 설명을 들을 시간이 왔어요. 바로 '담화' 시간이었죠. 작은 강의실로 안내를 받고 나면, 한시간이 조금 넘는 영상을 틀어줍니다. 어떤 인도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달하는 영상을 찍은것이었어요. 지금은 고인이 된 그 분의 이름은 고엔카, 이 비파사나 명상 센터를 처음 만든 분이래요. 이 한시간 가량의 영상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명상법과 철학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어요.


Day 1의 담화 (앨리스가 이해한대로. 고엔카 선생님은 말씀을 훨씬 더 잘하십니다):  

요약: 비파사나 명상의 목적 - 왜 호흡이 시작점인가, 우리 마음의 본성이 어떠한지, 그리고 왜 우리는 이렇게 힘든가, 어떻게 하면 그걸 잘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마 첫날은 여러분들에게 아주 힘든 시간이었을거에요.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이렇게 장기간 앉아서 명상만 하는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거고, 또 호흡을 관찰하고 거기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을것이기 때문이죠. 명상법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어떤 명상은 특정 단어나 만트라, 신의 이름을 반복해 부르는 것도 있고, 혹은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면 집중은 훨씬 쉬워지겠지요. 그렇지만 그것들을 금지한 건, 우리의 최종목표가 집중하는 마음이 아니고, 그 보다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마음을 정화해서 평화롭고 자유로운 마음을 얻기 위해 우리는 이런 훈련을 하고 있는겁니다.


  분노라든가 미움, 혹은 심지어는 열정, 원함, 두려움같은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이 생겼을 때, 우리는 불행해집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긴장하고 마음에 응어리가 생깁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도 또 우리는 그런 응어리를 만들죠.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이런 원함과 혐오가 반복되며 우리는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불행은 유감스럽게서 나에게서 끝나지 않아요. 내가 불행하면 그 불행을 우리와 접촉하는 모든 이들에게 퍼뜨리게 됩니다. 이런건 잘 사는게 아니죠.


  우리가 조화롭게, 행복하게 잘 살기위해서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원인을 찾아내야합니다. 그런데 그 원인은 당신의 마음안에 있어요. 그래서 그건 당신 스스로 찾아내야합니다.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은 자기 자신이 갖고 있어요. 몸과 마음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이 명상법은 명백한 몸의 감각에 대해 더 예민해지고 알아차리는 것을 훈련하여 마음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곳까지 경험하고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스스로를 아는것 "Know thyself"는 아주 표면적이고 명백한 것부터 (내 얼굴의 생김새, 누가 때리면 그부분이 아픈것)부터, 아주 미묘한 감각, 그리고 더 미묘한 마음의 진실까지 이 모든 것을 경험해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 더 한발짝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이 우리 자신의 진실에 접근하는 툴로 선택된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아주 표면적인 것만 알고 있어요. 겉모양은 알지만, 몸 안의 장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컨트롤 할 수도 없고, 세포가 우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모르죠. 우리의 몸에 지금 이순간도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생리적, 화학적 작용에 대해서 우린 아무런 이해가 없죠. 명상을 통해 우리는 몰랐던 우리를 알고자 하는겁니다. 그래서 호흡이에요. 호흡은 우리 몸을 통틀어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수도, 무의식적으로 행해질수도, 그리고 의도적으로 바꿀수도, 자동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독특하고 유일한 매개체거든요. 명상법을 훈련할수록 여러분은 몸이든 마음이든 여러분 스스로 몰랐던 스스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될것입니다.


  오늘은 신체적인 측면에서 호흡을 관찰하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아마 여러분들은 호흡이 얼마나 마음과도 관련이 있는지를 눈치 챘을거에요. 어떤 감정과 생각들이 마음에 떠오르면 아마 호흡이 빨라지거나 조금 무거워지는 걸 느꼈나요? 호흡은 몸과 마음을 모두 우리가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음은 어땠나요?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은 야생 원숭이 같죠. 아마 마음이 이리저리 들뛰었을겁니다. 마치 원숭이가 이 나뭇가지를 잡고 저 나뭇가지로 가는 것처럼 마음도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마구 날뛰죠. 그리고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늘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돌아다닙니다. 그것이 마음의 습관이에요. 마음은 현재 이 순간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아요. 물론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그게 현재를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범위 안에서만요. 그러나 이 뿌리깊은 마음의 습관은 그저 현재를 피하기 위해 이 도달할 수 없는 과거와 미래를 방황하고, 그래서 이 야생원숭이 같은 우리 마음은 늘 초조하고 불행한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오로지 현재 이순간에서만 살고 있어요. 우리 콧구멍을 들어오는 이 숨은 아주 표면적이긴하나 그래도 이 순간의 진실이에요. 비록 마음이 여기저기 방황했겠지만, 마음이 방황하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다시 호흡으로 관심을 가져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호흡에 집중했던 시간들이 길지 않아도 그 시간들은 마음의 습관을 바꾸는데 강력하게 작용할거에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좋은 것을 원하는 마음, 싫어하는 것을 배척하려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무의식의 영역까지 고치는 과정을 우리는 시작했어요. 아주 긴 여정이지만 우리는 첫발을 오늘 내딛었어요. 이 일은 아무도 당신을 위해 대신 해줄 수 없어요. 당신 스스로 해야합니다. 당신이 자신 안에 있는 진실을 찾아야하고, 오직 당신만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May all beings be happy!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평안하기를)"




평생 한번도 이렇게 제 관심을 받아본 적없는 콧구멍은 황송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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