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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Sep 18. 2019

당신의 삶을 바꿀 10일간의 침묵 명상

비파사나 (Vipassana) 명상센터에 다녀온 이야기 - 1   

  솔직히 고백할게요. 제가 명상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통속에서 평화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도 아니고, 삶에서 답을 찾고자 했음도 아니었어요.


그것은 명상이 존나 쿨한 것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제 명상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식이 실제로 연습과 습관으로 이어지기까지는 7년이 넘게 걸렸는지도 몰라요. 제가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명상이 갖는 파워풀한 효과에 대해서 많이 피력했거든요. 멀리에서는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가까이에서는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안식년 1년동안 명상센터를 다녀오신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시기도 했구요. 링크드인에 다닐 때도 명상은 단연 쿨한 것이었어요. 임원 중에는 임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임원이 있었는데, 이분이 가끔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트레이닝을 제공하는데 그 핵심은 명상이었거든요. 지금은 구글에 임원으로 가 계시는데, 단순 하루, 이틀 명상 선생님을 불러서 명상 연습을 하는게 아니라 임원 자리를 주고 그걸 회사 문화의 주축으로 삼을만큼 명상은 쿨한 것이었어요. 명상, 요가를 좋아하며 그리고 '난 종교는 없지만, 신의 존재는 느껴' 뭐 이런식으로 말하는 'spirituality' 혹은 'mindfullness'라고 부르는 그 트렌드는 마치 과학과 기술이 (그리고 돈이) 지배하는 실리콘밸리의 정신적 지주, 종교 같은 것이었죠.


  퇴사를 결정할 무렵, 제 주변 사람들이 간증을 하기 시작하며 제 귀에 자꾸 들어온 유행이 '열흘간의 침묵 명상'이라고 불리는 비파사나 명상이었어요. 그들은 명상센터를 들어간지 11일 후에 아주 평온한 얼굴로 나타나서는 "너무 좋았어... 너도 꼭 해봐. 정말 강력하게 추천해..."라고 느리고도 잔잔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어요.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를 쓴 유발 하라리도 10년 넘게 비파사나 명상을 하고 있었고, 트위터의 CEO 잭 도시도 생일을 맞아 이 프로그램을 했다고 트윗을 했다고 간증을 했구요. 그 센터에서 무슨 집단 뽕맞는 현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나름 명상과 spirituality에 지난 7년을 관심을 갖고 지켜본 저는 항상 궁금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이미 휴가를 쓸대로 써서 12일 넘게 휴가를 또 쓰는 것은 어려웠어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회사의 마지막 날이 결정되었을 때, 전 세계에 있는 341개 있는 비파사나 명상 센터중에 자리가 있어서(예약이 차있는 곳이 많아서) 내가 갈 수 있는 어느 센터라도 가겠다고 결심했죠. 그게 홍콩이었어요. 홍콩의 메인 섬이 아니고, 공항이 있는 아무것도 없는 시골같은 그 섬에 비파사나 명상 센터가 있었거든요. 퇴사 후 가장 먼저 챙긴것은 가족들. 가족들과 홍콩 여행을 하고, 그리고 그 다음 제가 바로 갔던 곳이 이 비파사나 명상 센터였어요.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모르는 이 여행의 시작을 여기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친구들의 간증을 통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던 상태여서 더 그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싫어서 일부러 아무 리서치도 하지 않고 갔어요. 비파사나라는 단어의 뜻도 뭔지 모르는 상태였죠.


Day 0.

택시를 타고 산과 호수를 달려 홍콩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만큼 산골짝이에서 내리면, 예쁘지 않게 지어진 아주 평범한 학교같은 건물들의 단지가 나와요. 명상 D-day 1을 시작하기 하루전 오후 5시 전까지 와서 미리 등록을 하고, 규칙에 대해서 안내를 받고, 제가 가진 모든 소지품들을 반납하는 날이었어요.


기본적인 규율:

1) 10일간 완전한 침묵을 유지한다.

2) 내가 온전히 나를 관찰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외부의 것을 차단한다. 그래서 모바일, 책, 랩탑, 심지어는 공책이나 연필들도 모두 보관하는 곳에 맡긴다.

3) 운동, 요가도 허용되지 않는다.

4) 당연히 타인과의 접촉, 특히 서로 다른 성별간의 접촉은 허용되지 않는다.

5) 외부 음식이나, 담배, 술, 약(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도 섭취하지 않을 것.

6) 침대와 명상홀의 좌석, 식당에서 좌석을 배정받고 항상 그 배정받은 곳만 이용할 것.

7) 식사는 물론, 채식입니다. 살생도 안돼요.


10일간의 스케쥴:

오전 4시: 기상 (세상에나...난 클럽에서 이때 집에 들어가본적은 있어도 일어난 적은 없는데)

오전 4시 30분 - 6시 30분: 명상

오전 6시 30분 - 8시: 아침 식사 및 휴식

오전 8시 - 11시: 명상

오전 11시 - 12시: 점심 식사

오후 12시 - 1시: 휴식 및 명상 선생님과 개별 면담 (질문이 있으면)

오후 1시 - 5시: 명상

오후 5시 - 6시: 차 마시는 휴식 (저녁 식사는 없음)

오후 6시 - 7시: 명상

오후 7시 - 8시 15분: 명상법 및 의미에 대한 강의 듣기

오후 8시 15분 -  9시: 명상

오후 9시부터 잘준비, 10시에 소등


즉, 앞으로 10일간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 12시간을 명상 '만' 하는거에요. 이젠 돌이키기엔 전 너무 먼 길을 왔어요. 가오가 있지. 중도 이탈자들도 있긴한데, 전 끝까지 해보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금액:

내 마음대로.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르쳐주는 이 센터에는 가격표가 없어요. 이 센터를 처음 만들었던 고잉카 선생님은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돈이 없어서 이 곳을 못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이 10일 코스는 무료이며,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요. 다만 실제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커버하기 위해서 10일의 코스를 마친 후, 내가 더 행복해지고,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내는거에요. 단 1원도 가치있고, 원하지 않거나 할 수 없으면 단 한푼도 내지 않아도 돼요.   



 침묵은 Day 0부터 이미 시작되었고, 남녀 합쳐서 약 5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어요. 10명이 함께쓰는 기숙사에 모기장이 둘러진 철제로 만든 싱글침대를 배정받았고, 가져온 베게와 이불(이 아니고 이케아에서 나온 식탁보)을 놓았어요. Day0니까 저녁을 줬는데, 벽을 보고 저녁을 먹는 구조였었어요. 옆에 누가 앉았으되, 말도 하지말고, 이왕이면 눈도 안마주치고. 커텐으로 남자 여자 칸을 구분지어놨구요. 간소한 식기도구가 있었고, 반찬 두가지에 밥하나 국하나를 먹을만큼 떠와서 먹는거에요. 식당에는 스뎅 숟가락이 그릇을 긁으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났어요. 그 무렵 홍콩에는 태풍이 온다는 경고가 있어서 비는 주룩주룩 오고 있었고, 입소 전에 가족들을 비행기에 태워보내고 온 저는 가족들이 무사히 도착했는지 안했는지도 알지 못한채로 (다만 혹시 태풍이나 비행기 관련해서 안좋은 뉴스가 있으면 나에게 알려주고 없으면 무소식이 희소식인줄 알고 침묵을 지키겠다고 자원봉사자에게 말해놨어요), 그렇게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좁은 침대에 웅크리고 누웠어요. 불이 꺼지고, 저는 생각했죠.


'나... 여기 온거 실수인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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