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무슨 일을 했지?
난 더이상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결과는 그 어느때보다 좋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코어는 ‘결정’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무수한 결정을 한다.
나는 한때 회사일이 ‘열심히, 열정을 다해, 성과를 내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새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을 보면 그 흔한 장표하나 찍어내지 않는다.
그러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뭐냐면, 다 결정이다.
회사의 목표와 상태를 보고, 어떻게 그 목표에 다다를까 결정을 한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할지, 에이전시를 쓸지, 자체적으로 할지, 어떤 솔루션을 사용할지, 얼마를 투자할지, 이 모든 것이 결정이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도 결정이고, 그 사람에게 얼마 만큼의 일을 줄것인지, 얼마만큼의 자유를 줄것인지도 결정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고, 얼마에 살지 결정하고, 얼마나 홀딩할지, 얼마에 팔지를 결정한다. 버튼은 셀/바이 두개 밖에 없다.
말할 것도 없이, 연애를 할지, 파트너를 둘지 정하는 것도 결정이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할지, 얼마나 함께 같이 성장할지, 그리고 언제 grow apart 할지도 모두 결정이다.
지금 내 삶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꽤 만족스러운데, 내 인생의 몇가지 굉장히 좋은, 큰 결정 덕분이다.
말할 것도 없이, 싱가폴에 무작정 왔던 것은 최고의 결정이었다.
나는 이 미친 결정을 내리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용감하게 행동에 옮긴 것을 평생 스스로에게 고마워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훨씬 강한 사람이지만, 그 때의 어리숙한 나에게 그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으니까. 그 하나의 결정이 정말 많은 것을 바꿨다. 내 커리어를,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 세상, 정말 모든 것을 바꿨다.
그 밖에도 내 인생에 몇가지 좋은 결정이 있었다.
글쓰기를 공개적으로, 혹은 일기의 형태로 혼자 보기위해 쓰는 취미를 가진 것은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 글쓰기는 나의 복잡한 내면의 생각들을 의식의 수면위로 정연하게 끌어올려준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면, 깜짝 놀랄 스스로의 모습들이 나올때가 있다. 나는 내가 화가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스스로에게 “저는 화가 잘 안나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더 잘 aware하기 위해 화를 더 잘내고싶어요.”라고 했었다. 어느 바람이 잘 부는 날, 내 일기 하나에서 시발을 족히 열번은 발견하기까지 말이다. 그 감정이 수면위로 안올라왔을 뿐이지, 나는 대소인배더라.
그리고 공개적인 글쓰기는 나를 소중한 인연들과 맺어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 역시 내가 내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 했기 때문에 만나게 되었으니까. 그 인연들에 나는 너무 감사한다.
그 사람들이 나의 생각을 더 깊게 만들어주었고, 덕분에 나는 또 다른 좋은 결정을 할테니까. 좋은 결정을 해온 사람들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더할나위없이 소중하다. 그 사람들의 사고과정, 에너지, 이 모든 것들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된다.
과거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의 인연을 맺지 않은 것도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 I’m yet to be my best version of myself. 3년전의 나보다, 1년전의 나보다, 4개월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나는 좋다. 나는 나 덕후이지만, 또 나 바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열심히 self-reflection을 하는데, 난 아직도 나에 대해서 발견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나를 발견하고 그 행동을 멈추거나, 그런 나를 받아들이거나, 화해하거나 한다. 나는 변화무쌍한 사람이라, 그 사람들은 그 당시에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었지만, 함께 성장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그때 내 인생에 있었음에, 그리고 우리가 현명하게 grow apart했음에 감사한다.
인생이 이렇게 결정의 연속일진데,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은 결정들을 내릴 수 있을까?
Self-reflection이 핵심인 것 같다.
충분한 awareness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살면서, 과거에 했던 결정들을 복기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나에게 더 맞는 결정을 하도록 계속 노력하는 그 과정속에 삶을 더 잘 사는 미학이 있지 않나 싶다.
두번째는, 의사결정을 할때 내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것이다.
내가 비파사나 침묵 명상 10일을 갔을 때, P&G라는 든든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블랭크 휴식 기간을 가질 때였다. 내가 어떻게 하면 다음 스텝으로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을지 명상 선생님에게 딱 하루 5분 질문할 수 있는 시간에 질문을 했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어떤 guiding principle을 갖고 하면 좋을까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할까요? 임팩트가 더 큰일을 해야할까요? 선한 영향력을 따라가야할까요?”
그때 선생님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명상을 하라고 했었다.
우리가 좋은 결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본능적으로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 내 마음에 혼탁한 감정과 잡생각들이 흙탕물처럼 뿌옇게 가리고 있는게 문제인 것이다. 명상을 통해 내 마음을 잔잔한 호수와 같은 평화로운 상태로 만들면, 내가 어떤 결정을 해야하는지 더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결정의 두번째 키는 그 결정을 내리기 전의 내 마음의 평화와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꽤 좋은 결정들을 해왔다.
앞으로도 더 배우고, 더 나아져서, 계속 좋은 결정들을 해나가고 싶다.
특히 이제부터 얻고 싶은 능력 중 하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을 하는 능력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잘 구하는 것은 큰 장점이었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문제를 잘 끓이고 졸여서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할거다. 여기에는 점쟁이 말을 너무 믿지 않는것도 포함이다.
PS. 어제 아는 애가 MOB 숏스퀴즈 들어간다고 했을때, 걔한테 나도 한 2000불 어치만 사달라고 한것도 결정이었다. 니미럴... 2천불이 뭐냐. 좀 세게 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