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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9. 2015

미국, 스토리텔링, 그리고 세일즈

<저 사진에 있는 남자는 제 남자친구가 아님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어제 미국 대사님의 사택을 다녀왔어요. 이게 대사관인지 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엄청 큰 저택이었습니다. 일종의 소셜라이징 이벤트였어요. Amanda Brown이라는 US Women Business Council의 Exectuive Director가 싱가포르에 방문을 했고, 이분의 양대 미션이 여성과 창업입니다. 미국 여성들이 좀 더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으시죠. 한 50명정도가 초대된 이벤트였어요.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죠. 



 미국 대사관의 직원분과 제 싱가포리안 친구, 저 이렇게 셋이 얘기를 나눌때였어요. 


제 친구: 오늘 주제가 여성과 창업인데, 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거죠?


미국 대사관 직원: 미국에서 조사를 해봤는데, 여성이 창출하는 경제가치가 1.3 trillion 달러입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여성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그리고 미국은 ~~ 이유때문에 창업을 장려하고 ~~ 그리고 일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물어보니까 계속 필요로 하는 것이 소셜라이징의 기회와 멘토링이더라구요 ~~ 줄줄


제 친구: 아니요. 그게 아니라, 왜 미국 대사관이 이런 일을 하냐구요. 무슨 이득이 있냐구요?


미국 대사관 직원: ?



제 친구는 미국의 이득을 대변하기 위해 나와있는 미국 사람들이 왜 전 세계 다른 국적의 사람들을 불러놓고 여성과 창업을 장려하고 있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대사관 직원은 당연히 미국은 (세계의 미국이니) 전 세계의 여성과 창업을 장려해야 하고, 그 선두를 미국이 이끄는 것이 (전 세계를 위해, 그리고 미국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에 질문 자체가 이해가 잘 안되었던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경제를 이끄는 국가지요. 그리고 트랜드를 이끄는 국가입니다. 미국은 전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트랜드를 스토리텔링을 하죠. 어제의 이 아주아주 작은 사건으로부터 미국의 스토리텔링 역량에 대해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양한 컬럼을 통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이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강한 국가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저도 글로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주용하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미국이 그걸 엄청 잘한다는 것에 대해서도요. 2015년 1월에 저는 미국 LA에서 진행되었던 링크드인 세일즈 트레이닝을 2주동안 참여했었습니다. 막상 같은 업무에서 어떤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사용되는걸 봤던 미국 세일즈 트레이닝 경험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링크드인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고객들과 미팅하는 것을 롤플레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CEO, VP같은 아주 중요하고 바쁜 손님들이 저희에게 시간을 내준 것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온 애들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시작합니다. 저쪽은 바쁜 분들이고 우리는 저분들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되니까요. 즉 얼마를 투자하셨고, 어떤 이익이 있었다는 식의 실무적인 이야기, 본론, 숫자, ROI등에 대해서 빠르게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숫자로 가득한 장표들이 이어졌고, Practical했죠. 


그런데, 미국 애들은 "I was in that situation" 혹은 "Imagine!(상상해보세요!)"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 (저는 무슨 마틴루터킹 연설하는 줄 알았네요.) 물론 걔네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긴 했지만 굉장한건 아니었거든요. 우리 클라이언트라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아 그래서 뭐 어쩌라는겁니까?' 라는 반응이 나올법도 한데, 그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에 대해 훨씬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팀은 그 팀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도 준비도 안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며 클라이언트와 대화했던 팀이죠. 많은 자료를 준비한 팀일수록 (롤플레이) 클라이언트의 야유를 받았습니다. 


스토리텔링에서 확실히 우리동네애들(아시아애들)은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우리 매니저도 크게 공감하며 우리가 돌아가면 꼭 향상시켜야 할 능력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마켓 바이 마켓인것 같은게, 사실 한국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건 미국은 개인의 이야기가 중시되고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 능력이 높게 평가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미국 애들의 세일즈 스킬에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이 100만원짜리 A제품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런데 A제품을 사양이 조금 떨어지지만 거의 비슷해서 30만원 정도 싼 B 제품 가격에 달라는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파는 우리 회사의 서비스는 tangible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후려침에 대한 요구가 무던히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평범한 세일즈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드릴 수는 없다. 대신 A 제품이 B 제품에 비해서 왜 더 좋은지 기능들을 설명하면서 A제품에 그 가격이 적당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할거에요. 그런데 여기서 만난 세일즈 애는 "좋아요. Mr 클라이언트. 제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시면, 저도 그 요구에 응하도록 할게요. 페라리 매장에 가셔서, 페라리 스포츠카를 폭스바겐 중형차 가격으로 사와주시겠어요? 그러면 저도 A제품을 B제품 가격에 드릴 수 있을것 같아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이게 영어로 들으면, 딱 호탕하게 웃으면서 오케이오케이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이제 미국애들이 왜 그렇게 스토리텔링을 하는지 짐작이 가시죠?
얘네들은 스토리를 말하면서 제품/서비스에 가치를 더해
더 높은가격에 물건을 팔려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이 중시되는거에요. 


한국에서 자소서에 스토리를 쓰는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꽤 재밌는 스토리들이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기업중에서 이야기를 통해 가치를 부여해 더 높은 가격에 잘 팔고 있는 회사들을 많이 본것 같지는 않아요. 제조업 위주라 그럴 수도 있을것 같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역량이 필요한 서비스를 파는 시장, 3차 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글로벌 호구가 안되려면 스토리텔링을 잘 해낼 수 있는 세일즈맨들의 역할이 중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이런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세일즈맨이 회사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건, 회사직원을 뽑는 기준에서도 알수가 있어요. 우리회사 직원들 이력을 보면, 대학교 안나온 사람들도 꽤 있고 링크드인 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이 수두룩 합니다. 딱히 어떤 회사에서 온 사람을 선호하는것도 아니고, 관련 이력을 크게 보는 것은 아니에요. 정말 많이 보는 역량이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를 얼마나 잘 파는냐입니다. 이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사람인가, 얼마나 잘 이야기를 풀어내는가 하는 것들을 많이보죠. 



PS2. 아 트레이닝 받으면서 제가 또 충격받았던 것 중 하나는 미국애들이 회사에서의 태도입니다. 트레이닝을 받는 2주동안 아침 일찍 트레이닝을 받고 저녁에는 죽도록 놀거든요. 그러면 진짜 겁나 피곤합니다. 그런데 미국애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더라구요. "하우아유?" 하고 물으면 "어썸! 아임 해빙 릴리 굿타임!!! 디스 컴패니 이즈 어메이징!!!!" 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시아에서 익숙한 문화는 '열심히 일해서 죽겠다..' 이거든요. 실제로 너무 많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너무 행복해요!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하는 사람들은 좀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죠. 회사에서도 직원이 너무 행복해보이면 '쟤가 요새 일이 없나? 일을 좀 더 줘볼까?' 할거 같잖아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나는 너무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를 보여줘야만 합니다. 두 문화권은 서로 다른 생존방식을 갖고있죠. 저는 미국애들이 정말 행복해서 그럴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뭘까요?


지쳐서 호텔에 돌아온 저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  재방송을 보다가 무릎을 치며 깨달았습니다. 이게 미국 문화구나!!! 이 동네는 수학 천재가 성공하는 나라가 아니고(수학천재 인도애는 찌질이로 그려지죠...), 더 cool하게 보이는 사람이 성공하는 나라입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돋보이는 나라가 아니고, 더 재밌고, 더 활발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돋보이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새 사는게 똥같다'라는 건 티를 내면 안됩니다. 사는게 똥인 사람 옆에있으면 콩꼬물을 기대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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