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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Dec 21. 2015

백만장자의 첫사랑

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른 스님이라고 예고편을 시작했던 전남친, 랄리 얘기를 계속 해볼게요.  


저에게 청혼을 했던 전 약혼자 랄리는 이란에서 손 꼽는 재벌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처음 랄리를 만났을 때, 저는 얘가 부잣집애일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일본만화 원피스를 좋아하는 저와 코드가 맞는 오타쿠정도로 생각 했었죠. 쟤가 얘가 부자일거라고 처음 생각했던 건, 싱가폴에서 얘네 집에 방문했을 때 였습니다.


랄리는 저보다 두살이 어리고, 그 당시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싱가폴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었거든요. 원래 싱가폴에서 유학하는 학생들 삶이 다들 그러하든 저는 얘가 여러애들과 집을 공유하면서 하숙을 하고 있겠거니 했었어요. 


그런데 자기네 집에 가자고 하면서 기사아저씨한테 오차드로 가자고 하는거에요. 싱가폴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곳은 가장 번화가인 '오차드'라는 지역입니다. 워낙 쇼핑몰들만 있어서 저는 거기에 집이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그리고 택시가 매리어트 호텔과 하야트 호텔 사이에 있는 고급 아파트 앞에 섰는데, 호텔처럼 문을 열어주는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시더라구요. 로비에 들어서서 8층을 눌렀습니다. (6층까지는 고급 백화점이었어요.)


그리고 아래처럼 수영장이 보였죠.


   


이 아파트에는 수영장이 두개 있는데, 하나는 8층에 있는 메인 pool이고, 다른 하나는 옥상에 있는 Sky pool입니다. Sky pool은 마리나베이샌즈처럼되어 있는데, 자쿠지가 있어서 물이 따뜻해요.  



그 이후로 제 삶에서는 꽃보다 남자 실사판이 1년동안 펼쳐졌던거죠. 그러고보니 랄리도 꽃보다 남자 주인공애처럼 머리가 꼽슬이네요. 



랄리네 친할아버지께서는 이란에서 태어나 8살때 고아가 되셨던 분이래요. 그래서 8살때부터 일을 하고 돈을 버셔야 했다고합니다. 그렇지만 사업수완이 좋으셔서 바닥부터 시작해서 큰 돈을 버셨던거죠. 그렇지만 이란의 정권이 왕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바뀌면서 정부가 할아버지의 재산을 몰수하려고 했다고 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정부에게 돈을 갖다 바치느니, 내 손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셔서 병원, 학교, 도서관등 각종 복지시설을 엄청 많이 지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이란에 가면 할아버지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위인전도 있으시구요. 그리고 아들분들도 부동산, 철강, 광산 등등의 영역에서 다들 대성을 하셨던거죠. 이런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막내아들 랄리는 수퍼 spoiled된 어린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몸도 스포일되죠. 랄리는 뚱땡이 어린이었거든요. 


랄리는 자라나서 중학교를 스위스에 있는 명문 보딩스쿨로 들어가게 됩니다. 랄리가 스포일된 어린이들 얘기를 많이 해줬었는데, 재밌는 일화들을 몇개 적어볼게요. 


보딩스쿨이라 주말에만 학교 밖으로 외출을 할 수 있었대요. 그런데 러시아 부잣집애는 타지도 못할 수퍼카를 5대 소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얘기는 방학때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 사우디 왕족애는 집에 전화를 걸어서 '내 짐을 풀어줄 메이드를 보내줘.'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사우디에서 메이드가 기숙사로 와서 이 아이의 짐을 풀어주고 다시 사우디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프랑스 귀족애들은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식사를 하면 애들을 식탁매너 없다고 비웃었대요 ㅋㅋㅋ 진짜 갖잖았다고 ㅋㅋ


랄리는 그 시절이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해요. 자기가 마음을 터놓고 친구를 사귈 수 있던 시절이라서요. 그런데 랄리는 그 학교에서 어떤 누명을 쓰고 퇴학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랄리네 부모님은 랄리를 캐나다로 다시 데리고 와서, 캐나다에 있는 평범한 학교에 랄리를 보내셨어요. 캐나다에 있는 학교를 다닐때도, 랄리는 팬트하우스에서 혼자 생활하며 (15살의 어린애가요!) 밤이고 낮이고 항상 파티를 하며 스포일된 부자애들의 삶을 이어 나갑니다. 


주변 애들이 다 비슷한 레벨의 부자일 때는 그런식으로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마음 착한 뚱땡이 부잣집애였던 랄리가 평범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랄리의 삶은 비극적으로 변합니다. 



랄리는 마음이 굉장히 착하고 여린애에요. 

지금도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발리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발리에서 해변가에 앉아있는데, 애기들이 손으로 만든 팔찌를 사달라고 저에게 오는거에요. 저는 안타까운 마음에 "팔찌 5개줘"해서 다섯개를 사고 랄리쪽을 돌아보니, 랄리는 애기가 가지고 있는 팔찌묶음들을 모두 사고 있었지요.. 

그리고 제가 가끔 한국에서 들려오는 슬픈 사연을 듣고 울면, 랄리도 눈물이 글썽해서 같이 울었었어요. 제가 해주는 얘기도 슬프고, 제가 울어서 자기도 슬프다구요. 진짜 저랑 랄리랑 둘다 잘 울었어요 ㅋㅋㅋ 


아무튼, 랄리의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랄리는 어릴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있었기에 사람들의 정이 고파서 그렇게 파티를 열었던 거였어요. 그런데 친구인줄 믿고 있었던 애가 랄리를 납치해서 랄리네 부모님께 돈을 요구하자고 공모를 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죠. 랄리에게 돈을 꿔가고 갚은 친구들이 없다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게 랄리는 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던겁니다. 가까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도 없는채로 몇년을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낸거에요. 


얄팍한 관계, 파티, 마약, 술, 담배, 뚱뚱한 외면으로 부터왔던 내면의 자신감 부족과 건강악화로 고통받던 랄리는 어느 날 결심을 하게 되어요. 


'남은 생도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리고 첫스텝으로 다이어트를 하게 됩니다. 일년동안 콩과 참치만 먹으면서 몸무게가 130KG가 넘었던 랄리는 70KG이하로 감량을 해요. 그 후에 자기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기 위해 싱가폴로 온거죠. 그래도 하던 가닥이 있어서 매일 파티를 하며 싱가폴에서 1년을 지낸 후, 저를 만난겁니다.


제가 처음으로 랄리에게 선물을 사줬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비싼걸 사줬었어요. 그 때 랄리가 '부모님말고 아무도 나에게 비싼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며 울었거든요. 저는 랄리가 그런 부분에 감동받을걸 알고 있었어요.  


랄리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고 이야기를 했지만, 진짜 친구는 없었어요. 저는 랄리가 가족말고 처음으로 믿었던 사람이었고, 첫 친구이자, 첫 여자친구였던거죠. 저는 랄리를 랄리 자신보다 더 잘 이해했고, 랄리는 저를 제가 제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보다 더 깊게 이해해줬습니다. 마치 소울메이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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