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아이와의 만남
150,000명.
구글에 검색해 보니, 하루에 죽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50,000명이 된대요.
신기한 일이에요. 하루에 150,000명씩 사람들이 죽고,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한지 20만년이 되었는데 우리는 그 누구도 우리가 죽고나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모르니 말이에요. 기존의 많은 종교들이 사후 세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오늘 제가 브런치에서 쓸 얘기는 죽음 및 사후세계에 대한 다른 시각들이에요.
Y라는 친구가 귀신을 본다는 자기 여자친구E에 대해서 말해줬을 때, 저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2년전 싱가폴에서 있었던 그 유명한 페라리와 택시 교통사고 기억나? 그 사고에서 택시에서 죽은 일본인 여자애가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아주 친하지는 않았지만, 가끔 담배정도 같이 피우는 사이었지. 얼마전에 여자친구E가 대뜸 나에게 그러더라고.
E: Y, 사고로 죽은 너의 일본인 친구가 너가 찾아와주었으면하고 바라고 있어.
Y: 걔 영혼이 지금 여기 있어? (Y는 E의 능력을 여러번 경험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요..)
E: 응. 자기가 죽고 나서 남편도 자주 찾아와주지 않아서 외롭대. 너가 담배를 가지고 와줬으면 한대.
Y: 걔네 부모님이 걔를 일본으로 데려갔는지, 싱가폴에 묻었는지, 화장을 했는지 난 전혀 들은바가 없어. 장례식이후로 연락한적도 없다고. 그런데 어디로 찾아오라는거야?
E: 어휴. 잠깐만 기다려봐.
그리고 나서 E는 구글로 검색을 하더니, 어떤 절의 주소를 알려줬어.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절에 갔는데, 그 일본 아이의 명패가 있더라고. 일본 아이의 영혼이 자기가 있는 곳의 주소를 E에게 알려줬다는거야. 난 가서 담배를 두고 나왔지 뭐."
이런 사건들을 E를 통해서 Y는 엄청 많이 겪었고, 그래서 Y는 E의 조언이라면 흘려 듣지 않는다고 했어요. 저는 E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제 앞날에 대해서 궁금하다기보다는, E는 사후세계와 삶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대만에 있는 E가 싱가폴에 방문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Y를 E의 방문 두달 전부터 괴롭힌 끝에 E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앨리스: E, 전생은 있어?
E: 응. 나는 내 전생들을 기억하고 있어.
앨리스: 궁금해! 얘기해줘.
E: 한번은 나는 전생에 새였던 적이 있어. 남편 새를 만나서 둥지를 틀고 알들을 낳았었지. 내가 알들을 지키고 있을 동안 남편새가 사냥을 나가서 먹을 것을 구해오는 도중에 사냥꾼의 공격을 받아서 내 눈앞에서 죽었었어. 난 그때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던게 기억나. 너무 슬펐었어. 나는 혼자서 계속 우리들의 알을 지키고 품었고, 새끼들이 태어났을 때 먹이를 물어다 주다가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굶어 죽었었지.
E계속: 이번 생의 바로 전에서는 나는 세계 2차대전 무렵 일본의 장군 가문에서 태어난 아가씨였어. 그때 나와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가 있었는데, 그 약혼자와 우리 아버지는 같이 전쟁에 나갔었지. 그 약혼자는 꼭 돌아온다고 나에게 약속을 했고 난 그 약속을 기다렸어. 그렇지만 몇년이 지나도록 약혼자는 돌아오지 않았지. 어머니는 나를 다른 좋은 집안에 시집을 보내고 싶어하셨어. 그렇지만 나는 기다리기로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고 어머니께 계속 반항을 했지. 어머니는 화가 나셔서는 계속 그 약혼자를 기다릴거면 집을 나가로 하셨고, 나는 그길로 집에서 나와서 혼자 살게 되었던거야. 어머니는 재정적 도움도 모두 끊으셨어. 그때 나를 따라서 같이 집을 나온 나의 몸종이 있었지. 나는 몸이 약했기 때문에 그 몸종이 돈도 벌어오고 몸이 아픈 나를 정성껏 돌보아 주었지만, 나는 결국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그때 나를 돌보아주던 몸종이 Y야. 전생에서 나를 잘 지켜주겠다는 그 약속을 이번생에 지키기 위해 나에게 이렇게 봉사하면서 사귀어주고 있지. 그리고 그 약혼자는 현재 내 이복동생이야. 그 약혼자와 다음 생에서는 떨어지지말고 꼭 붙어있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나의 이복동생으로 태어나서 나와 함께 있는거지. 우리가 전생에서 똑같은 위치에 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 이복동생과 나는 여전히 같은 위치에 점을 가지고 있어. 우리는 몇번의 생을 거듭하더라도 한번은 맺어져야만 하는 사이야. 그렇지 않으면 생을 거듭해서 계속 만나게 될거거든.
앨리스: 천국은 있어?
E: 응. 원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천국의 기억을 잊는데, 나는 성모마리아로 추정되는 분의 심부름꾼이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기억이 남아있어. 천국은 정말 정말 귀여운 곳이야. 왜냐면, 아기천사들이 환생하기 위해 줄을 쭉~ 늘어서 있거든! 한번 죽고나면 다시 환생하기까지 적어도 5년은 걸려. 그 줄이 하도 길어서 말이야.
앨리스: 신도 있어?
E: 응. 그런데 신이라기보다는 아기들을 봐주는 보모들 같아. 아기들이 환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든. 나는 환생하기 싫어서 다리를 꼬고 옆으로 누워서 농땡이를 부리고 있었는데, "니차례야!"하면서 엉덩이를 차는 바람에 태어나게 되었어. 난 정말이지 다시 태어나는게 싫어.
앨리스: 그러면 불교같은거네? 우리는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사는거야?
E: 아니.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물어. 결국 대부분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보면돼. 그냥 반복인거야.
Y의 말에 따르면 E는 굉장히 몸이 약하대요. 항상 잔병치레를 달고 살고, 다른 사람의 미래를 예언해줘서 그 사람이 자기의 업보를 피해가면 그 업보를 누군가는 받아야하고, 결국에는 E가 대신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E가 다른 사람의 미래를 봐주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E는 작년에 돌아가셨던 저희 외할머니가 제 옆에 와계시다는 얘기도 해줬어요. 제가 타지에 있고 할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제 걱정을 하셨다구요. 할머니께서는 아주 강하신 분이라구요. 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터졌는데, E가 "너희 할머니 너무 귀여우셔. 너의 옆에서 너 눈물을 닦아 주려고 손으로 너의 얼굴을 문지르면서 안절부절 못하고 계셔." 그리고 저의 메시지도 할머니께 전해주었습니다.
E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떠나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요.
우리에게는 영혼이 분명히 있대요. 그리고 그 영혼에도 급수가 있구요. 그런데 그 영혼은 일종의 주파수/파동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천국과 지옥의 개념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주파수가 비슷한 영혼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나뉘어서 존재하는 공간인거래요. 즉, 높은 급수의 고귀한 영혼들은 그들끼리 소통을 하고, 그들끼리 모여있으므로 그곳은 마치 천국같은 곳인거고, 낮은 급수의 영혼들이 모여있는 곳은 지옥이라는 거죠. 그리고 서로 비슷한 급수의 영혼끼리 모여있으니, 영혼들은 발전을 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주파수가 다른 영혼들이 모여있는 세상에 태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 주파수에게 배우고, 영혼의 급수를 올리기 위해서요.
제가 이 개념을 어디서 들었는지는 가물가물해요. 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 <너무 늦기전에 들어야할 죽음학 강의, 최준식>라는 책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책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니까 읽어보셔도 후회는 안하실거에요.
아주 지혜로운 호주에 계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어요. 전생, 천국 등의 모든 이야기는 '너무 편리한 컨셉'이라구요. 그런 이야기에 사람들은 의지하고 싶겠지만, 그러면 저 새도, 물고기도 모두 영혼이 있다는 걸 믿어야만 하는데 그렇게까지 믿기가 어렵다구요.
우리는 아마 사후세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는 없을거에요. 죽음은 재미있는 화두에요. 실리콘 밸리 출신의 기술신봉자인 또다른 친구는 기술 발전의 속도에 근거한 나름의 확신을 갖고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질병으로 죽는 마지막 세대가 될거야." 정말 현대과학이 인간을 영원히 살 수 있게 하는 날이 올지 모르죠. 그렇지만 그 전까지 우리에게 단 하나 확실하게 일어날 일은,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겁니다. 한번의 삶이든, 영원히 반복해서 태어나든 이번 생의 끝은 있으니 되도록이면 더 많이 웃고 덜 미워하며 살면 좋겠어요. 오늘 이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시로 마무리를 할게요.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놀이의 규칙이다.
너에게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너는 그 육체를 이번 생 내내 가지고 다닐 것이다.
너는 삶이라는 학교에 다닐 것이다.
수업 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너는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다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 다음으로 나아갈 것이다.
네가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될 것이다.
너는 경험을 통해 배울 것이다.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다.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모든 이들은 너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 것인가는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답은 모두 네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너는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 체리 카터 스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