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에 도달했다고, 그 사람이 존경을 받아야 할까요?
높은 자리 혹은 사람들에게 선망되는 자리에 있다고, 그 사람이 존경을 받아야 할까요?
물론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의 한 80%는 "당연 아니지!"라고 대답을 할거에요. 나머지 20%는 "그래도 그만한 자리에 갔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니냐?"하는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로부터든 배울 것이 있다는 관점을 가질 수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속적 의미의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을 인정해주고 말거에요. (제가 세속적 의미에서라고 말한 것은 성공은 명예/재산등의 영역에서 남과 다르게 축적한 사람들을 흔히 일컫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건 특정 부분에서의 성공일 뿐이고 성공에는 다양한 차원이 있으니까 이걸 구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남자친구인 감자는 '성공'의 정의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이며, 언론에서 '아일랜드가 11%의 경제 성장률을 이룩하며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면 "그러면, 실업률은 얼마나 늘었는지, 극빈층의 퍼센티지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극빈층이 4% 에서 8%로 늘었는데 그래도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건가?"라고 반박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감자는 스티브 잡스를 싫어합니다. 아니, 스티브 잡스를 싫어한다기보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의 표면적 성공만을 보고 그에게 열광하는 걸 싫어합니다.
감자가 저에게 아이폰은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발명품이 아니라, 브랜딩의 승리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아이폰의 힘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앱스토어이고 그것은 혁신이다. 그리고 브랜딩에서 마스터를 이루는 것 자체도 굉장한 것 아니냐? 그러면 애플의 브랜딩에서 배울것에 집중해야지, 브랜딩의 승리를 무시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라고 반박을 합니다. 감자는 또 스티브 잡스를 'asshole'이라 부르며, 함께 창업하고 같이 해온 직원들을 회사의 주식조차 주지 않고 내친 나쁜놈을 사람들이 존경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하고, 저는 경영자가 회사가 가야할 비전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그것을 모두 컨트롤하는 것은 변화가 많은 IT업계에서 중요한 경영자의 자질이라고 스티브 잡스를 옹호하죠. 스티브 잡스에 대해 지난 일년을 논쟁했는데, 아직도 의견일치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얼마전 저와 친했던 싱가포르 주재의 동티모르 대사님과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대사님이 새로운 임무로 싱가폴을 떠나 호주로 가게 되었거든요. 대사님은 동티모르에서 아주 가난하게 태어나 스스로 영국 유학길에 올라 BBC에서 저널리스트로 근무, 호주 정부 근무, 국제기구근무(UN산하 개발기구) 등을 거쳐 나라를 위해 외교쪽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지요.
제가 아무리 글을 솔직하게 쓴다고 하지만, 이분이 하셨던 얘기를 그대로 쓰기 망설여지네요.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국제 기구에서 개발 도상국을 돕는 일을 한다는 사람들은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다섯시간 이상 비행)를 타고 다니며 5성급 호텔에서 묵고, 높은 몸값으로 자신들의 합리화 시킵니다. 인류적 문제인 '가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에 자기들 같은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정말 '가난'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을까요?
호주 정부에서 일할 때, 가난한 나라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프로젝트에 참가했었습니다. 앨리스도 알고 있죠, 내가 얼마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정말 학교가 필요한 곳들에 학교를 지을 생각에 마음이 바빴습니다. 그런데 자꾸 전문가들이 영입되는거에요. Effectiveness Index expert, 즉 학교를 짓는게 얼마나 효과있을지 지수를 체크하는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 몸값이면 학교를 더 지을 수 있는데 말이죠."
더 짜증나는 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 공(recongition)은 누구에게 가죠?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가겠죠. 그 사람들은 '포장에 능한' 사람들이니까요. 현장에서 실제로 일이 되게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포장에도 능하고, 그리고 자기의 공을 포장하는데도 능하니까요. 그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이 사회는 실제로 그 사람이 했던 일을 통해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했다고 '생각되어지는' 일을 통해 보상을 합니다. 즉 '실제로 이 일을 성공시킨 것은 누구다'라는 사실보다는 '담당자가 누구다' 혹은 '리더가 누구였다', '이번 일에 투입된 전문가가 누구더라' 같은 편리한 사람들의 인식만이 있으니까요.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하는데는 분석이나 유형화가 어려울만큼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나마 그 중 제일 결정적인건, right timing에 right place에 있는 겁니다. 사실 열심히 하는 것, 노력은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에요.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하는 것을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는거라 비유해 볼게요. right timing에 right place에 있으면 교통사고를 당하는 겁니다. 죽을지는 아직 몰라요. 노력은 그 right timing에 rihgt place에 있을 확률을 올려주고, 그리고 평소 꾸준히 몸을 약하게 유지해 왔다면, 사고를 당한 후에 죽을 수 있을 확률을 높여줄뿐이지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말하는 '내가 이렇게 해서 세속적인 성공에 성공했다!'라는 자칭 멘토들의 메시지들은 잘 걸러 들으세요.
반면 우리가 노력해서, 혹은 마음만 잘 먹어도 얻을 수 있는 성공이 있어요.
나 자신의 행복, 그리고 좀 더 노력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게 돕는 것.
자기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통해 쉽게 여러분의 인정과 부러움, 존경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조심하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성공의 기준을 세우고, 짧은 인생을 매 순간 그냥 좀 더 즐기면 어떨까요?
진짜 일이 되도록 하는 영웅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마시구요.
PS. 그리고 자기만의 기준을 갖는게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머릿속으로는 진짜 행복은 세속적 성공으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 한켠에는 내가 좀 더 열심히 그런 것들을 추구해야하는 건 아닐까, 내가 혹시 내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거든요. 확고한 자기기준을 갖고 거기에 충실하는 건 정말 어려워서 그냥 남들이 다 추구하는게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마치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물건을 처음 살때, A라는 물건이 절대적으로 베스트셀러면, 그걸 사는게 안전빵인것처럼요. 근데 인생에서의 선택은 그 안전빵에 함정이 있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