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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Mar 18. 2016

내 삶의 코끼리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코끼리를 갖고 싶었다. 그는 코끼리가 너무 좋아서 코끼리 한 마리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자나 깨나 코끼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뜨거웠다.

그는 차츰 알게 되었다. 당장 코끼리를 갖게 된다 해도 자신은 그걸 키울 능력이 없다는 것을. 그는 평범한 넓이의 마당을 가진 자그마한 집에 살고 있었고, 코끼리를 손에 넣는다 해도 그것을 데려다 놓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날마다 코끼리를 배불리 먹일 만큼의 사료를 살 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끼리가 과연 자기에게 오게 될지도 의심스러웠지만, 만에 하나 갑자기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을 유지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는 돈을 모으려고 밤낮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가 일차적으로 원하는 것은 코끼리이지 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곧잘 돈을 모을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코끼리를 너무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그는 싫지만 돈을 모아야 했다.

왜 하필 코끼리냐고 사람들은 그에게 묻곤 했다. 개나 고양이라면 쉽게 키울 수 있을 것 아닌가? 물론 그 자신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코끼리한테 사로 잡혀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아직도 부자가 되지 못했고, 아직 코끼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원하는 것은 코끼리가 아니었다. 그가 가장원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의 서문은 이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그날로 책을 사서 다 읽어버렸다. 결국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해방될때 온다. 이 책에는 그 밖에 다양한 지혜들로 가득차 있다. 


코끼리는 다양한 형태로 내 삶에서 항상 존재해왔다. 어떤 때 코끼리는 남자친구의 존재였으며, 어떤 때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못만나고 있는 그 어떤 이상적인 남자가 되기도 했으며, 첫 직장이었고, 이직하고 싶은 직장이기도 했으며, 다른 나라에서의 삶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에서 조차 코끼리를 원하는 그 마음은 대개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의 형태로 내 삶에 있어왔다. 모든것이 무난하게 흘러가는 무료한 날일수록 내가 아직 갖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것의 존재는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그것은 나를 어떤 액션을 취하게 하는 원동력임과 동시에 나를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할 때, 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평범한 삶이 최고야."

나는 어떻게 아빠가 나에게 그럴 수 있냐며 분개했었다. 나는 내가 특별하다 생각했고, 특별하고 싶었다. 특별한 삶을 살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운이 좋게도, 싱가폴에 와서 내가 그토록 원하던 다양하고도 특별한 삶을 지난 3년간 살았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이 되기도 했었고, 작은 회사에서 수퍼스타가 되기도 했었고, 큰 회사에서 완벽한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누리며 살기도 했다. 


그런데 단계를 넘어설때마다 왔던 성취감은 지속되지 않았다. 오히려 삶이 안정적이 되갈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뭘 더 바라면 좋을지, 뭘 더 성취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트가 점점 줄어들어서 더 초조해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가 아직 갖지 못한 것이 결혼일까하여, 결혼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심지어 임산부들을 부러워하곤 했었다. 애가 갖고 싶은게 아니고, 그냥 애기를 갖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답은 저건가?!' 싶은 마음이었다. 난 이것이 적당히 성공한 사람들이 갖는 함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원했기 때문에, 그걸 가질 수 있었다. 즉 마음속의 큰 코끼리가 있었고 계속 노력했기 때문에 그 코끼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코끼리를 유지도 해야하고, 코뿔소와 기린도 원하게 될 것이다. 욕망의 노예 상태가 된다는 것은 이런걸 말하는 것이겠지. 삶을 이끄는 것은 '원함'이다. 그렇지만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지 못하는 것도 그 '원함'이다. 


행복을 강요하고, 열정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살면서 행복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할 수록 더 알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느꼈다. 생각하면 할 수록 '아 시발 아무것도 모르겠다.'의 상태가 되었다. 사실 머리에서는 답을 알고 있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고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행복한 마음을 갖는게 어렵다면 어차피 뭘 더 가져도 행복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스님같이 된 전 남친은 현재 이 상태 그대로가 완벽하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말한다.  

'세상에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됨을 기뻐하라.' 라고 위대한 스승 아잔차의 절에는 써있다고 한다. 답은 현재 이순간 내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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