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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Apr 17. 2016

힘이 있는 사람과 힘을 갖고 싶은 사람

영어권 국가의 매력 중 하나는 존댓말, 경어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언어습관이 문화 및 사람들이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형, 언니, 누나, 오빠가 되면 어느정도의 예의를 전제하고 누군가는 연장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경어가 없는 영어를 쓰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동등한 레벨의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내가 영어를 잘하게 되면서 얻게된 가장 큰 혜택이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고 지혜로운 친구들과 동등한 레벨에서 사귈 수 있게 된 것이다. 


안드레아도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몇시간이고 같이 토론을 즐길 수 있는 친구다. 안드레아는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외교대사로 인도네시아와 싱가폴에 일어나는 외교 업무를 하고 있다. 정말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서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해서 대화가 가능하다. 오늘 같이 브런치를 먹고 서점을 갔는데, 3시간 넘게 서점에서 서서(...) 정치, 종교, 철학에 관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대화는 사건을 보는 다양한 관점 중 political science(정치학)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안드레아스: "앨리스야, 유럽에서 난민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니? 


앨리스: "그럼요. 남자친구와 여러번 논쟁을 했는데, 기본적으로 저는 이민자가 한꺼번에 갑자기 들어와서 살게 되면 분명히 사회 통합에 문제가 있을거고, 사회에 약자 소수 그룹이 형성되면 잠재적 범죄의 가능성이 증가할거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남자친구는 인류애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요. 이 문제로는 한번도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어요."


안드레아스: "찬성 입장의 논리는 인류애적 차원 이상이란다. 유럽의 경제 모델은 기본적으로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데에 전제를 두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거든. 경제적인 이유로 유럽은 더 많은 이민자를 필요로 하고, 메르켈 총리가 거의 모든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다고 했을 때는 그만큼의 인구가 장기적으로 필요할거라는 계산이 있었단다. 


그보다 너가 뉴스를 잘 보고 있다면, 헝가리에 이어 오스트리아도 난민들을 대상으로 국경통제를 하고 난민수도 제한한 사건도 알고 있을거다. 왜 그랬다고 생각하니? 표면적인 이유로 오스트리아 정부는 EU국가들의 공동해법 찾기위해 그런 결정을 취했다고 나오지. 하지만 현 오스트리아 정부가 그런 난민 정책을 취한데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선거 때문이야. 정권 유지를 위해서지.


여기 비자카드 광고가 했던 멋진 말이 있단다.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비자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과, 비자카드가 필요한 사람.'


저 문장에서 비자카드를 권력/힘으로 바꿔보면 정치가 된다. 기억하거라. 세상에는 두종류의 사람이 있다. 

힘이 있는 사람과 힘을 갖고 싶은 사람. 

 

또다른 예시로 오스트리아에는 법적으로 정부 아파트를 부자들이 사는 지역에도 할당해서 짓게 되어 있단다. 왜 그런 법이 있을까?"


앨리스: "오 그거 되게 좋은 법이네요! 사회통합을 위해서 그런거죠?" 


안드레아스: "권력때문이란다. 현 정권은 사회주의적 정권인데,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정당에 투표를 하고, 부자들은 자본주의 성향이 강한 곳에 투표를 하지. 가난한 지역에서의 100% 보장된 표 말고, 부자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표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표면으로 드러나는 이유가 아니지. 표면에는 사회학이 동원되어 듣기 좋은 이유들로 포장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건을 볼 때는 정치적인 관점으로 그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어."


앨리스: "저도 그런 관점을 갖고 싶어요. 그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있나요?"


안드레아스: "500년도 훨씬 전, 민주주의 이전에 어떤 사람이 쓴 책이 있지. 유럽의 클래식이다."




나는 그 책이 갖는 진짜 가치에 대해서는 비록 몰랐으나,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충실히 이행했기에 책 이름과 저자의 이름을 맞출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순진무구하게 세상을 보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4권의 책을 구매했다. 


1.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2.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 - 안드레아스는 이책의 뒷면에 있는 한줄의 문구를 보여주며 '니가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했고, 그 한 줄의 문구는 'Man was born free, and he is everywhere in chains'였다. 그거 보고 바로 손에 집었다.

3. Karl Popper의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4.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The Unconscious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시각, 문제의 이면을 보는, behind the scenes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그런 지혜로운 시각과 관점을 갖고 싶다. 



PS. 나는 안드레아스에게 책을 쓸 것을 권유했는데, 안드레아스가 혹시 책에 참여해줄 수 있냐고 요청했다. 대화형태로 책을 쓰고 싶은데, 내가 던지는 질문들이 안드레아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는 것이다! 문득 고등학교 때 수업의 진도를 방해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 문제적 학생으로 지적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미운 오리 새끼가 계속 그 연못에 있었다면 백조인 줄 몰랐겠지. 


PS2. 정말이지, 한국어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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