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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May 16. 2016

'진짜' 직업 안정성

링크드인을 떠나며...

출장왔다가 한국에서 싱가폴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면 항상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이번에는 유난히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마 3일 후가 지난 2년간 근무했던 링크드인으로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라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던 제 글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을 스스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 이직합니다. 아마 한국회사의 관점으로 제 이력을 본다면 전 더럽게 끈기 없는 애로, 아마 이력서에서 1등으로 탈락되었을 이력이지만, 저는 제가 정말 멋지게 connecting dot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길을 즐겁게 걸어가고 있어요. 저를 고용하고 day-1부터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주었던 회사들도 제가 근무하면서 회사에 기여했던 것들에 만족했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4년간, 저는 세개의 직업을 가졌습니다. 서로 다른 세개의 산업에서 3개의 회사를 다녔고, 4개의 직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직업도 새로운 산업에 새로운 직무에요. 첫번째는 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사업개발, 두번째는 싱가폴에서 오일&가스 산업에서 헤드헌터, 세번째가 싱가폴에서 IT산업에서 영업 & 프로덕트 전문가, 그리고 이번에 네번째로 역시 싱가폴에서 소비재 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옮기게 됩니다. 이 직무가 저에게 더 의미가 있는건, 제가 한국을 떠났을 때의 꿈이 '세계 최고의 마케터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결국 제 오랜 꿈의 시작점으로 돌아온 셈이에요.  


링크드인은 여기저기 제 브런치 글에서 많이 얘기한대로 많은 면에서 훌륭한 회사이기에 퇴사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완벽 그 이상의 Work & Life 밸런스와 복지, 정말 좋은 직장동료들(또라이 없음), 동료들 만큼 좋은 고객들, 비젼과 성장가능성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한가지 질문에 더 자신있는 대답을 하기 위해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은 바로 '나는 지금 충분히 배우고 있는가?' 였습니다.   


위 질문은 제가 아직 사회초년생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직업 안정성은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이 된지 오래입니다. 특히 요새 같이 모든것이 불확실해보이는 상황에서는 더욱더 안정적인 직업에 목을 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해는 가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조직이 보장해주는 직업 안정성은 가짜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조직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경우가 앞으로 많아질거다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내가 내 밥줄을 이 조직의 부속품으로만 의존하고 있었다면, 정말 막막해지는 순간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두번째 이유는, 조직이 보장해주는 안정적인 직장은 월급이 짭니다. 그리고 내가 한번 확보한 이 자리가 보장된다는 말은, 사실은 내 자리에 누가 와도 상관 없다는 말인거죠. 결국 '나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는 얘기고 이는 '나는 배워야할 시기, 나의 가치를 높일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얘기는 '나는 규제 때문에 짤리지는 않겠지만, 나는 내 잠재력을 완전 낭비하고 있고 열심히 해도 인정을 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라는 얘깁니다.  



그래서 진짜 직업 안정성은 내 이 한 몸뚱이에서와야 진짜입니다. 그러면 내 몸뚱이에서 오는 직업 안정성은 어떨때 보장이 될까요? 두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번째, 내가 현재 충분히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


두번째, 역설적이지만 진짜 직업 안정성은 리스크를 감수할 때 생긴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이렇게 많은 것이 급변하는 세상에는 파도가 거칠어지는 해변가 근처에서 고정되어 매번 밀려오는 파도를 얼굴에 쳐맞느니 좀 더 먼 바다로 나아가서 신나게 변화의 파도를 타는 것이 재미와 안정을 동시에 잡는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에서 단 한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선택을 하고, 그걸 이뤄내면, 그 사람의 삶은 그 전과는 다른 삶이 됩니다.  



대학교때 수업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지금까지도 인상깊게 기억하는 거 하나는 재무시간에 배웠던 리스크의 정의에요. 리스크의 정의는 위험(부정적)이 아니였어요. 리스크의 정의는 가능성/possibility (중립적)입니다. 리스크를 진다는 얘기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얘기입니다. 잘 될 가능성, 잘 되지 않을 가능성 둘다 있어요. 이때 우리가 해야할 것이 Take Intelligent (calculative) risk, 즉 잘될 확률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거에요.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보상도 없습니다. 다시한번 강조할게요. 다른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위, 명예, 좋은 보상들은 단순히 '남들보다 열심히'하는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큰 보상은 남들과는 다소 다른 길을 가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주어집니다.  



열심히 하는 것에 중독된 한국사회는 그만큼 사회가 경직적이기에 가능했습니다. 변하지 않는 선호기업의 ranking이 있었고, 대학교의 ranking이 있었기에 거기에 끼워맞춰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서 평가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인위적인 척도에 맞춰서 열심히 하면 중간은 갔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유연해질거에요. 지금까지 경력직 채용은 '우리 회사가 이러이러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뽑으려는 이 사람이 과거에 이 일을 해봤냐'를 기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해외/국내 선진사에서 일한 사람들을 많이 고용했지요. 그러나 지금 많은 기업들은 해본적 없는 영역을 선도해 나가야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해봤던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경험이 없더라도 '무슨 일이 닥쳐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즉 General athlete을 찾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누구보다 더 힘들어 하고 있는 20 - 30대는 앞으로는 변화하는 것에 대응하는 맷집을 기르고 (맷집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fast learning skill) 한 방을 준비하면, 이 시대는 그 어느때보다 우리에게 유리한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 지레 겁먹은 거잖아요? 직업안정성 위기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이미 빼도박도 못하게된 세대에서 문제가 되는 이슈임에도 우리는 지레 겁먹은거에요. 여러분이 지금 기성세대의 룰 안에서 놀고 있는거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있는겁니다. 안정적 직업의 환상에 속지마세요.


공부는 싫었지만, 배움은 즐거운거에요. 자아실현의 욕구가 모든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상위 욕구인데, '성취에 의한 자아실현 욕구는' 약빨이 오래 못가는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오히려 진짜 이 욕구를 만족시키려면 그 과정에 의미가 있어야해요. 새로운걸 배우고, 테스트하고, 입증하는 과정, 그게 진짜 자아실현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즐겁다면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인 것이고, 거기에 보상까지 따라와 준다면, 그것이 신이 다니는 직장인거죠. 내가 좀 아직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역량이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다소 쉽다고 느껴진다면, 그리고 그렇게 느낀 기간이 좀 되었다면, 하는 일에 변화를 찾아야 한다는 경고 사인입니다.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 저는 제 스스로가 '진짜' 직업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일이 있었어요. 저는 이번에 두개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소비재 회사의 마케팅, 다른 하나는 IT회사에서 제가 링크드인에서 했던 역할과 비슷한 포지션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뿌듯했던 건, 그 포지션이 ANZ 마켓 즉, 호주와 뉴질랜드 마켓의 담당자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일하려면, 한국인이라는 점을 활용하지 않고 업무를 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이 오퍼는 제가 국가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겁니다. 호주/뉴질랜드 사람을 뽑지 않고, 굳이 한국인인 저를 호주/뉴질랜드의 담당자로 놓는다는 것은 제가 가지고 있던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짜 제 역량으로 싸워볼 수 있는 선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곳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진짜'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해서 궁극적으로 무얼 할것이냐? 세상에는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이 문제들을 풀 수 있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우리는 실력을 키워서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가야 합니다. 나에 대해서도 알아가야 하고, 세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그것만 하기에도 바쁜데 인터넷으로든 매뉴얼이든 한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쉬림프든 슈림프든 뭐가 올바른 표기법이냐를 머리속에 넣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쓰는 것은 여러분의 정말 소중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 곧 이 사회의 자원의 낭비일 거에요.



저를 맨붕에 빠트렸던 9급 공무원 시험 1번 문제...


큰 그림을 보는 것을 배우고, 다양한 것을 이해하고, 힘을 길러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 그런 멋진 분들을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또다시 신입으로 돌아가는 앨리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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