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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Mar 06. 2022

퇴사하니 아프다.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17.

내일이면 퇴사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퇴사일부터 시작된 몸살이 지금은 감기로 바뀌어 골골대는 중이다. 평소 감기 몸살이랑 담쌓고 살던 사람이  하필 퇴사 당일에?!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됐는데,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어느새 긴장이 풀리면 큰 몸살이 오거나 감기가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몸살 기운을 세게 겪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었었구나. 지금은 나를 방치한 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씩씩하게 퇴사를 하고 계획했던 일정들을 꾸역꾸역 해내가고 있긴 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 모든 걸 소화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마음만은 너무나도 행복하다. 다가오는 월요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금요일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단, 요일 감각이 없어지는 단점 아닌 단점도 있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서, 마음이 편해지면 몸도 편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은 편한데 몸이 불편한 걸 보니, 그동안 내 몸이 얼마나 긴장하며 살았는지 알 것 같다. 꽁꽁 얼어버린 얼음에 따듯한 물을 부으면 얼음이 쩍 하고 갈라지듯이, 몸도 마찬가지 아닐까? 항상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삶. 이런 삶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 서글프지만, 그만큼 열심히 달려온 나를 내가 아니면 누가 칭찬해줄까? 그니 너무 혼내지 말고, 지금은 조금 쉬어도 된다고 토닥여줘야겠다.


문득 나와 퇴사 시기가 비슷한 구독자분이 떠오른다. 퇴사 일주일 전에 심란했던 마음을 고백했던 글에 구독자님 또한 마음이 심란했다며, 내 글로 인해 큰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을 남겨 주셨다.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퇴사를 하셨는지 댓글을 통해 자세히 묻지는 못했지만, 나와 같이 큰 용기를 내어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사뭇 훈훈하고 좋았다.


사람은 참 재밌다. 어떨 땐 혼자가 편하고 좋다고 하면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은 걸 보니,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솔직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몸살감기 기운 때문에 몽롱하고 정신이 없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려고 한참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 아픈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게 하고, 결국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뭘까? 내 생각에는 정체성목적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과,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목적의식. 간절한 마음 쉬고 싶어 하는 몸을 이긴다.




얻고자 하는 게 있으면 미쳐야 함을 잊지 말자.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기 일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의 회사 일에 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미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확보했으니, 좋아하는 일에 미쳐볼 일만 남았다. 얼마나 미칠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돈보다 귀한 시간을 가졌고, 지금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을 살고 있다.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 않기로 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 만들거나,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며 살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날의 나에게 너무나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도 건네고 싶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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