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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Mar 08. 2022

맨땅에 헤딩 중입니다.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18.

나는 엄마와 유난히 친해서 비밀이 없는 편이다. 오랜 직장 생활 중 견딜 수 없을 만큼 힘이 들 때면 가끔씩 푸념을 털어놓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한결같은 말씀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하셨다.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게 아니야.'라며.


20대 시절부터 이 말씀을 듣고 자랐으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남의 돈 버는 것은 당연히 힘든 것.'이라는 인식이 무의식 중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남들도 다 힘들게 남의 돈 벌어먹고 사는데 뭐. 괜한 엄살 부리지 말자.'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었다.


물론 살아온 시대적 배경 자체가 다르니 엄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인정한다. 누군가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단지 엄마가 살아온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180도 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인 나로서는, 더 이상 그런 소리에 귀를 닫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나 또한 엄마의 세상 속에 갇혀 살았으니까.


저 말이 무서운 이유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지만, 참고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의 밑에서 돈을 벌 성향이 아니라 나의 일을 해야 하는 성향인데, 내 성질머리를 죽여가면서 남 밑에서 일을 하라고? 하지만 저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듣다 보면 이런 생각까지 와닿기가 힘들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며, 각자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만의 생각이 확장할 수 있도록 간격을 두는 것이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줄곧 타지 생활을 하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정말 중요한 인식이 독립되지 못한 채 익숙한 삶의 패턴을 유지해왔다.




코로나로 인해 시대가 급변하면서 수많은 매체에서 변화를 강요한다. 나의 인식이 변하게 된 가장 큰 요인 또한 수많은 경제 분야 및 자기 계발 서적, 그리고 유튜브 강연 영상 등이었다. 회사 안에서 소위 '일잘러' 소리를 자주 들어본 사람이라면, 세상 밖으로 나와 자기 일을 해도 잘할 것이라는 용기와 믿음을 한껏 심어준다. 나 또한 번아웃이 세게 오기 전, 회사원의 신분으로 살 때에는 상사들로부터 '능력자' 또는 '프로'소리를 꽤나 듣곤 했었는데, 그 달콤한 인정의 말 한마디에 힘들어도 군말 않고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달콤한 말 한마디로 회사 생활을 버티기엔 나의 금쪽같은 시간이 너무나도 귀하다는 것을.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회사가 아닌, 나를 위해서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연말정산이 반영되는 2월 말까지 근무를 하고 퇴사를 감행했다. 나는 여행을 떠나서 길을 모르겠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으로 간다. 그러면 대부분 그곳이 포토존이거나 내가 찾던 장소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인생이 여행처럼 그렇게 단순하랴.


남들이 다 가는 길이 때론 막다른 길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내게 확신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나만의 길을 가면 된다. 설령 그곳이 길이 아니라고 한들, 내가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길이 된다. 각자의 인생에 똑같은 정답은 없다. 내가 걸어가는 과정이 정답이 되기 때문이다.


퇴사 선배들이 자립 후에 얼마를 번다는, 무조건 돈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솔직히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을 뿐인데. 꼭 퇴사 후에 돈을 잘 벌어야 하는 걸까? 물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아주 중요하다. 나 또한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돈이 목적이 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게는 예전부터 변함없는 소신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잘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인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꽃들도 피어야 할 때를 알고 각자의 때에 맞춰 피듯, 사람 또한 각자의 때가 다를 뿐 그때는 반드시 온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인생에 완벽한 계획 같은  없다.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일단 첫발을 떼고 걷기 시작한다. 계획은 걸으면서 세우거나 수정해 나가도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첫발조차 떼지 못해 관성에 의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까지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관성에 의한 삶에서 벗어나 첫발을 떼고 황무지를 걷는 중이다. 비록 척박한 땅에서 길을 헤매다 맨땅에 헤딩을 할지라도, 마음만은 행복하니 이미 반은 성공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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