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벼리 May 11. 2022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 3.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노래가 있다. 그런데 나는 남녀 불문하고 반대되는 성향에 한 번도 끌려본 적이 없다. 오히려 기가 빨리고 피곤하기만 할 뿐. 매번 상대방의 행동과 말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피로감이 늘 따라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언행을 하지?'와 같이 매번 상대를 위한 이해가 필요하다면, 굳이 그 인연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를 잘 모르던 시절, 나는 끊임없이 결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맞춰주려 애썼던 것 같다. 그래서 매번 기가 빨리고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나와 결이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결이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은 행운이다 싶을 정도로 극히 적지만.


사람이 싸우는 것은 서로 다른 부분을 맞춰가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이 닮은 사람과는 애초부터 닮아있기에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 싸울 일이 적을 수밖에. 불필요한 싸움으로 에너지와 감정 소모하는 일이 적을수록 서로에게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싸움에 소모하는 시간이 더 많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나는 평소에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예외의 경우가 있다. 그건 바로 상대방이 나에게 무례하게 굴었을 경우이다. 이럴 땐 할 말은 해야 한다.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매너 있게 대하지만, 그 반대되는 사람에게는 얄짤없다. 물론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이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놀라곤 한다. 내가 매번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니, 막말을 해도 좋게 받아들일 줄 알았나 보다. 그럴 때는 팩트만 짧고 굵게, 내 기분 위주로 의사 전달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당신의 이런 언행에 이런 감정을 느꼈다.' 이 정도로만 얘기해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바로 사과를 한다. 그럼 나는 오히려 사과하는 상대방에게 고마워 사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잘 맞춰나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 '어쩌라고?'식의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건 내적 손절 0순위 대상이 되겠지. 더 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나와 결이 완벽히 다른 사람일 테니. 하지만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기에 '그 사람의 결과 맞는 누군가가 존재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속에서 거리를 두게 된다.


물론 직장 동료와 같이 어쩔 수 없이 계속 보게 되는 사이일 때에 한해서 마음속 거리이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대놓고 손절이다. 누군가 그랬다. 예의도 지능이라고.




결이 닮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사람이 내 영혼의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웬만한 건 잘 해내고, 혼자 있어도 그다지 외로움을 타지 않는 나조차도 가끔씩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말 잘 통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마음이 꽉 찬 든든함이 느껴진다. 내 마음과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세상 든든한 백이 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 결이 비슷한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 자신을 잘 알면 된다.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뚜렷하게 아는 것이다. 나를 잘 알아야,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이 비슷한 사람보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주위에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맞지 않는 사람은 모두 내적 손절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본다. 동료들과 협력해야 하는 직장 내에서의 관계라면 업무적인 부분에서 마음의 반을 쓰고,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마음의 반을 쓰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인간적인 부분에서 기대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 정도 해줬으면 너도 나한테 똑같이 해줘야 하는 거 아냐?'와 같은 기대 따위는 하지 않는 편이 속 편하다. 다소 냉정해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난 벌써 개복치처럼 매 순간마다 상처받아 영혼이 너덜너덜했을 수도 있다. 천성 자체가 여린 사람은 이런 마인드가 어쩌면 생존 수단이 된다.




생각이 많은 편인 나라는 사람은 매일 유튜브(일상 브이로그), 브런치(글쓰기)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니까.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나를 담아내려면 솔직함이 무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힘이 빠짝 들어간 매번 똑같은 얘기 말고, 보다 진솔한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로 시작해서 은근히 다양한 이야기로 이어져 어쩌면 산만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걸로 얻은 해답을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본다. 어쨌든 요즘의 나는 결이 다른 사람에게서 또 한 번 인생을 배우고, 결이 비슷한 사람에게서 사랑과 감사를 느낀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