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24.
나는 일이 쌓이는 걸 못 견디는 편이다. 집이 더러워지는 것도, 설거지 감이 쌓이는 것도 견딜 수 없다. 집은 더러워지기 전에 틈틈이 청소하고, 설거지는 식사 후 즉시 해치워 버린다. 매일 조금씩 하는 일은 큰 힘이 들지 않지만, 쌓인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큰 힘이 든다. 물론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미뤄뒀다가 벼락치기처럼 해치우는 일은 내 취향이 아니다. 급히 해치운 일은 곳곳에 결점이 발견되기 쉽기 때문이다.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나는 요즘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것도 아주 명치가 아플 만큼. 어느 날 일을 하다 스트레스가 넘쳤는지 가슴 한가운데가 아파왔다. 드라마 속 어머니들이 "아이고 내 팔자야~"라며 가슴을 두드릴 때 바로 그 위치다. 여자는 한이 쌓이면 가슴 가운데 쪽으로 쌓인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에스테틱샵에서 마사지를 할 때 그쪽을 손으로 터치해주기도 한다.
나는 이제 열심히 일하는 것을 천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나 살자고 마음을 바꿔 먹기로 한 것이다. 열심히 하면 좋은 거지. 잘하면 더 좋은 거고. 거기다 과거에 비해 180도 변한 마음가짐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인정 욕구를 내려놓고 자기만족을 위해 일한다는 것. 하지만 인정 욕구는 사람의 본능인데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까? 물론 모든 분야에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잘하고자 하는 분야에서만 스위치를 켜면 된다. 모든 분야에서 인정받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고 말이다.
세상에는 가지려고 할수록 더 멀어지고, 오히려 욕심을 버릴수록 내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굳이 욕심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회사와 집에서 에너지를 분산해서 사용하는 나는 완급 조절이 관건인데, 회사에서 100%의 에너지를 쓰고 집에 온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넉다운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매일 아침 80%만 쓰자고 스스로 되뇌며 출근을 한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100%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럴 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을 취해주면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도 하고 잠시나마 걸으면서 몸을 움직여주면 기분 전환에도 좋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고 온 날은 집에 와서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20% 정도의 에너지가 남았을 때 가능한 행동이다. 그래서 개인의 루틴이 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 열심병을 치유하는 방법은 100%의 에너지를 하나의 일에 쓰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은 옛날 옛적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 하나의 일만 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운 세상으로 변했다. 힘을 분배해서 사용하는 요령을 터득해서 영리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나는 또 하나 배웠다. 지독히도 싫어하는 회사라는 공간에서도 이렇게 배울 것이 있다. 그러니 부지런히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두자. 모든 것은 값진 경험이자 자산이 된다는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