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되면 둘리 된다는 명언이 있다. 한쪽에서만 이해하고 맞춰주는 것이 상대로부터 당연하게 여겨지는 순간, 둘리가 되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가까울수록 마음이 더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왜일까? 가까울수록 생략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매일 지켜보고 있기에,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착각 때문에, 오히려 마음의 거리가 먼 사람보다 못할 정도로 필요한 말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하게 여겨서 후회하는 가장 큰 예를 하나 들어볼까?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다. 부모님이 자식에게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도 부모님도 사람이니까. 그래서 항상 감사하다는 말, 죄송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그때그때 아끼지 않고 하는 편이다. 뭐든 내 곁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후회하는 건 싫으니까.
함께 있어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은 곁에 두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나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많은 사람. '이 사람은 굳이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사람 말이다. 업무적인 연락은 빨리 응답하면서 나와의 연락은 늦는 사람.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연락을 계속해서 지속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이거나, 기본적인 매너와 배려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의 뿌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신뢰이다. 앞뒤가 다른 사람을 보고 신뢰가 쌓일까? 나에게는 진실한 것처럼 보여도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나 평소의 언행에서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면, 나에게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신뢰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 반드시 보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말보다 행동을 보는 것이다. 앞뒤가 다르거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달콤한 말을 하면 진심으로 와닿지 않는다.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은 그저 허공에 떠도는 먼지일 뿐이니까. 허구한 날 사소한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큰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걸 보면 큰 것도 보인다. 사소한 것이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한 건 없다는 말로 시작된 내 글은, 어느새 믿고 걸러야 할 사람으로 주제를 틀어버렸다. 하지만 이 둘은 묘하게 연결고리가 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걸러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아까운 시간과 감정이 소모되도록 만드는 에너지 흡혈귀가 있다면 당장 끊어내야 한다. 만약 당장 끊어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대화를 통해 개선을 해볼 수 있다.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대화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사람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타인을 통해 보인다고 하던데 이 모습이 설마 나의 모습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나는 이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 그리고 만약 있었다면 그런 나 자신과도 손절하면 될 일이다. 자아성찰을 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과 좋은 부분을 잘 살펴서 균형을 맞추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