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 6.
한 가지 일에 몰입하면 다른 일은 잊어버린다. 아니, 잊어버린다기보다는 애써 외면한다는 말이 맞겠다. 그리고 애써 외면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결과는 바로, 이도저도 안 되는 거다. 어느 것 하나 완성된 것 없이 널브러져 있는 상태인데,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시간은 시간 대로, 체력은 체력 대로 소진되지만 어느 것 하나 끝맺지 못할 테니 말이다.
예를 든 것치고 꽤나 생생한데, 그럴 만도 한 게 내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다이어리에 적으며 다짐하는 글귀가 있다. '하루에 하나씩 끝내자.'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하루에 많은 일들을 하려고 한다. 게다가 To do list에 있는 항목들을 지워나가야 하기에 이거 찔끔, 저거 찔끔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안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적어도 그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 개라는 기준을 정해놓고, 하나라도 제대로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루에 많은 것을 계획해서 하나의 결과물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보다, 하루에 하나씩 결과물을 쌓아나가는 것이 퀄리티 측면에서도 좋고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록한 영상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기에, 그것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하기 바빴다.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새해가 되면서 삶의 패턴 또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그전에 최대한 여행 영상 편집을 끝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하루 종일 편집만 붙잡고 있자니 정신과 몸은 지쳐만 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숨 쉴 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힘들 때마다 글이 쓰고 싶어 지는 걸 보면, 글 속에 감정을 담아내는 걸 좋아하긴 한가보다. 마음껏 넘치는 내 감정을 쏟아내고 다듬고 정리하다 보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을 만난다. 이러니 좋아할 수밖에.
어떤 것이든 목표한 바가 있다면 멈춰서는 안 된다. 다시 시작하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지만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닌 잠시 동안의 휴식은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적어도 숨 쉴 구멍은 있어야지. 결국 모든 일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일 텐데, 과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스스로에게도 틈을 주기로 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져 있는 다이어리에 여백을 허락하는 것. 쉽지 않지만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백이 계속되어선 곤란하다. 심신이 회복될 만큼의 여백을 주었다면, 이후에는 즉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성에 의해 멈춰버리게 될 테니.
여기서 여백은 온전한 휴식일 수도, 혹은 나처럼 글쓰기가 될 수도 있다. 그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는 일이면 충분하다. 매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달렸다면, 중간마다 쉬어가는 여백의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한다. 그래야 활력이 생기고 다시 나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글이 나처럼 하나에 꽂히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타기 직전까지 가서야 깨닫는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