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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Mar 08. 2023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법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 잡는 법 7.

개복치, 두부, 유리. 이 단어와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다. 바로, 멘탈이다. 요즘엔 아주 흔하지만 내 또래 중에선 드물었던 외동아이로 자란 나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싸움에 취약한 환경에서 자랐다. 


경쟁이 필요 없는 가정환경. 필요한 건 나만의 몫이었고, 굳이 싸워서 쟁취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심기를 건드릴 때 맞서 싸우는 법을 몰랐다. 덕분에 나는 누구와도 크게 싸우지 않고 자랐다. 


다르게 말하면, 맞서 싸우는 법을 몰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란 나는, 성인이 되어서야 조금씩 맞서 싸우는 법을 터득해 갔다. 가장 큰 수확이라면, 싫은 걸 상대에게 억지로 맞추던 습관이 사라졌다. 그렇게 조금씩, 세월을 거듭하며 나다운 모습으로 다듬어 갔다. 만약 누군가 내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대도, 결코 되돌아가지 않을 거다. 어떻게 다듬어 놓은 지금의 모습인데, 방황하고 자주 아팠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상대방에게 비칠 내 모습을 끝없이 검열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말 피곤하기 짝이 없던 때였다. 사람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많이도 변해버린 지금의 내 모습이 제법 마음에 들기까지 하다. 아마도 이렇게 변해온 과정 속에서 수없이 상처받고 아무는 과정을 반복하며 굳은살이 박였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아주 평온하고 안정적이다.


한편으론 서글픈 일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기대'란 마음을 품지 않는다. 아마도 이것이 나를 가장 많이 변화시킨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진리를, 나도 모르게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살아간다.




기대를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상대로 하여금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점차 기대를 하지 않고, 인정욕구를 내려놓게 되었다. 인정 욕구란 본능 중에 하나라서 내려놓기 쉽지 않지만, 아지랑이처럼 은근하게 끓어오르는 순간을 재빨리 인식하고 끊어낸다. 한때 극심한 번아웃을 경험했기에,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거리감 같은 것 말이다. 편해 보이지만 왠지 편하게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강아지도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느낌만으로 알아챈다. 강아지도 그 정도인데 사람은 오죽할까? 자신에게 선을 긋는 사람을 눈빛과 미세한 행동만으로도 쉽게 알아본다.


나는 누구에게나 편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조금은 불편한 사람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여기서 선택은 자유지만 책임은 본인 몫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사람을 좋아한다면 누구에게나 편한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고, 비교적 외로움을 덜 타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다소 불편한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다소 불편한 사람이란,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할 때 매너를 갖추고 대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선을 넘을 경우에는 부드럽고 단호하게 대응한다. 결코 상식 밖의 언행을 참지 않으며, 제때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선을 넘지 않도록 항상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한 존재가 된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법, 딱 두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필요 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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