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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Dec 13. 2021

한 번에 한 개씩.

직장인의 프리랜서 도전기 8.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난 이럴 때 모든 것을 초기화한다. 대부분 중요한 일들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나도 딱 그 상황에 직면해있다. 그 와중에 연말이라 주변에 챙겨야 할 사람들도 많다. 내 코가 석자라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 인생인데 주변 사람들까지 챙기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휴대폰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둔 메모들을 싹 다 지워버렸다.


해야 할 일들이 적혀있으면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일을 놔두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라 그렇다. 눈앞에 일들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해도 해도 할 일들이 생각나서 계속 추가하다 보니 메모장이 깨끗해질 생각을 않는 것이다. 결국 스트레스가 폭발해버렸다.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 한 통을 부여잡고 밥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오늘 정말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도달했구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해야 할 일들을 굳이 들여다보지 말고 메모하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진짜 중요한 일들만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해야 할 일들을 적어둔 메모가 숙제처럼 느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원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지워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게끔 놓아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한 번에 한 개씩 하자.'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내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자초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일들을 하루 안에 미션 수행하듯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메모하는 습관은 좋은 것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메모해두었다가 실행하거나 정리하는 습관은 좋은 것이지만 이것은 잘못된 예로써, 마치 메모의 부작용 같은 것이었다.


유난히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생각이 스치기 때문에, 필히 그 생각들을 붙잡아 기록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편이라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하나에 집중할 때에는 방해 요소를 차단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저 멀리에 둔다. 휴대폰 하나 멀리 두었을 뿐인데 집중력의 깊이가 확연히 달라짐을 느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지키고 있는 환경 조성법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각이 많은 나는. 또 다음 할 일을 휴대폰에 메모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어두고 하나씩 지워가는 것은 분명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약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니듯, 이것도 마찬가지임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일수록 완벽주의 성향이 많고, 실수나 규칙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이렇게 잘 알고 있는 이유는 내가 바로 완벽주의 성향이고, 그것을 고치려 몇 년째 노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느슨해도 좋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내 마음이 행복한 대로 살아도 큰일 나지 않는다. 평생 함께할 나 스스로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지자.


생각이 많아진다고 느낄 때마다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꺼둔다.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생각들만 추려서 메모해둔다. 빗장을 걸어 잠근 생각 문을 비집고 나올 만큼 의지가 강한 생각들은, 머리뿐만 아니라 마음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의식적으로 '한 번에 한 개씩'만 하는 습관에 더욱 집중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원하는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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