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특별히 추억하거나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사실 자랑할 만한 이야기도 없다. 떠오르는 건 서툰 행동들과 후회뿐이다.
좋았던 기억들만 선별해서 다시 꺼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결국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밀려와 버리면 괴로웠다. 그래서 차라리 과거를 잊고 산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올봄, 노션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조금씩 다듬으며,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나갔다. 그 안에는 운영 중인 ‘음악창작소 해봄’에 대한 페이지도 있고, 하늘해로서 발매한 곡들과 공연, 드라마 OST 작업물도 각각 정리해 두었다.
최근에 지난 공연 사진들로 연도별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 채널도 있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도 않을 사진들로 가득 채우고 싶지 않았다. 그냥 숨겨두고 나를 찾는 사람이 발견해 주면 반가울 것 같다.
공연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2005년, 2007년… 차분히 채워 가다 보니 잊고 살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무대에서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는 희미하지만, 그때의 공기와 사람들,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얼굴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절은 ‘여백’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하루하루가 지금처럼 빽빽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괴로움이나 슬픔 같은 무거운 감정조차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거 같다. 모든 게 부족했지만, 그 불안을 충분히 느낄 시간은 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후회 없이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해들이 한참 남아 있지만, 그걸 채워가는 일에는 설렘이 있을 것 같다.
기록이란 결국, 잊지 않으려는 마음의 또 다른 형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