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일의 풍경은 어느 회사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광고주는 회사에 광고비 입금을 해야 하고, 광고회사는 다시 매체사와 실행사에 입금을 한다.
결국 현금의 흐름이 돌고 도는 날. 하지만 요즘처럼 광고 업계가 불황일 때는 그 흐름 하나에도 모두가 예민해진다.
당장의 업무에만 집중하면 되는 사람도 있고, 숫자와 일정, 관계 사이를 오가며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난 그런 상황인 것이다.
말일이 다가올수록 다음 달 광고주의 예산이 확정되고, 광고회사 입장에서는 그 숫자가 곧 생존이다. 예산이 줄면 괴롭고, 유지되면 다행이다. 예산이 줄어든 만큼 일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일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책임도 여전하다.
어제는 유난히도 말일다운 말일이었다. 챙겨야 할 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마감이 다가온 제안서, 밀려 있는 실무,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 매체사와 실행사와의 조율까지.
뭔가 코너에 몰린 듯한 기분. 과부하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하루 끝에 남은 감정은 ‘속상함’이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될 수는 없고, 개인이 아니라 회사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이 상했다는 건, 그만큼 정성을 쌓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숫자와 계약, 예산과 성과 사이에서도 사람은 결국 마음을 쓴다.
말일이 지나고 다시 월초가 온다. 마음 쓰는 날이 있으면 마음을 얻는 날도 올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월초에는 조금 덜 조급하고,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제안서를 잘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