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의 가장 큰 리소스는 결국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과 노트북만 있어도 운영이 가능해 보인다. 전략과 아이디어를 쌓아 올리고, 광고주와 소통하며 방향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 결국 핵심은 사람이 한다.
하지만 AI가 깊숙이 들어오면서 판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광고회사들은 인력을 줄이면서 AI 활용도를 높이려 하고, 광고주들도 외부 대행사에 맡기기보다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결국 그 중심에는 역시 AI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하려 애쓴다. 연말이면 언제나 그렇듯 내년 광고주 수주를 위해 모두가 뛰고,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K사의 보험 캠페인을 따냈고, 올해 초 S사 보험 캠페인을 운영했던 이력 때문에 내가 이번 프로젝트의 전체 실무 운영을 맡게 되었다.
오늘은 그 킥오프 자리. 보통 수주 이후 실무 담당자들까지 모두 모여 처음 인사를 나누는 시간인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을 함께 끌어갈 대장정의 시작 같은 순간이다.
일을 해보면서 느낀 건, 편하고 좋은 광고주는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 자기 자리와 입장이 있으니까. 누구를 탓하기보다, 그저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묵묵히 걸어가는 일만이 남는다.
지금 회사에서는 주로 미디어 플래닝 업무를 해왔는데, 이번 캠페인을 맡으면서 오랜만에 기획자 포지션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제안서 발표할 때나, 미팅 때만 입던 정장을 다시 꺼내 입고 출근길에 나서는 내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고 묘하게 반갑기도 하다.
단순하다. 일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2026년,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가 오늘 이렇게 조용히, 자연스럽게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