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갖고 있는 당신. 음악 창작을 위해 가장 먼저 장비를 구입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실 무슨 취미든 간에 ‘우선 세팅부터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 장비를 지금 당장 쓸 일이 있든 없든 말이다.내 실력과 무관하게 그 자체가 앞으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투자한 게 있을수록 더 오래 지속하고 싶은 보상심리가 생기기도 한다.
나는 음악을 가르치면서 장비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을 불필요하게 높이는 요소들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 내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도 녹음이나 믹싱, 마스터링에 대해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장비도 비쌌기에 그 벽을 넘는 데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누군가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최소한의 투자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먼저 말해주고 싶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도 음악 작업은 가능하다. 우선 오디오 샘플이나 DAW(음악 제작 프로그램)에 내장된 가상 악기들만 활용해서 보컬을 제외한 반주를 만들어가는 단계라면, 사실 아무것도 안 사도 된다. 컴퓨터에 내장된 이어폰 단자에 유선 이어폰을 끼우거나, 스피커를 연결해서도 작업할 수 있다. 컴퓨터 안에는 입력(녹음)과 출력(재생)을 담당하는 ‘사운드카드’라는 장치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음과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
문제는 보컬이든, 기타든 실제 악기를 마이크나 라인을 통해 직접 녹음해야 하거나, 녹음이 끝난 곡을 믹싱이나 마스터링 하면서 사운드를 세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할 경우다. 이럴 땐 사운드카드만으로는 부족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라는 장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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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어떤 장비일까?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주로 USB 단자로 컴퓨터와 연결되며, 입력(마이크 녹음)과 출력(헤드폰/스피커 재생)을 더 정확하고 고음질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컴퓨터에 내장되어 있는 사운드카드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굳이 이 장비를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컴퓨터 사용자 중에서 음악 창작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대부분의 유저가 유튜브나 멜론을 끊김 없이 듣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운드카드는 ‘음악 감상’ 수준의 품질만 유지되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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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인터페이스의 특징은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녹음된 소스의 음질, 녹음 소스를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증폭 시켜준다. 마이크에서 나온 소리는 굉장히 작기 때문에 우리가 작업에 활용하려면 증폭이 필요하다. 이때 소리를 키워주는 장치를 ’ 프리앰프’라고 부른다.
오디오 인터페이스 안에 내장되어 있는 프리앰프의 퀄리티에 따라 녹음된 사운드가 완전히 달라진다. 좋은 프리앰프는 노이즈가 적고, 소리의 크고 작음(다이내믹)의 폭이 넓어 강한 소리도 찢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음할 수 있다. 사운드카드에서의 프리앰프는 소리가 압축되고 답답하게 들리거나, 녹음 도중 쉽게 찌그러지고 깨질 수 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 출력’이다. 특히 내가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실시간으로 그 소리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소리가 늦게 들리면, 즉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정확한 연주나 녹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연 현상을 ’ 레이턴시(Latency)’라고 부른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입력된 소리를 빠르게 디지털로 바꾸고, 그 소리를 다시 아날로그(소리)로 변환하는 AD/DA 변환 성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것이다.
보통 사운드카드로는 5.5mm 단자만 연결할 수 있지만,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마이크와 스피커에 많이 쓰이는 XLR 케이블이나 TRS 케이블을 바로 연결할 수 있어 훨씬 유연하다. 또한 몇몇 인터페이스는 헤드폰 단자를 2개 이상 제공하기도 해서, 녹음하는 사람과 모니터링하는 사람이 동시에 사운드를 들으며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고급 장비는 비쌀 수 있다.
하지만 1인 기준으로 녹음하고 모니터링을 한다면 10만 원대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시작 가능하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유무가 훨씬 중요하지, 가격대에 따른 품질 차이는 초반에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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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너무 비싸서
사운드카드에 마이크를 연결해서 녹음했던 시절도 있었다. 아무리 정성껏 녹음해도 먹먹한 소스의 질감은 어쩔 수 없었고 결국은 녹음실에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가 오디오 인터페이스 + 마이크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음원 발매까지 가능한 퀄리티를 낼 수 있다.
음악을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작지만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들여놓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