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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구 Mar 23. 2019

광화문 8년 차 새내기

등 따숩고 뒤통수 따가운 내근러로 산다는 건

나는 8년 차 새내기다. 이 말도 안 되는 문장이 말이 되는 수가 있다. 바로 내가 그러하다.


2011년 12월 입사해 만 8년 만에 처음 회사로 출근하는 내근러(내근+er)가 됐다. 어영부영 세 달이 돼간다. 다음은 광화문 새내기의 적응기다.


처음 당황했던 건 오전 9시 광화문역의 풍경이었다.

머니S. 사실 이 사진은 광화문집회 당시의 사진이다. 그러나 매일 오전 9시마다 반복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뉴스에서 흔히 출근길 하면 광화문 사진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동안 각 출입처로 출근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신입사원 이후로 처음 맞이한 풍경이었다.

(그동안 회사를 들어와도 오후에 오는 일이 잦았다.)


조금이라도 계단, 에스컬레이터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나가는 사람들. 같은 이유로 열차에서 내리기 전에 마지막 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광화문역은 양쪽 끝에 출구가 있다.) 좋은 자리를 잡던 못 잡던 종종걸음을 하며 빈틈을 노려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치면 그대로 떠밀려간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계주 선수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스타in. 안돼애애애애 아마 이런 느낌? 사진은 임효준 선수

사실 지하철역은 약과였다.

사무실에선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날 괴롭게 했다.


처음엔 노트북 모니터가 신경 쓰였다.

아무래도 일과시간 중 딴짓(아마 체질인 듯)은 하기 마련.

부서에서 막내(우리 부가 그렇다)인 데다 입구 쪽에 내 자리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등 뒤를 오가는 선배들의 눈길신경 쓰였다. 괜히 뒤통수가 따가웠다. 보안 필름까지 고민해 행동에 옮기려 했으나 다행히도 그전에 깨달았다. 그네들은 내 넓은 등판에 가려 내 모니터를 볼 수 없으리란 걸.


사무실의 건조한 공기도 곤혹스러웠다.

가뜩이나 기관지가 좋지 않은 편인지라 근 한 달을 고생했다.

가습기에, 목에 좋다는 OOO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한동안 쇳소리를 달고 살았다.


네이버 쇼핑. 이를테면 이런 필름

초반 한 달은 일요일 저녁마다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 엔딩 테마를 연주하는 개콘 기타리스트의 기타를 어찌나 박살내고 싶던지. 그래도 시계는 도니까.


어느새 세 달.

사무실 책상 밑에는 슬리퍼가 마련됐고. 그동안 내 어깨를 괴롭히던 노트북은 미련 없이 회사에 두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전 기상 시간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미리 눈이 떠진다.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에서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법이 늘었다. 눈에 띄게 택시 빈도도 줄었다.


무엇보다

4대 문 도성 안의 매력을 하나하나 느끼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빌어 나간 인사동 거리. 나의 4대문 답사기는 추후 연재


예기치 못했던 인사이동, 적잖은 당황.

그 속에서도 나는 다시 또 이 문장 앞에 선 듯하다


life goes on

삶은 계속되니까.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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