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조차 행복했던
“우리가 만난 시간의 절반을 군대에서 보냈잖아.”
2년의 만남 동안 절반은 곰신이 되어 만남을 이어갔다.
그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사실이 미안했던 것 같다.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난 그 기다리는 시간들 조차 행복했으니까.
5주 간의 기다림 끝에 그 사람을 보러 갔을 때도
정성을 다해 택배 상자를 꾸미고 온갖 선물을 넣어 보낼 때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편지를 쓸 때도
달에 한 번 2-3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그 사람을 만나러 갔을 때도
심지어는 그 사람이 휴대폰을 받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보고 싶어 할 때조차
한 번도 좋지 않았던 적이,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5주 동안 기다렸던 그 사람을 만나러 갈 준비를 할 땐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보일까 고민했고, 어떤 선물을 가져가야 좋을까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들이 끝난 후 그 사람을 만났을 땐 마음이 벅찰 정도로 행복했다.
‘아, 난 이렇게나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기도 했다.
선물을 가득 채워 택배를 보내줬을 땐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고 상자를 꾸몄다.
’어떤 게 필요할까, 어떻게 해야 더 기를 살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택배 상자를 완성했을 땐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했다.
택배를 보내고 도착할 때까지 내내 그 사람의 반응을 궁금했던 시간도 좋았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편지를 쓸 때면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어떤 말을 해줘야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어떤 말로 표현해야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질까?’
하는 고민들을 하면서 한 자 한 자 적어나갔다.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달해 주고 나면 환하게 웃는 그 사람이 앞에 있었고, 난 그 모습을 보며 더 행복했다.
다음엔 더 예쁜 이야기들을 써줘야지 하는 마음도 들었다.
달에 한 번 그 사람을 만나러 갈 때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는 동안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얼른 보고 싶다, 만나면 꼭 안아줘야지, 이번엔 뭘 하고 놀까.‘ 하는 생각들로 행복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간 그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김없이 웃음이 나왔고 어김없이 달려가 안겼다.
그 사람이 휴대폰을 받는 시간까지 기다리다 한 전화는 하루도 빠짐없이 날 행복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기쁜 날엔 얼른 소식을 전하고 싶어 마음이 설레었고
유난히 힘든 날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힘이 되었고
별일 없는 평범한 날엔 그저 당연하게 행복했다.
물론 군대를 기다리면서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연락을 하지 못하니 싸우는 날엔 서로가 더 힘들어하기도 했고, 볼 수 없으니 서로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각자의 힘듦이 있을 땐 제대로 이해하고 헤아려 주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힘들었던 시간들도 나한텐 그저 좋았다.
싸우고 난 뒤엔 바로 만날 수 없으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의 힘듦을 제대로 헤아려주지 못했을 땐
어떻게 해야 힘이 될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고,
쉽지 않았지만 더 노력했다.
그 노력이 그 사람이 느끼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군대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자주 보지 못해서였을까?
전화하는 시간만 되면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서 1시간을 넘게 통화를 해도 늘 시간이 부족했다.
끊을 때면 아쉬워하며 다음날을 기약했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장문의 문자를 남겨둘 때도 있었다.
기념일에 연락을 하지 못하는 날엔 그 사람이 예약문자를 걸어두곤 했다.
처음엔 예약문자라는 것도 몰랐던 사람이 한 번 알고 난 뒤로는 기념일엔 꼭 예약문자를 보내줬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나한텐 정말 큰 행복으로 고마움으로 다가왔었다.
이렇듯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든 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행복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을까.
너무도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언젠가 너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너와 함께 한 경험들이기에 더 소중하고
네가 만들어준 시간들이기에 값지다는 걸 너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