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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Oct 19. 2018

기타큐슈 여행기 2-1

쉬는 날의 일기

블루윙 모지 뒷 편으로는 멀리 시모노세키의 관람차가 보인다.

2018.10.10


기타큐슈 여행기 2-1


 혼자 잠을 자는 게 외로웠던 걸까 새벽 내내 뒤척이고 꽤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기타큐슈 여행 중 유일하게 지하철을 타고 조금은 멀리 나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를 마친 뒤 숙소를 나섰다. (그래 봤자 2 정거장이다.) 일본에 오면 호텔 조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나는 아침에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켜먹어야 아 일본에 왔구나 하고 느끼기에 숙소 밑에 층에 바로 있는 도토루 커피로 와 미숙한 일본어로 모닝 샌드위치 세트를 시켰다. 그 시간이 9시 30쯤이었는데 작은 카페였지만 사람이 되게 많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회사원, 정체를 모를 혼자 온 사람들 (나포함) 등등.. 평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그 카페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카페를 진짜 많이 들어가면서 느꼈던 건데 일본은 노인분들이 카페에서 차 한잔과 빵, 디저트류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항상 사소하게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아침을 먹고 고쿠라 역에서 모지코까지 가는 표를 끊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배차간격이 길어 시간을 맞추지 않고 오면 20분도 기다린다는데 나는 바로 탔다. 하루의 시작이 좋다. 그렇게 모지코까지 덜컹덜컹 가고 있는데 지하철 안에는 어느새 나밖에 없었다. 분명 모지코는 기타큐슈의 인기 여행지인데 왜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까? 하며 혼자 있으니 셀카도 맘껏 찍고 놀았다. 오늘 하루 종일 나밖에 없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모지코의 도착한 뒤 철도 박물관을 향해 가는 도중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발견해서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박물관에 음식물을 못 들고 들어 갈 것 같아서) 식욕을 참지 못하고 구매했다. 철도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 다 먹으려고 허겁지겁 먹으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주위에 또 나밖에 없었다. ‘ 그래 기타큐슈는 한국인이 그렇게 많지 않댔어, 신경 쓰지 말자. ‘ 하고 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셔터가 굳게 내려져있었다. 하하하. 안내문을 읽어보니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게 한 달에 한번 내지는 두 번인 것 같았다. 난 그게 이번 주 일지는 몰랐지. 하하하하하. 물론 내 탓이 크다. 블로그에서 모든 정보들을 알고 가면 가뜩이나 기타큐슈가 작은 여행지라서 흥미를 잃을 것 같아 교통편 빼고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갔기 때문에… 어쨌든 박물관이 닫힌 덕분에 아이스크림을 여유롭게 먹으며 그 유명한 모지코 레트로를 향해 갔다. 이상했다.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날을 잘 잡았다, 비도 오고 운치 있다 하하 하면서 전망대도 가보고.. 상점들도 다 들어가 보고, 멍하니 앉아있기도 해 보고 그렇게 돌고 돌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한국에서부터 기대하고 있던 야끼 카레를 먹으러 미리 봐 둔 가게로 들어갔다. 작년인가 올해 초에 친언니가 갔었던 카레집인데 주인분이 무척 친절하다고 하시기에 나도 가봐야지 하고 찾아갔던 것이다.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서툰 한국어로 친절하게 맞아주셨고 다 먹고 난 뒤엔 전망대 할인권까지 얻을 수 있었다. 먹고 전망대 갈걸… 나도 오랜만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서툰 일본어로 작년에 언니가 이곳에 왔고 추천해줘서 왔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매우 감동하시며 기쁘다고 대답해주셨다.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내 일본어의 한계는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가게를 빠져나왔다.


일본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기라도 한 건지 굉장히 뭔가를 많이 했는데 아직도 3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다. 첫날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시계가 3시가 안되었다. 물론 여행자의 입장에서 좋기는 했지만 조금 심심하기도 했다. 다시 모지코 레트로 쪽으로 와서 ‘블루윙 모지’라는 개폐식 다리를 보며 앉아있었다. 주위에는 할머님 분들이 그 다리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나도 그림을 그려 볼 작정으로 펜과 종이를 갖고 왔지만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계신 분들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안 하고 있었기에 그분들이 반가웠어도 부끄러워 속으로만 말을 걸었다. ‘ 저도 여기서 그림을 그릴 거예요, 같이 그려요, 반가워요, 스고이! ’ 지금 생각하면 진짜 옆에 앉아 말이라도 걸어볼 걸 그랬다. 비가 조금씩 더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그림을 급하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까지 그렸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서 예정에 없던 시모노세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수요일은 가라토 시장 (짠내 투어에 나왔던 수산시장. 주말에는 초밥을 팔지만 평일엔 팔지 않는다. 안 가려던 이유 중 하나. 초밥을 사랑하지만 먹을 수 없기에..) 이 열지 않아서 가지 않으려 했지만 그래도 분위기만 느끼고 오자하며 배를 탔다. 그런데 진짜 이게 무슨 일인지 배도 나 혼자 탔다. 리얼 나 혼자 배 탔다. 사람 한 명을 태운 배는 힘차게 시모노세키를 향해 항해했고. 난 누군가 타겠지 하고 배 맨 꼭대기에 앉아있었고 그렇게 등대처럼 굳건히 서서 혼자 갔다.


시모노세키에서도 나 혼자 여행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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