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일기
2018. 10. 10
기타큐슈 여행기 2-2
시모노세키에 도착을 한 뒤, 물론 시장이 닫혔을 걸 알았지만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라토 시장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의외로 연 가게들이 많이 있었고 초밥만 안 팔았을 뿐이지 여러 해산물들을 팔고 있었다. 닫힌 가게들도 물론 있으니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혼자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에 좋았다. 시장에서 나와 잠시 강을 바라본 뒤 하이! 요코초라는 작은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어서 다리가 매우 아팠지만 가서 관람차라도 타며 경치를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에 참고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되로 되지 않는다. 하하하하 어쩐지 모지코에서 배를 타고 오면서 보인 관람차가 안 움직이는 것 같았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공원은 또 굳게 닫혀 있었다. 이렇게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을 직면할 때마다 혹시 이거 트루먼 쇼 인가? 지금 누가 내 계획을 다 조종하는 건가?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 시모노세키까지 왔는데 다른 유명한 카페를 가보자! 하면서 네이버 검색을 했다. 그래서 한 카페를 골랐는데 가라토 시장 쪽에 있는 카페여서 다시 그 길을 걸었다. 다리야 미안해.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시간이 여유로워져서 (그야 문을 다 닫았으니까) 그림을 조금 그리다가 배를 다시 타고 모지코로 돌아와 조금 더 걸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패밀리 마트를 봤는데 일반 패밀리 마트와는 다르게 검은색에 가까운 간판이어서 뭘까 하고 찾아봤더니 오래된 건물의 색과 어울리도록 간판의 색을 그렇게 바꾼 것이라는 블로그의 글을 보게 되었다. 이런 게 바로 일본의 공공디자인..? 하고 감탄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전철을 타고 고쿠라로 돌아왔다.
저녁은 간단하게 초밥을 먹으려고 고쿠라 역 아뮤 플라자 6층에 있는 한 초밥집으로 들어갔다.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면 회전초밥이 내 테이블 안 쪽까지 배달되는데 혼자 먹기에 정말 편리한 스타일이었다. 꽤 먹은 뒤 마지막 접시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장어초밥을 주문했고 입 안에 넣자마자 정말 환상적인 맛을 느꼈다. 이 동네 장어 잘하네! 의 기운을 느끼고 내일 아침은 장어 덮밥을 먹어야겠다의 결론까지 도달 하자 환전해 둔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 선물도 사야 하는데.. 언니가 여행 가면 아빠 옷을 사 와서 나한테도 뭔가 기대를 하고 있을 텐데.. 그러다가 언니와 통화를 하게 되었고 언니가 ‘마스터카드 써! 내가 장어덮밥은 사줄게!’라고 말하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알겠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와서도 내일 아침 장어덮밥을 먹을 생각에 설레면서 잠이 들었는데, 깨자마자 며칠 전에 신용카드를 하나 만든 뒤 마스터 카드를 지갑에서 빼놓고 그 카드를 대신 넣어 놨던 게 생각이 났다. 그 카드는 마스터 카드가 아니었다.
정말 이거 트루먼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