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의 일기
2018.10.11
기타큐슈 여행기 3
나에게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우울해졌으나, 곧 괜찮아졌다. 다른 맛집인 스케상 우동으로 가 아침을 먹을 생각에! 여행 오기 전에 산 다홍색 니트를 꺼내 입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가게에 도착해 닭고기 오니기리와 우엉 튀김 우동을 시켜 먹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혼자 음식 먹는 영상을 타임랩스로 찍어서 올린 게시물들을 많이 봐서 나도 혼자 온 김에 도전해 보려고 했으나, 초점도 안 맞을뿐더러 내 몸안에 연예인의 자아가 따로 있는 건지 자꾸 카메라 의식을 하게 되길래 그만뒀다. 우동의 양이 꽤나 많아서 다 먹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또 아쉽다. 다 먹을 걸…
아침을 우동으로 해결한 뒤 탄가 시장을 향해 걷다 보니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서 탄가 시장 앞쪽에 있는 ‘탄가 커피’에서 ‘탄가 아이스 블렌드’를 시켜 맛보았는데 굉장히 탄가 시장에 온 관광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게가 협소하고 안에는 나와 사장님밖에 없어서 굉장한 적막이 흘렀다. 다음엔 꼭 일본어 회화를 마스터하고 대화를 하리라!
탄가 시장은 아침인데도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다. 생기가 넘치던 시장을 뒤로하고, 역으로 가서 꼭 타보고 싶었던 모노레일을 타고 차차 타운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한 정거장 밖에 하지 않아서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도 온 김에 타야지! 하고 십 분을 기다려 모노레일에 탑승했는데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5초 뒤에 도착했다. 게다가 차차 타운까지 10분 더 걸어야 했다. 이럴 거면 모노레일 타고 탄가 시장 갔다가 걸어 다닐걸.. 하는 후회를 안고 차차 타운에 도착했다. 차차 타운에서 카디건을 사려고 옷가게에 들어가는데 첫날 공항에서 문제였던 신발 때문에 또 도난방지기에서 소리가 울렸다. 나 때문에 울린 게 아닌 척, 태연한 척하며 카디건을 구매 한 뒤 도난방지기가 없는 문으로 나왔다. 이 신발 대체 뭐가 문제야? 엉엉
고쿠라 역으로 돌아와서 언니 줄 빵을 사고, 호텔에 맡겨놓았던 캐리어를 찾아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웠다. 분명 혼자 외롭기도 했고, 호텔에서 잠도 설쳤지만 이제 점차 혼자 여행하는 것이 재밌어지던 찰나였는데 떠난다는 것이. 항상 여행을 하면 ‘하루’ 가 더 간절해지는 것 같다. 하루만 더 여행을 한다면 더 재미있을 텐데, 더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버스가 왔고 40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엔 사람이 매우 없어서 한가로웠다. 수속을 하고 면세점 물품을 구경 좀 하다가, 진에어 탑승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 한 족욕시설로 갔다. 오늘 아침부터 많이 걸었기에 얼른 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서 급하게 행동했더니 역시나 바지를 걷지도 않고 물속으로 발을 넣었다. 바지 밑단이 다 젖어서 새로운 디자인이 되었다. 신개념 족욕 에디션 한정판 바지. 행복하다 하하. 다시 바지를 걷은 뒤 한 십분 있다가 족욕장도 문을 닫는다고 해서 밑에 층으로 내려와 밥을 먹었다. 혼자 카레를 먹고 있는데 주변이 썰렁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인들이 아무도 없었다. 살짝 불안해진 마음에 시계를 보니 아직 비행기 출발 시간까진 꽤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불안해진 내 마음이 혹시..? 나 모르게 비행기가 앞당겨졌다면? 나에게만 알람이 안 온 거라면? 내가 방송을 못 들은 거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카레를 빨리 먹은 뒤 탑승동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엔 모든 한국인이 심심해하며 미리 대기 중이었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인들..
돈이 조금 남아 대기하면서 먹으려고 자판기에서 복숭아 맛 물을 뽑아 먹으려고 했는데 하필 그것만 품절 상태였다. 그래서 레몬맛 탄산수를 뽑아서 먹고 있는데 흡연구역 쪽에 다른 자판기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곳 자판기의 복숭아 물은 품절이 아니었다. 역시 끝까지 이렇게 운이 좋다.
몇 분 후에 비행기를 타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사다난 한 혼자 여행이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고 즐거웠다. 또 이 여행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