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 Nov 08. 2018

기타큐슈 여행기 마지막

쉬는 날의 일기

공항버스를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다른 버스들을 보며 기타큐슈 버스는 색이 무지개빛깔 백설기같네...라고 생각했다. 이런 느낌의 버스였는데 사진을 안찍어놔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2018.10.11


기타큐슈 여행기 3


 나에게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 우울해졌으나, 곧 괜찮아졌다. 다른 맛집인 스케상 우동으로 가 아침을 먹을 생각에! 여행 오기 전에 산 다홍색 니트를 꺼내 입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가게에 도착해 닭고기 오니기리와 우엉 튀김 우동을 시켜 먹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혼자 음식 먹는 영상을 타임랩스로 찍어서 올린 게시물들을 많이 봐서 나도 혼자 온 김에 도전해 보려고 했으나, 초점도 안 맞을뿐더러 내 몸안에 연예인의 자아가 따로 있는 건지 자꾸 카메라 의식을 하게 되길래 그만뒀다. 우동의 양이 꽤나 많아서 다 먹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또 아쉽다. 다 먹을 걸… 


아침을 우동으로 해결한 뒤 탄가 시장을 향해 걷다 보니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서 탄가 시장 앞쪽에 있는 ‘탄가 커피’에서 ‘탄가 아이스 블렌드’를 시켜 맛보았는데 굉장히 탄가 시장에 온 관광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게가 협소하고 안에는 나와 사장님밖에 없어서 굉장한 적막이 흘렀다. 다음엔 꼭 일본어 회화를 마스터하고 대화를 하리라! 


탄가 시장은 아침인데도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다. 생기가 넘치던 시장을 뒤로하고, 역으로 가서 꼭 타보고 싶었던 모노레일을 타고 차차 타운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한 정거장 밖에 하지 않아서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도 온 김에 타야지! 하고 십 분을 기다려 모노레일에 탑승했는데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5초 뒤에 도착했다. 게다가 차차 타운까지 10분 더 걸어야 했다. 이럴 거면 모노레일 타고 탄가 시장 갔다가 걸어 다닐걸.. 하는 후회를 안고 차차 타운에 도착했다. 차차 타운에서 카디건을 사려고 옷가게에 들어가는데 첫날 공항에서 문제였던 신발 때문에 또 도난방지기에서 소리가 울렸다. 나 때문에 울린 게 아닌 척, 태연한 척하며 카디건을 구매 한 뒤 도난방지기가 없는 문으로 나왔다. 이 신발 대체 뭐가 문제야? 엉엉 


고쿠라 역으로 돌아와서 언니 줄 빵을 사고, 호텔에 맡겨놓았던 캐리어를 찾아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웠다. 분명 혼자 외롭기도 했고, 호텔에서 잠도 설쳤지만 이제 점차 혼자 여행하는 것이 재밌어지던 찰나였는데 떠난다는 것이. 항상 여행을 하면 ‘하루’ 가 더 간절해지는 것 같다. 하루만 더 여행을 한다면 더 재미있을 텐데, 더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버스가 왔고 40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엔 사람이 매우 없어서 한가로웠다. 수속을 하고 면세점 물품을 구경 좀 하다가, 진에어 탑승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 한 족욕시설로 갔다. 오늘 아침부터 많이 걸었기에 얼른 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서 급하게 행동했더니 역시나 바지를 걷지도 않고 물속으로 발을 넣었다. 바지 밑단이 다 젖어서 새로운 디자인이 되었다. 신개념 족욕 에디션 한정판 바지. 행복하다 하하. 다시 바지를 걷은 뒤 한 십분 있다가 족욕장도 문을 닫는다고 해서 밑에 층으로 내려와 밥을 먹었다. 혼자 카레를 먹고 있는데 주변이 썰렁하길래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인들이 아무도 없었다. 살짝 불안해진 마음에 시계를 보니 아직 비행기 출발 시간까진 꽤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도 불안해진 내 마음이 혹시..? 나 모르게 비행기가 앞당겨졌다면? 나에게만 알람이 안 온 거라면? 내가 방송을 못 들은 거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카레를 빨리 먹은 뒤 탑승동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엔 모든 한국인이 심심해하며 미리 대기 중이었다. 역시 부지런한 한국인들.. 


돈이 조금 남아 대기하면서 먹으려고 자판기에서 복숭아 맛 물을 뽑아 먹으려고 했는데 하필 그것만 품절 상태였다. 그래서 레몬맛 탄산수를 뽑아서 먹고 있는데 흡연구역 쪽에 다른 자판기가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곳 자판기의 복숭아 물은 품절이 아니었다. 역시 끝까지 이렇게 운이 좋다. 


몇 분 후에 비행기를 타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사다난 한 혼자 여행이었지만 나름대로 행복했고 즐거웠다. 또 이 여행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살아가겠지! 

이전 08화  기타큐슈 여행기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