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을 보자 단막극을 보자
그 유명한 퐁당퐁당 LOVE를 이제야 봤다.
보는 내내 그리고 다 보고 나서 내 마음은 "이래서 다들 퐁당퐁당 LOVE 하는 구만!!!!!"
로코 장르에 타임슬립 + 조선시대 + 역사 속 인물이라는 판타지를 섞었는데
설정이나 스토리라인이 어렵거나 과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이 없었다.
캐릭터들도 굉장히 매력있고 김슬기의 찰떡같은 연기에 얼마나 웃었는 지 모른다.
나도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로그라인 : 수학 포기자인 고3 소녀 '단비'가 수능 당일 가뭄의 조선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수학에 목마른 왕 '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웨이브에서 발췌)
좀 더 자세한 스토리 라인은 이렇다. 복기하면서 5단계를 나누어 보았는데 스포가 싫다면 안 읽는 것을 추천한다.
발단
19살, 고삼 단비는 공부도 별로 못 하고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수능 당일 시험 째려고 도망치다가 왠 물웅덩이를 발견,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끌려 퐁당 빠진다
전개
그곳은 바로 기우제를 지내던 조선!!!!!!!!!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단비는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거기선 천재 지니어스라서 이도를 돕는 조건으로 내시인 척 궁에서 지낸다> 대신 비가 오면 떠나기로 한다 > 이후 이런 저런 다양하고 익사이팅한 일들을 겪으며 알콩달콩 가까워지고 둘은 감정이 싹튼다...! > 단비는 이도를 좋아하는 것을 자각했고 왕은 단비가 여자인 걸 진즉 알고 있었고 > 비가 오면 떠나는 것만 빼면 잘 풀리나 했는데...
위기
왕후의 아빠가 한글 창제를 반대해서 집현전에 불 지르고 단비를 죽임 > 단비는 사실 수학의 정석으로 목숨을 구했다 > 그렇게 이도의 방해꾼도 없어지는 데
절정
결국 비가 오는 날... 둘은 이별하기 위해 함께 바다에 간다 > 그리고 바다에서 서로의 마음을 한번 더 확인하고 퐁당... > 미래, 현실, 서울로 돌아온 단비는 도망치던 자신을 다잡고 수능 시험을 본다
결말
시간이 지나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단비, 자신이 겪었던 일을 꿈이라고 소영에게 얘기했고 소영이 그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렸는데 반응이 좋다 > 그리고 어느 비오는 날, 비를 맞는 단비에게 이도가 우산을 씌워주며 둘은 다시 만난다
극 자체는 유쾌하지만 사실 기저에는 새드의 감정이 깔려있다.
시청자는 둘이 분명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게 비가 오는 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단비와 이도가 가까워져도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시리다.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그래 너희 어차피 좀 있으면 헤어져야 되는데 놀 때 빨리 놀고 맘껏 행복해라 이런 느낌이다.
동시에 언제 어떻게 둘이 헤어질 지 그리고 다시 재회할 지, 재회한다면 또 언제 어떻게 만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은 계속 가져간다. 이것이 타임슬립 로맨스의 묘미인 듯 하다.
사람을 울리는 것만큼 어려운 게 사람을 웃기는 것인데 퐁당퐁당러브는 시종일관 웃기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 다 재밌다.
장단비는 천진난만하고 활동적이고 거침없다. 대한민국의 여고생하면 생각나는 스테레오 타입이 좀 녹아들어있다. 무엇보다 김슬기 연기가 정말 좋았다.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귀여운 지 모르겠다. 이도는 왕이지만 엄금진하기 보다 솔직하고 어떻게 보면 하찮다고 보일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떡볶이를 먹고 다음 날 항문에 불나서 괴로워한다든가... 단비와 구구단을 하다 딱밤을 맞는다거나. 윤두준과 정말 잘 어울렸고 윤두준이어서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 지 모르겠는데 1부보다 2부에서 윤두준 연기도 좋아진 느낌.
안효섭이 맡은 박연 캐릭터는 구구단씬에서 피리를 부는 데 그게 정말 웃겼다. (박연인 건 결말쯤에 나온다. 이름이 밝혀질 때도 소름!)
원래 본인은 웃기려고 의도하지 않고 무표정에 억양의 큰 변화없이 툭툭 던지는 말이 웃긴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었다. 최근 사내맞선을 정주행하고 있는데 그거 보고 퐁당퐁당러브 보니까 안효섭 연기가 정말 많이 늘었더라.
진기주가 맡은 소현왕후도 보통의 중전같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권력욕, 야망, 단비에 대한 시기는 없고 궁궐에서 외로워하는 한 사람, 순수한 한 사람으로 담겼다. 또한 이도처럼 어찌 보면 하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몰래 불닭볶음면을 먹는 중전이라니? 슈룹이 생각나기도 했다.
비중은 당연히 김슬기와 윤두준가 압도적인데 스며드는 안효섭과 진기주 이야기도 좋았다. 분량이나 서사도 딱 적당했다.
퐁당퐁당러브는 특히 결말도 좋다는 반응이 많다.
초반에 단비가 버스에서 문제집을 떨어뜨리고 누군가 주워주는데 주워주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았다.
손이 나오는 순간 남주각? 했는데 안 비추길래 그냥 쓴 걸까? 무슨 의도일까? 눈여겨봤는데
결말에서 문제집을 주워주던 손의 주인이 이도인 게 밝혀진 순간, 심장 터졌다.
이렇게 마지막에 회수하는 구나. 이걸 의도했구나!
게다가 이도 얼굴 보여줄 때 늑대의 유혹 우산씬 패러디는 정말이지 아련함 최고치에 치달아서 과몰입해있던 감정을 환기시켜주었다.
그리고 더 길게 설명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의 모습만 계속 담았다. 만약 이도가 너 없는 조선에서 얼마나 기다렸는 지 같은 말을 한다거나 단비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면 감동이 덜했을 것 같다.
이런게 침묵의 미일까?
추가로 영상미도 얘기하자면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예쁜 장면이 많았다.
이도와 단비가 밤하늘을 함께 보던 씬, 바다에서 하는 키스신, 단비와 중전이 한복 치마를 오리고 대보던 씬 등. 모든 게 스토리와 잘 어우러져서 그런가 기억에 잘 남는다.
퐁당퐁당LOVE는 간만에 편하게 본 로코였다. 그리고 2부작 구성은 퐁당퐁당LOVE처럼 해보겠다고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