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의 장벽은 높았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사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니깐 두렵기만 했다. 무언가에 짓눌리는 기분이 하루 온종일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주머니 속에 동전을 만지작거렸다. 동전 두 개가 주머니에서 찰랑거렸다. 동전 두 개로 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떠올렸지만 도서관에 설치된 자동 커피 판매기에 커피 한 잔이 고작이었다. 자판기에 동전 두 개를 넣었다. 커피 한 잔이 내려왔다.
'이 커피 한 잔에 내 영혼이 깨어났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문득 집을 나설 때 들었던 엄마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들, 네 어깨에 많은 짐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엄마가 아들에게 해준 최고의 격려였지만 아들은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커피 한 잔을 비우고 도서관에 내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쳤다. 점심 대신 마신 커피 한잔에 속은 쓰렸지만 영혼은 깨어 있었다.
열린 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과 함께 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왔다. 처음엔 내 눈을 의심했지만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진짜 새라는 사실을 알았다. 몇몇 사람은 자리에 일어나서 새를 피했다. 어떤 사람은 새를 향해 거칠게 손짓하며 고함치기도 했다. 낯선 세상에 들어온 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렸다. 허공에 날개 짓만 할 뿐이었다. 누군가 큰 막대기를 들고 새에게 다가갔다.
"훠이 훠이,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나가야지!"
새는 벽에 부딪쳤다. 정신을 잃은 새는 책상 위에 떨어졌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 새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책상 위가 미끄러워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날개를 다시 펼쳐보지만 소리만 요란할 뿐 날아오르지 못했다. 다시 날아오르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문득 새가 내 모습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다시 새가 날개를 펼치고 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리에 일어섰다. 새에게 다가가지 않고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한쪽만 열려 있던 창문을 하나씩 더 열기 시작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사람도 일어서서 창문을 열었다. 잠시 뒤, 센 바람이 들어왔다. 창문 밖에 거인이 큰 입김을 불어주는 것 같았다. 책상 위의 가벼운 물건들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바람의 기운을 느꼈을까? 날지 못했던 새는 다시 날개를 펼쳤다. 큰 바람을 붙잡고 일어선 새는 진짜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날아올랐다. 바람은 새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었다. 생기를 찾는 새는 열린 창문 너머로 날아갔다. 태어나 처음으로 날갯짓하는 것처럼 창공을 힘차게 날아올랐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서관에 앉아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도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충분하지 못해 날개를 펼칠 수 없었던 새처럼, 그래서 바람을 타고 일어서지 못했던 새처럼, 나는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 곳에서 두려움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큰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진짜 하늘이 있는 곳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멋진 날개가 있을 거야, 아직 날개를 펼치지 않은 것뿐이야.'
나는 도서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새가 날아 오른 하늘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손 끝으로 바람을 느끼며 잠시 동안 눈을 감았다.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조금 전까지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졌다. 그리고, 내 등 뒤에 작은 날개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