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시작의 실패 05
PART 1. 시작의 실패 04
블로그를 시작하고 첫 글을 올린 날을 기억한다.
공들여 쓴 글이었다. 주제도 잘 잡은 것 같았고, 문장도 몇 번이나 다듬었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서 한 시간쯤 뒤에 통계를 확인했다. 조회수 3. 이웃도 없고, 댓글도 없었다.
다음 날 다시 확인했다. 조회수 5.
3일 뒤엔 7이었다.
그 숫자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맞는 건가.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가.' 두 번째 글을 써야 할 시간에 나는 다른 블로그의 통계 자랑 글을 읽고 있었다. 한 달 만에 이웃 천 명, 세 달 만에 애드포스트 수익 발생. 그런 글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첫 글을 올린 지 일주일 만에 블로그를 닫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가 얼마나 이상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글 한 편을 올렸는데 독자가 몰려오길 바랐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첫날부터 반응이 있길 기대했다. 그게 없으니 블로그가 안 되는 거라고 판단했다.
식당을 새로 열었는데 개업 첫날 손님이 없다고 가게 문을 닫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블로그는 그렇게 했다. 첫 주에 조회수가 없으면 이미 실패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급함은 항상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충분한 시간을 주기 전에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블로그에는 소위 '샌드박스' 기간이 있다.
플랫폼이 새 블로그를 신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검색 노출이 잘 되지 않는 시기가 초반에 존재한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 블로그가 꾸준히 운영될지, 어뷰징은 없는지, 콘텐츠의 품질이 유지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그 기간이 블로그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글이 어느 정도 쌓이기 전까지는 유입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나는 그걸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야 그만두는 게 합리적인 결정처럼 느껴지니까.
첫 10편을 쓰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조급함이 아니다. 정확히는, 조급함을 정당화하는 방식에 있다.
조회수가 없으면 — 주제가 잘못됐다고 결론 낸다.
댓글이 없으면 — 글이 별로라고 단정한다.
이웃이 안 늘면 — 나는 블로그 체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부 틀렸다. 그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글이 열 편도 안 쌓인 블로그는 아직 시작도 안 한 것이다.
포기할 이유를 찾는 것과 블로그가 안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급한 사람은 늘 포기할 이유를 먼저 찾는다.
한 가지 실험을 해봤다.
포기하지 않고 글을 30편까지 써본 블로그가 있었다. 딱히 기대 없이, 그냥 써보자는 마음으로. 처음 열 편은 조회수가 거의 없었다. 스무 편쯤 됐을 때 검색 유입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서른 편이 됐을 땐 특정 글 하나가 갑자기 퍼지면서 하루 조회수가 몇 배로 뛰었다.
그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느꼈다. 아, 버텨야 보이는 것들이 있구나.
첫 열 편은 독자를 위한 글이 아니다. 나 자신이 이 블로그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원하면, 영원히 첫 글만 쓰다 끝난다.
지금 블로그 글이 열 편이 안 된다면, 아직 아무것도 판단하지 마라.
조회수도, 이웃 수도, 반응도. 그 숫자들은 지금 당신의 블로그를 평가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 너무 이르다.
딱 한 가지만 물어보길 바란다. 나는 지금 계속 쓰고 있는가.
그것만이 이 시점에서 유일하게 유효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