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겠다고 다짐하면 왜 3일 만에 끝나는가

PART 2. 운영의 실패 06

by 행간 HanggaN

새 블로그를 만들 때마다 나는 꼭 이 말을 했다.

"매일 한 편씩 올릴 거야."

왜 그랬을까. 성공한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꼭 이런 문장이 나온다. 초반 6개월은 무조건 매일 올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 양이 질을 만든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도 매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날은 썼다. 둘째 날도 썼다. 셋째 날은 퇴근하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내일 두 편 올리면 되지, 라고 생각했다. 넷째 날은 밀린 한 편을 쓰는 것도 버거웠다. 다섯째 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 패턴을 나는 여러 번 반복했다.


매일 쓰겠다는 다짐이 3일 만에 끝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훨씬 가혹한 목표다. 퇴근하고 밥을 먹고 씻고 나면 남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 시간에 글감을 고르고, 구성을 잡고, 초고를 쓰고, 다듬어서 발행한다. 하루 이틀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게 30일, 60일 이어지려면 글쓰기가 이미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매일 쓰기는 준비운동도 없이 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끊겼을 때 생기는 일이다.

매일 쓰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하루를 빠지면, 그 하루가 단순한 결석이 아니라 실패처럼 느껴진다. 연속성이 깨졌다는 감각이 생각보다 크게 작동한다. 이미 망했다는 생각, 어차피 못 할 거라는 생각. 그래서 다음 날도 안 쓰게 된다. 이틀이 사흘이 되고, 사흘이 일주일이 된다.

매일 쓰기의 가장 큰 함정은 목표 자체가 아니라, 그 목표가 실패에 너무 취약한 구조라는 데 있다. 단 하루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지는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이 사람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매일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그들도 처음부터 매일 쓴 게 아니었다. 처음엔 주 2회, 그다음엔 주 3회, 그렇게 쓰는 빈도를 늘려가다 어느 시점에 매일이 된 것이다. 글쓰기가 습관이 된 다음에 빈도를 올린 것이지, 처음부터 매일로 시작한 게 아니다.

나는 그 순서를 뒤집었다. 습관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높은 빈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무너졌다.


루틴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빈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주 1회라도 6개월을 쓴 블로그와, 매일 쓰겠다고 다짐하고 3일 만에 끝난 블로그. 어느 쪽이 더 많은 글을 남길까. 어느 쪽이 더 오래 살아남을까.

답은 너무 뻔하다. 하지만 시작하는 순간엔 늘 매일을 선택한다. 설레기 때문이다. 비장하게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 설렘이 루틴을 죽인다.

지속 가능한 루틴은 설레지 않는다. 조금 시시하고, 조금 여유 있고, 빠져도 금방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지금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매일 쓰겠다고 다짐했다면, 그 다짐을 한 번 바꿔보길 바란다.

매일 대신 주 2회. 한 편 대신 짧아도 괜찮다는 조건. 빠졌을 때 자책하지 않는다는 원칙.

이 세 가지가 매일 쓰겠다는 비장한 다짐보다 블로그를 훨씬 오래 살린다.

좋은 루틴은 나를 채찍질하지 않는다. 나를 다시 앉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