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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23. 2016

[프로기] 네가 저지른 빈말, 핵 안보

[행간읽기] 2016. 9. 23. by 프로기 




"네가 저지른 빈말, 핵 안보"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핵 무장에 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늘은 ‘전술핵’ 재배치를 논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입니다. 


2. 이슈 디테일


2-1) N.Korea 와 북한 

북한의 핵 실험을 지난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명한 방향을 가리켜 왔다. 이는 2006년 10월 첫 핵무기 관련 실험을 실시한 이후로 지속되어온 것이다. 북한 핵 실험은 그 속도가 빨라졌다. 두 번의 핵 실험과 여러 번의 미사일 플랫폼 실험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북한은 핵 실험과 관련한 경고는 줄어든 반면, 핵무기 전달 능력은 확장되었다. 

[The Guardian, 2016년 9월 11일] North Korea nuclear ambition lives in the gap between US and China – so close it

프로기: N.Korea는 오래전부터 핵 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한편, 북한은 그렇지 못했죠.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가디언 지 기사 내용처럼, 외신과 국제 학계에서는 일찌감치 북한이 핵 무장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여러 가지 근거가 있지만, 요약하자면 비교적 납득할만한 시기를 두고 꾸준히 핵 실험을 진행했고, 규모나 종류 면에서도 계속해서 발전을 이룬 증거가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과 정부는 북한의 핵 무장 가능성을 외면했습니다. 올해 제4차 핵 실험이 있기 전까지는 북한의 거짓 선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주류로 다뤄졌죠.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실제 북한의 군사 능력을 몰랐을 리 없다고 믿습니다. (혹은 믿고 싶습니다. 단 한 번도 북의 핵실험을 사전 탐지하지 못했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이것은 정부만 알고 있으면 안 되는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전쟁 중인 국가에서 상대국이 ‘핵무기’를 갖춘 것이 분명한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만 이를 ‘루머’로 믿고 있었다니요. 
저는 2014년 워싱턴 D.C. 에서 북한 관련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 언론만 보고 철석같이 북한의 군사 능력을 무시해왔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거든요. 외신이 다룬 북한(N.Korea)는 객관적인데 반해서, 한국 언론이 다룬 북한은 비교적 덜 객관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건 위험한 안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2) 전술핵 재배치 

프로기: 그런 점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전술핵 재배치’ 이슈를 다뤄보려 합니다.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로, 말싸움하듯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될 것입니다.


A. 현재 상황

지금 미국에서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해도 미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방어는 한국인 스스로가 책임지라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미국 본토 어디로든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날릴 수 있게 된 김정은이 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북-미 평화조약’을 제안한다고 해도 정부는 한미동맹만 믿고 있을 것인가. 

[동아일보, 2016년 9월 22일] [사설] ‘전술핵’ 여야 촉구에도 한미동맹만 되뇌는 안보당국


“확장 억제의 개념을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정부 관계자는 20일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어떻게 믿느냐’, ‘북한이 핵을 발사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이 안 도와주면 어떻게 하느냐’ 등 항간에서 제기되는 의문들에 대해 이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확장 억제는 말 그대로 미국 본토에 적용되는 핵 억제(deterrence)를 동맹국에까지 확장(extended)해서 적용한다는 뜻으로, 결국 핵 공격에 대해 동맹국을 미국 본토와 똑같은 수준으로 방어해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확장의 의미를 ‘같은’(same)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결국 ‘미국 방어와 같은 수준의 억제’가 되는 셈이다. 

“미국이 북한의 초보적 핵무기가 겁나 동맹국인 한국과의 공약을 못 지킨다면 미국이 현재 맺고 있는 모든 동맹이 불신을 받게 될 것”이라며 공약에 대한 불신은 기우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2016년 9월 20일] “‘확장’ 의미는 美 방어와 같아 불신은 국가간 공약 과소평가”


몇 달 전 경험 많은 외교관에게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고 북핵 실전 배치가 현실이 됐을 때 벌어질 일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외교관은 잠시 뜸을 들인 뒤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타격"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對北) 예방타격을 상상 속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중략)

최선은 북핵 폐기와 미·북 수교, 유엔과 미·중 보장에 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고 최악은 주한미군 철수 조건의 북핵 동결일 것이다.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해도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해 살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엔 격변이 불가피하다.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중략)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장 이상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우리 한계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체제가 아니고 그럴 결의도 없다. 당장 전술핵 재배치에 미국이 동의한다 해도 주민 반대로 어디 갖다 놓을 곳도 없을 것이다. 재래식 군사 대비나마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조선일보, 2016년 9월 22일] '北爆부터 核인질까지' 마음의 준비 해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3일 "(한·미) 양국의 정상, 더 중요하게는 군사 전문가들이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6자회담 미국 측 대표도 겸하고 있는 김 대표가 국내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와 관련해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조선일보, 2016년 9월 14일] 美 "전술핵 재배치 필요없다"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이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든 핵무장론은 비현실적이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중략) 

핵무장론의 현실적 제약은 이것 말고도 많다. 예컨대 핵무장은 미국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지 않는 한 완성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핵무장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남한에 핵무기가 있다고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할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핵 개발의 명분을 제공하고 남북간 핵 능력 고도화 경쟁만 촉진시킬 것이다. 이는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략) 

집권세력이 제기하는 핵무장론은 시민의 북핵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편승한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나라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집권세력이 안보의 관점을 포기하고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중략) 

[경향신문, 2016년 9월 22일] [사설]여야 정치인의 핵무장론,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이다


프로기: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쪽은 북한이 핵을 실전 배치한 후에, 미국과 1:1 협상 테이블을 열게 될 경우를 가정합니다. 그럴 경우 미국이 대한민국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있으니, 그전에 우리도 무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동아일보의 사설을 보면 핵무장 지지 의견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핵 무장에 회의적입니다. 비현실적이고, 공멸을 초래할 가능성이 훨씬 높죠. 정치적으로도, 협약에 의해서도, 국제사회의 룰에 의해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같은 보수 정론지이지만,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사설과 칼럼을 통해 ‘핵 무장을 주장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에 동의하는 바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신문과 뉴스에서 ‘전술핵 재배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전 경향신문의 지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자꾸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마치 용감한 전사처럼 나서는 모습들이 정말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B. 정치인 이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가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북한 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 겁니다. 시작은 야당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북한에게 공포의 균형을 안겨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당장 우리가 핵무장을 할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을 제거할 때까지만 한시적, 조건부로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합니다. 조건부 한시적이니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SBS, 2016년 9월 22일] 전술핵 재배치 요구…핵무장론 대안 부상


찬성 예,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에 '공포의 균형'을 안겨주면서도 북한이 핵을 제거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하겠다는 것”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도 대정부 질문자로 나서 "(군) 선배, 후배들과 전화 통화해보니 전부 '핵무장을 하자'고 했다"면서 "상대방이 핵을 가졌다고 하면 (우리 혼자 지키는) 비핵화라는 게 무슨 의미냐"고 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서라면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 김정은 정권 붕괴 등 가능한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


반대 예,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한반도에서 (핵을 통한) '공포의 균형'은 성립하지 않는다"

더민주 김경협 의원은 "핵무장론은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한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한정 의원도 "안보의 목표가 전쟁이냐, 전쟁 방지냐"고 했다.

[조선일보, 2016년 9월 22일] 국회 정보위장 "선제 타격 검토"… 野도 "전술핵 재배치"

프로기: 너무 많아서 다 옮겨올 수도 없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알맹이는 없고 그게 그거인 껍데기들만 화려한 느낌이에요.


C. 전문가 견해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불행히도 군비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단순한 양적 군비경쟁이 아니라 북한의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북한에 앞서가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중략) 최소한 유럽에서와 같은 핵계획단(NPG·Nuclear Planning Group)을 한미 간에 설치하여 핵 확장 억지의 신뢰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내에서 독자 핵 능력 확보 주장이 사라질 것이다.

[동아일보, 2016년 9월 13일] 비핵화를 위한 한국판 ‘스타워즈’가 필요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해 국내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 한반도 주변 4강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정부가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세계일보 각국 대사와 질의 및 인터뷰)

[세계일보, 2016년 9월 13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한국 핵무장 반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핵무장 문제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미국 핵무기가 우리 땅덩어리 안에 있어야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미국 핵무기는 한반도 본토에 있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운용될 수 있다. ‘그 이상으로 커버(보호)하고 있다’는 (미)군사 전문가의 의견을 받았다”

[경향신문, 9월 21일] “핵무장·북한 선제타격”…막 지르는 새누리


지금 거론되는 독자적 핵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작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만약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주한미군 철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미국 전문가들은 한때 7000기가 넘던 미국의 전술핵이 지금 수백 기를 제외하고 다 폐기 처분됐다고 한다. 이 대부분이 유럽에 배치돼 있어 한국에 재배치할 전술핵은 거의 없으며 남아 있는 것도 항공기로 투하되는 B-61 핵중력탄이어서 유사시에는 한국 밖에서도 신속히 들여올 수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2016년 9월 21일] 대북정책과 제재, 그리고 중국


매년 30조~40조원 국방비를 쓰는 군은 탱크와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에는 관성적으로 매년 몇천억원씩 쓰면서도 참수작전(김정은 제거 작전)에 투입할 특수부대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다. 1개 여단 규모 특수부대를 만드는 데 5000억원이면 된다는데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했다. 그러고서 위기가 닥치면 또 예산 타령이다. 북한과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 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붕괴된 사태에 참담할 따름이다.

[조선일보, 2016년 9월 14일] 北核이란 癌은 보수 정권 9년간에도 커 왔다

프로기: ‘군사 전문가’의 견해를 더 많이 찾고 싶었는데, 신문에 온통 정치인의 발언들만 넘쳐서 찾기 어려웠습니다.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냉정히 말해 북핵은 진보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나 그 발전은 보수 정권이 허용했다.” 결국 이제까지 정부와 의회는 북한의 전략을 간파하고 저지할 실질적인 방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의 견해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전술핵’ 외에 실질적 군사적 전략을 언급한 건 동아일보의 칼럼 정도였습니다. 또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호불호를 외치는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주장을 듣고 싶습니다. 오늘은 보수 정론지를 많이 인용했는데요. 안보에 민감한 보수 정론지의 입장도 대체로 '전술핵 재배치'는 무용하고 비현실적인 토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 글을 시작하면서 핵 무장 가능성을 몰랐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전술핵’ 재배치도 지금처럼 목소리만 무성하다면, 국민들을 정말 큰 위험에 밀어 넣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민심 사로잡기에 혈안이 돼있는 지금. 우리가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 하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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