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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28. 2016

[검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러온 전쟁의 내면

[행간일긱] 2016. 9. 28. by 검정고무신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러온 전쟁의 내면” by 검정고무신

1. 이슈 들어가기

검고: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하였고,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은행을 비롯해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진행했고, 금주에는 철도와 의료를 비롯한 공공 부문에서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노동계 vs 사측ㆍ정부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데요. 공공부문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과연 사회ㆍ경제적으로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 같습니다. 노동계는 ‘생존권’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러온, 혹은 불러올 전쟁의 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성과연봉제_지난 1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해 30개 공기업에 대해선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선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했습니다.


2. 이슈 디테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이유

성과연봉제는 개인과 팀이 달성한 실적과 연계해 급여, 승진과 같은 보상을 제공하는 인사 체계다. 일한 기간, 직급과 학력 등이 주된 보상 기준인 연공서열제와는 달리 개인의 업무 기여도와 역량이 평가의 주된 척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연봉제는 보상이 주어지면 개인이 자발적으로 일한다는 전제로 기능하는 체계이기도 하다. 성과 수준에 따라 금전 등 보상을 차등 지급하면 직원들이 이를 의식해 자발적으로 경쟁하면서 성과 향상에 나선다는 취지다.


정부와 기업에서는 성과주의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하지 않고 보수만 챙기는 이른바 무임승차자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와 기업들은 어려워지는 경제 사정, 청년 실업률 증가 등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유연한 고용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같은 맥락에서 노동계 파업을 '밥그릇 챙기기'라며 극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9월 25일] 노동계 연쇄파업 부른 '성과연봉제' 뭐길래?

검고 : 핵심은 ‘노동 유연화’와 ‘조직 및 업무의 효율성’입니다. 아무리 공공기관이라도 ‘철밥통’ 마인드로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는 모든 상황들을 개선시키려는 시도인거죠.  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철밥통’이며, 이들의 파업은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지는 분위기 입니다. 일 잘하는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성과연봉제 : 쉬운 해고, 과다경쟁, 역효과만 불러온다.

노동계는 한 목소리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고용 안정을 해치고 임직원 사이의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관리자의 주관성이 일정 부분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성과만을 강조하는 기업 풍토를 조성해 과당 경쟁을 불러온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뉴시스, 9월 25일] 불붙는 '성과연봉제 반대' 연쇄파업…추투(秋鬪) 가속도

검고 : 특히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있는 공공기관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공공성’ 이 가지는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공공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방향은?

공공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부터 공공부문의 간부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데, 그 부작용이 크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부문은 의료분야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쪽의 설명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를 진료하는 보훈병원의 경우, 환자 수가 제한적인데도 성과연봉제가 도입되자 이중진료, 과다처방 등 과잉진료가 생겨났다. 서울시 동부병원은 2005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폐해가 심해 2013년 호봉제로 되돌아왔다.

노동계는 철도·지하철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허인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008~2012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저성과 퇴출제가 도입됐을 때 시스템 장애 신고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며 “사고 발생 여부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니까 작은 사고는 은폐하고 부서 간 책임을 회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겨례, 9월 22일] 사상 최대 총파업 부른 성과연봉제 핵심 쟁점은

검고 : 특히 공공서비스는 ‘공적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공서비스가 ‘수익성’에만 집중하게 되면 공적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에, 성과연봉제 도입은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도입해서 모든 걸 한 순간에 바꿔버리면 부작용이 더 많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연봉제의 실효성

성과 평가 과정에 공정성·객관성이 떨어지면 경영 효율 개선과 무관한 '직원 줄세우기'로 변질될 수 있다. 실제, 1990년대 이후 공공기관에 성과연동임금제를 도입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에서는 동기부여나 실적 개선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경영진이 다른 정책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성과연봉제가 직원통제수단으로 기능했다는 것인데, "상사 말 잘 듣는 사람이 성과우수자", "말 잘 듣고 자르기 쉬운 노예로 만들자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중의 소리, 5월 16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OECD에서 이미 판정패한 제도

검고 : 공공기관의 업무가 개인별로 표준화·전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협업의 결과인 경우가 많죠. 떄문에 개인별 성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은경우가 많은데요. 성과는 상사나 조직의 장이 평가하게되는데,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결국 ‘말 잘 듣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거죠. 


성과연봉제 실패 사례 : 어도비, 한국GM

미국 기업 어도비의 경우 상대평가, 연례평가 등이 특징인 성과관리 제도를 적용한 뒤 부작용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평가로 인해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을 꺼리고 내부에서 공정성에 관한 불만이 심화하면서 직원 이탈이 급증했다. 실질적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임직원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어도비는 또 성과주의에 따른 평가 절차를 만들고 이를 위한 별도의 업무를 하게 되면서 조직 효율성이 오히려 낮아진다고 판단해 과거의 성과주의 기반 인사체계를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업을 넘어 공적 성격이 있는 조직에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최근 기금 고갈 우려가 제기되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성과연봉제 강화로 운용 손실이 인사 평가에 반영될 것을 두려워해 직원들이 소극적으로 투자하는 등의 행태가 발생하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쓰일 자금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뉴시스, 9월 25일] 노동계 연쇄파업 부른 '성과연봉제' 뭐길래?

검고 : 그밖에 한국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후 사무직원들을 상대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각 개인별 성과주의를 점차 강화했는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기 보다는 구성원들의 불만과 조직 불화 등 문제점이 드러나 10년 만에 과거의 연공급제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3. 필진 코멘트

검고: 노사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는 없는 걸까요? 노동계가 생존권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성과연봉제’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한 ‘저성과자 퇴출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과연봉제가 말그대로 쉽게 해고를 할 수 있게 법으로 보장할 거라는 거죠. 성과연봉제가 조직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말 안 듣는 직원을 솎아내는 역할을 할 거라는 겁니다.‘일 못하는 사람 당연히 짤라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밀어 붙이기 식으로 도입된 성과연봉제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노동계의 파업을 ‘밥 그릇 챙기기’로만 보고 욕할 것이 아니라, 성과연봉제가 숨기고 있는 이면을 볼 수도 있어야 하구요. 이번주부터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노동계의 파업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의도와 노동자들의 반대 이유를 모두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by 검정고무신

divermun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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