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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Oct 14. 2016

[LYAN] 네이버 지식iN 답변이 봉사활동으로 인정

[행간읽기] 2016. 10. 14. by LYAN




 “네이버 지식iN 답변으로 봉사활동을 인정받는 시대” by LYAN   


1. 이슈 들어가기

LYAN: 보통 무슨 이야기를 행간읽기에서 풀어볼까? 요즘 무슨 재밌는 일 없나? 하면서 머리를 굴리는데 시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만, 요즘은 이슈들도 너무 많고 모두가 구미가 당기는 이야깃거리라서 고르는 재미가 쏠쏠한 편입니다.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국정감사, 구글 지도 등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많이 있지만 이는 다른 에디터분들이 멋지게 다뤄주실 것이라 생각을 하고 저는 좀 소소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제였습니다. 네이버는 ‘지식인 공식 블로그’를 통해서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를 오픈한다고 밝혔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지식iN에 답변을 달면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는 서비스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기사를 접하자마자 수 없이 많은 의문점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지식iN 답변 달면 내공만 쌓이는 줄 알았더니 봉사활동시간도 쌓이네? 리플 다는 게 봉사활동이야? 사기업 콘텐츠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봉사활동을 인증받는 신박한 서비스가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지? 게다가 그걸 공공기관에서 공동으로 추진을 했네? 이거 오픈되면 오·남용될 소지가 엄청날 것 같은데 베타 테스트를 통해서 충분히 검증 절차를 거쳤으려나? 등...

 진심으로, 이 창조경제적인 발상 덕분에 원래 준비 중이었던 주제를 과감하게 엎어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독자분들도 위 기사를 접하고 많은 혼돈의 카오스를 겪으시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되어 이번에는 네이버에서 신규 오픈한 ‘지식iN 교육기부’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위 서비스의 정확한 내용을 살펴보고, 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유추해보고자 합니다.


2. 이슈 디테일

네이버 지식iN


2015년 10월, 13주년을 맞아 발표한 네이버 지식iN의 인포그래픽

 지식iN(지식인)은 네이버 사용자 사이의 지식 교류 서비스이다. 사용자가 올린 질문이나 궁금한 내용, 고민에 대해 다른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답을 달면서 지식을 주고받는다. 2002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2년 9월 기준으로, 올라온 질문의 수는 1억 건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상담을 도입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억 건의 질문이 지식iN에 올라왔으며, 질문을 올린 이용자는 천 3백만 명, 답변을 올린 이용자는 7백만 명에 달한다.

 지식iN에서는 로그인, 질문, 답변 등의 활동과 추천을 할 때에 내공이라는 일종의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자신이 질문을 할 때 대가로 답변자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식iN은 지식 영향력이라는 또 하나의 제도도 적용된다. 2015년 4월 8일부로 등급제도가 새롭게 개편되었다. 원래 15개의 등급으로 구성되었고 가장 최고 등급이 '태양신'이었으나 태양신 위로 등급 4개(은하신, 우주신, 수호신, 절대신)이 신설되었다.

[위키백과] 지식iN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 오픈

 네이버 지식 오픈 플랫폼 '지식인'이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함께 '지식인 교육기부' 서비스를 개설했다고 13일 밝혔다.

 지식인 교육기부는 교육 및 학문 분야 질문에 답변 활동을 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인증하는 서비스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한 달 평균 15만여 건의 교육 및 학문 분야 질문이 게재되고 있다. 이는 전체 분야 중 30%에 달하는 규모.

[머니투데이/20161013] 네이버 지식인, '교육기부 서비스' 개설


콘텐츠 제공자 측이 말하는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의 의미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는 답변 활동 대한 이용자들의 노력을 인증하고, 교육기부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서비스로, 초, 중, 고등 교육뿐만 아니라 대학 교육, 수학/통계학, 물리학/기계공학 등 다양한 교육 분야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6학년 분수의 나눗셈 문제’ ‘직병렬 저항 회로 문제’ ‘최대 정지 마찰력 구하는 방법’ 등의 학습 문제에 풀이 과정을 담은 답변을 등록하면 봉사시간을 인증받는 식이다.

[ZDNet/20161013] "네이버 지식인에 답달면 봉사 시간 인증"


봉사활동 인증 방법, 인증 시간 등..

 만 19~39세 이용자는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답변 1개당 최대 5분(답변 게재 2분, 채택 3분), 연간 최대 30시간 봉사 시간을 인증받는다. 지식 iN 공식 블로그에 문제풀이 답변 작성 가이드를 제공한다. 가이드에 어긋나는 답변 활동을 할 경우 봉사시간 인증은 취소된다.

[전자신문/20161013] 네이버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 열어


단 한 군데, 한 줄짜리 기사

 헌혈 피켓 들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학생이 앞으론 길거리에서 줄어들지 않을까.

[블로터/20161013] 지식iN 답변 달면 ‘봉사활동 인증’


3. 필진 코멘트

 전체적으로 기사들을 훑어보면 알겠지만, 모든 기사들이 네이버가 뿌린 보도자료를 업로드한 것에 불과합니다. 누가 몇 분 몇 초 더 빨리 올렸냐의 싸움이었을 뿐. 마지막에 적었던 것 같이, 유일하게 ‘블로터’에서만 한 줄짜리 창작물이 적혀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보도자료 가져다가 붙이면서라도 읽어봤다면 저렇게 성의 없이 올리진 못했을 것 같은데, 요즘 사회에선 의견을 주장할 수 없는 건지.. 상대가 네이버라서 알아서 안 하는 건지..

 그럼, 저라도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적어보고 나름대로 대답도 좀 해보고자 합니다.


    지식iN 답변 = 내공 ≠ 봉사점수  

 지식iN에서 활동하는 누리꾼의 답변은 그 정확성에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일부가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모든 답변이 바이블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식 iN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콘텐츠로써 서비스가 되고 있으며, 이에 걸맞게 게임과 같이 답변을 달면 ‘내공’이라는 전자화폐가 주어집니다. 내공은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이를 모아서 레벨업을 하여 유저의 등급을 올리는 수단으로만 사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답변에 대한 완벽한 검증을 할 수 없는데 이를 봉사활동으로 인정을 해버린다면,  어마어마한 트래픽 증가만 가져올 정보의 쓰레기장을 양성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요.


    사기업의 수익성 컨텐츠를 이용하면 봉사점수를 주는 게 맞는 거야?  

 민간기업의 영업활동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꼴, 여러분 이미 많이 보고 계시잖아요? 전기 누진제, 법인세 감면, 성과연봉제, 비정규직 등등.. 거기에 하나 더 추가된 셈인데 뭐 새삼스럽게 놀랍지도 않네요.


    네이버페이, 해피빈 등을 받는 것은 김영란법과 상관없는가?  

 10월 25일까지 교육기부에 참가한 누리꾼에게는 1만 원짜리 네이버페이를 준다고 합니다. 물론 선착순으로 200명에게만 준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봉사활동이 돈 받고 하는 것이 되었는지... 이 대단한 발상을 한 누군가가 참 한심하네요.

 만약에 현직 교사, 국공립대학 교수 혹은 정부부처 누군가가 ‘지식iN 교육기부’ 서비스에 가입을 하고, 본인의 지식(직무를 통해 얻은 지식 포함)을 활용하여 지식iN 답변 활동을 한 보상으로 1만원짜리 네이버 페이에 당첨되거나, 내공을 얻거나,  해피빈 등을 받게 된다면 어떠할까요? 게다가 질문자를 알고 보니 답변자가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이를 기대할 수 있는 친인척 혹은 제자 등이었다면 답변의 대가에 대해서는 서로의 연결고리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위에 예시로 거론된 사람들은 ‘공직자 등’에 포함되어, 일명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직접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머니이긴 하지만 현금화가 충분히 가능하기에 법률 위반의 소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아직 법률이 시행 초기 단계이고,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법률이 정착될 때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역할은?  

 매 분기별 교육 기부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네이버 지식iN 활동내역을 토대로 봉사활동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역할, 끝. 단지 이거 아닌가요? 그리고는 ‘우리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도에 우리 재단에 더 많은 예산을 내려주라.’는 식의 생색내기 언론플레이나 하겠지요.


    네이버만 해줄 거야?  

 과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른 포털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너도나도 한국과학창의재단을 두드려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들만이 아니죠,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대형 커뮤니티들의 Q&A와 같은 게시판에 댓글을 단 활동에 대해서도 봉사시간으로 인정을 해달라고 요구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요. 심지어 전문가 집단의 게시물들 보면, 진짜 손뼉 칠만한 엄청난 지식의 집합체들도 있단 말이죠. 이건 진짜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줘야 하는데..

 봉사활동의 본질은 그 경험을 통해서 사회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PC방과 휴대폰만으로 생활하던 아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1인 활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봉사점수 따위는 인터넷으로 댓글 달면 따는 거 아닌가요? 누가 요즘 양로원 가고, 쓰레기 줍기 같은 거 하면서 봉사점수 따요~’라고 말하는 시대가 오면 씁쓸할 것 같네요. 벌써부터 그려지는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부모들은 틈나는 대로 학생 아이디로 지식iN에 답변을 달고 있고, 지식iN 대리 답변 알바도 생길 것 같고, ‘태양신’ 등급의 아이디는 리니지 계정만큼 비싸게 거래될 것 같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서 지식iN 답변으로 학점을 받는 시대가 올지도..


 ‘지식의 공유경제적 측면’에서는 봉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남의 숙제를 대신해주고 봉사점수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적인 색채가 더욱 강해 보이지 않나요?


by LYAN

psykie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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