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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r 06. 2017

[MARU] 당연한 것은 없다

2017. 3. 6. by MARU




당연한 것은 없다
by MARU

1. 이슈 들어가기

MARU : 문단 내 작은 사건에서 시작한 성폭력 사건이 이른바 ‘여혐’ 이슈와 맞물려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묻혀 왔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내부에서는 ‘올 게 왔다.’는 인식들이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해시태그 운동과 더불어 이렇게 이슈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문화예술계 내부의 검은 그림자까지 함께 보시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터질게 터졌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성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자행돼 왔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제기돼 온 까닭이다.

또한 이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 문화·예술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늘고 있다. 뿌리 깊게 자리한 도제식 갑을관계 속에서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작가 개인의 피해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들과 연관된 출판사는 물론 문단과 예술계 전체가 성범죄에 관대한 집단으로 오인되고 독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61026/여성소비자신문] 문화·예술계 휩쓴 성추행 파문...“터질게 터졌다”

[161023/머니투데이] "문단 성폭력 고발, 발전없는 문단·문단권력 폐해 보여준 것“


해시태그 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 확산

전례 없는 ‘해시태그 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운동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사과문을 올리는 이런 흐름은 지난 17일 트위터에서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가 처음 제안되며 촉발되었다. 불길은 문단뿐 아니라 출판계, 영화계, 운동권, 예술학교 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인터넷 정보의 남성중심성을 비판하며 나온 ‘페미위키’는 ‘성폭력 피해 공론화’ 페이지를 따로 마련했다. 이곳의 ‘주요 해시태그’를 보면, ‘#문단’이나 ‘#미술계’를 비롯해 항목이 무려 20개에 육박한다. 최근엔 이를 모아 기록·저장하는 아카이빙 계정이 속속 생성되며 ‘해시태그 성폭력 말하기’의 주제도 넓어지고 있다. 성차별적 발언, 혐오 표현, 추근거림 등 다양한 성적 괴롭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161030/한겨레] “침묵 않겠다”…‘해시태그 성폭력 말하기’ 확장


‘#예술계_내_성폭력’ 폭로 사태와 관련해 여성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성명서를 냈다.

지난 11월 초 #예술계_내_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여성 예술인들은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모여 12월 16일 성명서를 완성했다.

성명서를 완성한 여성예술인연대(AWA)는 우선 주변 예술인들의 서명을 독려한 뒤, 12월 25일 오전 성명서를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했다. 이전까지 비공개로 서명을 진행했음에도 12월 2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신진 작가, 중견 작가, 큐레이터, 기획자, 평론가 등 총 405명이 ‘#예술계_내_성폭력 성명서'에 서명했다. 

[161225/CNB저널] ‘예술계_내_성폭력’ 관련 여성예술인연대(AWA) 성명서 발표


갈 길이 멀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실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해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4%였다. 그러나 이 중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7.3%에 달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문화예술계 내부의 공고한 카르텔을 피해 SNS 상에 임시 거처를 차린 이유다. '페미라이터', '푸시텔' 등 다양한 단체들의 주된 목적은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기록해 문화계 성폭력을 소모적인 이슈가 아닌 사회적 논의로 끌어올리는 것. 

[170221/머니투데이][기자수첩]문화계의 굴레…성역(性域)과 성역(聖域)

[161023/한겨레][2030 잠금해제] 고백의 값이 너무 싸다 / 오혜진


박수보다 중요한 것.

나는 이 분노에 대해 쓰는 과정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실타래들을 만났다. 나의 몸을 침범하던 ‘손’들이 여기 저기 얽혀있었다. 영화 일을 했을 때, 사진을 배웠을 때, 스타일리스트 일을 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술을 마셨을 때, 내 몸과 그녀들의 몸을 희롱하는 일들은 너무 쉽게 이루어졌지만, 서로 감겨있는 나와 그녀들의 경험을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

우리들의 말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끊임없이 ‘다시 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스스로조차 섬세하게 쓰다듬지 못했던 경험의 조각들을 이어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그 이후 우리들의 삶은 조금 달라져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무언가를 더듬더듬 찾는 긴 여정을 거쳐, 아주 멀리서도 들리는 목소리로 생존할 테니.

[161107/미디어 일다] 문화예술계 성폭력…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



3. 필진 코멘트

MARU : 박범신 작가가 논란에 휩싸일 때만 해도 그의 사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이 참았다는 듯, 쌓였던 분노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현재까지 일선에서부터 울리기 시작한 목소리는 미약하나마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혹여나 누군가는 ‘무슨 말만 하면 성폭력이란다’며 폄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 뿌리 깊게 퍼진 잘못된 상식들이 많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무조건 여성들이 말하는 바가 틀리고 맞다고 할 문제라기보다 우리는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안의 시작점 아닐까요? 


박수치고 응원할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나아가 여성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작은 힘으로라도 함께 행동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만이 전국 거리를 가득 채운 촛불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각자의 생각을 첨예하게 나누는 자리가 조금 더 많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by MARU

iamdae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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