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간읽기 Feb 03. 2016

중국의 두 자녀 정책과 후폭풍

[행간읽기] 2016. 2. 3. by 베이징팬다


"중국의 두 자녀 정책과 후폭풍 " by 베이징팬다

1. 이슈 들어가기

베이징팬다 : 중국의 모든 부부는 둘째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일명 ‘두 자녀 정책'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산아제한법으로 일컬어지던 인구계획생육법을 수정해 으로 1970년대부터 거의 40년간 유지돼온 '한 자녀 정책'이 이제 없어졌습니다. 
‘두 자녀 정책' 전에는 인구가 극히 적은 농촌 지역이나 소수민족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한 자녀만 낳도록 했고, 이걸 위반하면 벌금을 물리거나 유산 또는 피임 시술을 강요했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아제한이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증가가 둔화되고 최근 3년 동안 노동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 감소가 경제에 별로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한 듯 합니다.

2. 이슈 디테일

베이징팬다 : 중국은 공산정권 수립 이후 30년간 6억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며 폭발적인 인구 팽창기를 거쳤습니다. 결국 인구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가의 지나친 개인 통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정부는 처음에는 뭐 결혼을 늦게 하라~ 애를 낳을 거면 두 살 터울을 두고 낳으라~ 등등을 권고했지만, 효과가 별로 없자 그냥 한 명 이상 낳으면 무조건 벌금! 이렇게 강경하게 나갔습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둘째 아이를 낳는다면, 일반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지방 정부에 따라 벌금 액수는 다르지만 약 2만위안(360만원)에서 수십만 위안을 내야 하는 겁니다. 이는 농민들의 3~10년 수입에 해당합니다. 이 영향으로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35세 이하 인구는 매년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35년 전 한 가정당 6명을 웃돌던 출산율은 2014년 말 기준 1.4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개발도상국 평균치(2.3명), 선진국(2,17명)은 물론, 국제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저출산이 장기화되자, 이번에는 인구가 줄어 국가의 경쟁력도 낮아질 거라는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80년대 이전에 비해, 80년대부터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연령 간 인구 균형이 깨진 것이 컸습니다.


2012년 중국의 생산 연령 인구(15~56세)가 사상 최초로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이듬해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0명당 한 명 꼴이 되자 시진핑 지도부는 "부유해지기 전에 초고령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한 자녀 정책을 없애고 올해부터 두 자녀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자녀 정책의 부작용 : 무적자, 성비 불균형, 노령화, 낙태, 경제서장 둔화

중국 보건 당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유산 건수는 무려 3억3,600만 건에 달한다. 대부분 1자녀 정책 기간 중 강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해 2014년 말 기준 중국 남성 인구는 여성보다 3,376만명이나 많다. 핵 가족이 되면서 노인 부양의 짐이 자녀 한 명에게 집중된 점도 문제다.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13년 2억명을 돌파했으며, 2015년부터는 매년 1,000만~1,200만명씩 증가해 2035년에는 4억1,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29%나 되는 셈이다. 요양시설도 부족해 현재 노인 1,000명당 27.5명 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동시에 노동 인구(15~64세)는 급격히 줄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중국 노동자는 6,700만명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일보/2015.12.03] "두 자녀 허용" 외치며 두 자녀 강요하려는 중국


호적에 없는 무적자(無籍者), 헤이하이쯔

베이징팬다 : 중국에는 호구(후커우, 주민증) 제도가 있습니다. 호구는 우리나라의 주민증같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야 주민번호와 주민증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중국에 주민번호가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등록을 안한 아이들이 많으니 학교나 병원은 당연히 못 가고(지역에 따라 갈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집이 가난하다보니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바로 일을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아직도 베이징 거리에는 자전거에 전자제품을 잔뜩 싣고 다니는 중학생 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죠… 이렇게 등록하지 않아 교육, 의료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로 크는 아이들을 일명 검은 아이, ‘헤이하이쯔’라 부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중국 어린이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리쉬에(22ㆍ여)씨는 헤이하이쯔(黑孩子)다. 한 자녀 정책에 반해 ‘불법’으로 태어난 둘째지만, 리 씨의 부모는 거액의 벌금을 낼 형편도 되지 않아 리씨를 후커우에 등록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규 교과 과정이나, 병원에 가는 기본 삶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신분증이 없어 취업도 여의치 않다. 지인들의 소개로 레스토랑 종업원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뿐이다. 심지어 결혼 증명서 발급도 불가능하다. 리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내 존재를 인정해 주는 건 가족들 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 산아제한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아이들, 즉 ‘헤이하이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가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커우 미등록자는 해당 지역 주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건강 보험, 취업 등 기초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후커우 미등록자만 6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헤이하이쯔를 이렇게 양산한 주범은 과도한 벌금이다. 지난해에는 과도한 벌금으로 한 농부가 음독 자살을 하기도 했다. 중국 전역에서 걷히는 산아제한 위반 벌금만 매년 200억 위안(3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2015.12.03] "두 자녀 허용" 외치며 두 자녀 강요하려는 중국


독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무자식이 된 노인을 뜻하는 스두(失獨)

상하이에 거주하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브루크 라머 객원기자는 최근 ‘중국 한 자녀 정책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한 자녀 정책을 끝내게 한 인구학적인 위기는 상하이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가 사는 동네는 노인들과 젊은 부부들로 구성돼 있다. 젊은 부부들은 대개 한 자녀를 뒀지만, 자녀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라머 기자는 “두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면 어김없이 ‘쌍둥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하이는 부부 당 자녀 숫자 평균이 0.7명에 불과하다. 외동아들이 무남독녀와 만나서 한 자녀를 낳은 경우가 많다. 이 자녀는 커서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를 혼자서 부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에는 독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무자식이 된 노인을 뜻하는 스두(失獨)라는 단어가 있다. 스두가 100만 명이 넘고 매년 평균 7만6천 명 늘어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연합 마이더스/2015년 12월] “한 자녀 트라우마 오래갈 것”


성비뷸균형, 낙태 문제 등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성비 불균형이다. 현재 중국에는 여성의 숫자보다 2천500만 명이나 많은 결혼 적령기 남성들이 있다. 며느릿감을 구하려면 아들이 결혼할 때 아파트를 사주는 것은 기본이 됐다. 낙태와 심지어 신생아 살해가 빈번하게 자행되는 것은 아들을 얻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35년간 이어온 한 자녀 정책의 그늘이다. 미국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의 민신 페이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중국 내 한 자녀 정책이 가져온 반인륜적 병폐를 지적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폐기될지 몰라도 그 폐해가 끝나려면 멀었다’라는 제목의 이 칼럼에서 그는 중국 보건성의 2013년 발표 자료를 인용, “1971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에서 낙태 건수가 3억3천60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다”고 고발했다. 또 “매년 1천300만 건의 낙태가 불법 약품이나 수술로 자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한 낙태, 불임, 신생아 살해 등 사망자 수는 1959∼1961년 모택동의 대약진운동 기간의 사망자인 3천만 명, 1966∼1976년 문화혁명 기간의 사망자인 8천만 명을 초과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더스/2015년 12월] “한 자녀 트라우마 오래갈 것”


두 자녀 정책, 효과가 있을까? 

그러나 현지 매체인 상하이지(上海紙)가 최근 45세 이하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둘째 아이 출산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양육비와 교육비의 급등 및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희망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54%에 달했다.

[글로벌비즈/1월4일] 중국, 두 자녀 정책 시행했지만...둘째 원하는 기혼 여성 15%에 불과


경제전문가들은 한 자녀 정책 폐지가 이미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인구통계학 전문가인 차이 융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WSJ에 “중국 공산당은 10년 전에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할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면서 “중국은 부국이 되기 전에 늙어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부부가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해 둘째 출산을 꺼리고 있다. 최근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부부 3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6%는 둘째 출산을 원한다고 대답한 반면 52%는 둘째 출산이 자신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을 우려했다.

[연합 마이더스/2015년 12월] “한 자녀 트라우마 오래갈 것”


by 베이징팬다

layla.goes.far@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저물어가는 스마트폰의 시대의 징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