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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pr 17. 2017

[좋은비] 홍트럼프, 통할까?

2017. 4. 17 by 좋은비





홍트럼프, 통할까?
by 좋은비

1. 이슈 들어가기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을 향한 대선 레이스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불과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촛불을 경험한 이후의 대선이니 만큼,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성적이고 정책 중심의 선거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예상을 깨뜨리는 강적이 나타났습니다. 거리낌 없이 이 말 저 말을 쏟아내며,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그 주인공입니다. 오늘은 홍준표 후보의 주옥같은 발언을 몇 개 살펴보고, 그의 말들 사이에 내포된 행간을 읽어볼까 합니다.



2. 이슈 디테일

1) 대선판 등장

좋은비 : 조선일보에서 친절하게 홍준표 후보의 말들을 모아 주었네요. 

-“1등 후보,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 (2017년 2월 28일 경남 창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 “0.1%의 가능성도 없지만 (대법원에서)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 (2017년 3월 18일 대선출마회견에서)

[조선일보/2017.03.31]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 "춘향인줄 알았는데 향단" …'홍 트럼프' 직설화법 '말말말’


좋은비 : 인지도가 별로 없는 후보가, 단숨에 주목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1등 후보를 때리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전략이긴 하지만 , 자신도 뇌물죄 유죄를 받으면 자살을 검토하겠다는 말은, 모 극우 사이트를 연상시킵니다.


2) JTBC 뉴스룸 인터뷰

[손석희/ 앵커] 그런데 재선 의원이고 본인(김진태 의원)이 친박이 아니라고 해도 지금까지 해 왔던 여러 가지 양태가 친박이라면 그건 친박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홍준표/자유한국당 대선후보 : 그거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이야기하지 뭘 자꾸 따져요. 그거 작가가 써준 거 읽지 말고 그냥 편하게 물으세요.]

[JTBC / 2017.04.04] [인터뷰] 홍준표 "무자격 후보 공격, 답변하지 않기로 했다"


좋은비 :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인터뷰지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제 4부’로 불리는 특수한 위치에 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헌신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지요. 그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만났으니 좋은 이야기나 하자”니… 지금 카페에서 손석희 앵커랑 환담하는 상황으로 착각하신 건 아닐까요?


3) 도지사 사퇴

이어 “피나는 노력 끝에 흑자도정을 이뤘는데 보궐선거 실시로 안 써도 되는 도민의 세금 수백억이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며 “미리 내년 6월까지 중요정책은 결정해 두었기 때문에 행정부지사가 대행하여도 도정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 2017.04.10] 홍준표 경남지사직 사퇴 “세금 수백 억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좋은비 :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뻔한 꼼수를 쓰면서, 도민들의 참정권 행사를 제한하는 행태에 ‘돈’ 핑계를 대다니요. 이러다가 전 국민이 투표하는 직선제도 돈이 많이 드니 체육관에서 선거해서 대통령 뽑자고 할 판이네요. 


4) 홍준표 삼성 세탁기

심상정 :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하는데 고장 난 세탁기에 들어갔다 온 것 아닌가.

홍준표 : 삼성 세탁기다.

[매일경제 / 2017.04.13] [레이더P] [한눈에 보는 대선토론] 위험수위 넘나든 5인 첫 토론회


좋은비 : ………………..


홍 후보는 "얘기를 들어보니 세탁기 발언 보고 자다가 일어나 깔깔 웃었다더라. 그런게 국민들을 즐겁게 하는 것 아니냐"

[the 300 / 2014.04.14] 홍준표 "세탁기발언에 자다 깨 깔깔 웃었다더라"


좋은비 : 저도 회식 때 부장님의 아재 개그에 깔깔 웃습니다. 그리고 다다음주에 들어올 월급을 생각하지요. ‘먹고사는 게 이렇게 힘들구나…’



3. 필진 코멘트

본격적으로 홍준표 후보의 행간을 읽어보겠습니다.


1) 홍트럼프, 성공할까?

홍준표 후보의 ‘성공’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홍 후보의 성공을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에 당선이 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가망 없습니다. 투표가 3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30%가 넘는 후보가 2명이나 있는데, 지지율 10%도 안 되는 후보가 당선이라니요. 아무리 ‘샤이 보수’, 고령층의 높은 투표율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그럴 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다릅니다. 이 시점에서의 선거는 자유한국당에게 매우 어려운 숙제입니다.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불임 정당’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대선 레이스를 거치면서 정치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를 낸다면, 그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폐단과 현 위기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들은 어떻게든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합니다. 어차피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사람들은 정권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다음 정권의 실정을 기다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와 그 후의 총선을 노려야 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 친박이 아닌 홍준표 후보가 나서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막말을 쏟아내면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게 마땅히 향해야 할 비판을 무마시켜버리고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후보에게 말을 걸어 굳이 진흙탕 싸움을 하고 싶은 후보는 없으니까요.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관성도 약화시키면서, 비판까지 막아주는 후보라니, 그들에게는 정말 1석 2조의 딱 맞는 후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홍준표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생명을 이어주는데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2) 홍트럼프, 끝까지 갈까?

오히려 이 부분이 골치가 아픕니다. 저는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어느 정도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보수, 혹은 반문 성향의 유권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가 여전히 5~10% 지지율을 잡고 있고, 이는 오히려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진심으로 자신의 ‘주적’을 문재인 후보라고 생각한다면, 선거 운동 기간 막판에 사퇴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또 이게 상황이 그렇게 여의치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몸담고 있는 국민의 당은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후보가 대놓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어 계산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적 타협(=정치적 거래)을 통해, 안철수 후보와 손을 잡고 사퇴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알아서 빠져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홍 후보 자신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에게 더 나을 것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고 그 이후를 노리는 것이 맞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끝까지 ‘막말’을 하시고요. 


3) 홍트럼프, 우리에게 좋은 현상일까?

기존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중의적이고, 또한 섬세한 것이었습니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본인을 스타로 만들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한 방에 정치 생명을 끝낼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트럼프’라는 새로운 유형의 정치 지도자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이런 문법들에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현상’은 단순히 ‘막말’, ‘직설적 화법’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트럼프’ 같은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화법만 조금 유사할 뿐, 실상은 매우 다른 점이 많습니다. 지지층, 공약 등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홍트럼프’ 현상은 그저 ‘막말’을 정당화하는 그럴싸한 전략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안티 커뮤니케이션’은, 시민들을 더 깊이 토론하고, 사고하고, 판단하게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극단적인 논리와 배타적인 태도로 여러 인터넷 공간이 지탄을 받고 있는데, 우리 정치가 거기에 기름을 붓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큰 해악을 끼치는 행위가 될 것입니다. 별생각 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에 거기에 무뎌지고 관대해진다면, 딱 그들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들은 의식이 깨어있어, 말도 안 되는 선전에 비판적 국민을 원치 않습니다. 언제까지고 국민들이 ‘개, 돼지’이길 바랄 뿐입니다. 


by 좋은비

hapyboy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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