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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pr 28. 2017

[카르디] IT업계의 야근

2017. 4. 28 by 카르디




 “IT업계의 야근” by 카르디

IT업계의 야근
by 카르디

1. 이슈 들어가기

이번에는 제가 속한 업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야근이 적은 편인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만, 대개는 그렇지는 않지요. 게임회사의 경우에는 크런치 모드가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고요, 많이 개선되었지만 갑을병정무기경신으로 이어지는 SI하청, 그리고 야근을 명예롭게 여기는 분위기까지… 최근에 불거진 위메이드 사태를 보니 한번 이야기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써볼까 합니다.



2. 이슈 디테일

구로의 등대. 넷마블의 올해 초

“넷마블 근무 중 일주일 2번 출근 1년을 했습니다. 2번 출근이라는 게 아침에 회사 나가면 2박3일 내지 3박4일을 일한 것입니다.”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우울증 오고 죽어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하지 하게 되면서 결국 퇴사했는데, 퇴사날까지 야근했어요.”

넷마블 전·현직 노동자의 증언이다. 넷마블에서는 최근 3명의 노동자가 잇따라 숨져 논란이 됐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넷마블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 토론회에서 게임업계의 과도한 업무환경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미디어오늘 2017.2.9] “일주일 2번 출근, 회사 나가면 2박3일 일했다”


판교의 등대. 실태가 유출되다.

게임회사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위메이드 아이오(IO)가 신작 모바일 게임 출시 전까지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는 야근·주말 근무 일정과 연내 게임 출시에 실패할시 수당 반납 등의 내용을 사내에 공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메이드 측은 “기본적으로 해당 게임 개발팀과 실무진이 합의한 내용”이라며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들은 모두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시민단체인 노동건강연대가 입수한 위메이드 사내게시판 게시글에는 위메이드 아이오의 신작 ‘이카루스 모바일’ 제작팀의 ‘팀 크런치’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팀 크런치란 게임 업계 용어로 신작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출시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팀 크런치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7개월 넘게 이어진다. 평일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이고, 평일 저녁 식사 시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30분만 주어진다. 공휴일과 토요일 또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정상 근무를 해야 한다. 일요일은 출근 시간만 자유일 뿐 최소 9시간 일해야 하고, 다음달 5일 어린이날과 10월3일부터 3일간의 추석 연휴를 빼고는 모두 정상 근무해야 한다. 

[경향신문 2017.4.20] 위메이드 '신작 게임 나오는 연말까지 야근·철야' 공지···살인적 쥐어짜기


한때 폐를 망가뜨릴정도였던 SI업계의 야근

이날 개소식에는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일하다 과로에 따른 폐렴·결핵으로 7년 만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양도수씨가 참석했다. 그는 “2006년 7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2년5개월간 농협정보시스템에서 8천770시간을 근무했다”며 “IT업계에서는 강제야근과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직원에 대한 폭언과 찍어 내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매일노동뉴스 2017.2.15] IT노동자 장시간·저임금 노동 ‘꼼짝 마’


야근의 부정적 효과

이런 야근 압박의 부작용은 매우 크다. 장기적으로 제품의 품질은 떨어지고 아키텍처는 엉망이 된다. 직원들의 창의력은 사라지고 사기는 저하되며 로열티는 없어진다. 직원들은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며 자기계발을 못하고 소모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직원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한 5년 뽑아먹다 보면 그냥 부품이 되어서 직원도 발전이 없고 회사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소프트웨어는 '창의적인 지식 산업'이며 개발 조직은 '지식공동체'이다. 생산성이 근무시간에 비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적정 근무 시간이 넘어 가면 생산성은 떨어진다. 공유와 협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지고 '지식공동체'가 무너져서 각자 따로 노는 조직이 되기 때문이다. 프로세스로 강제해서 '지식공동체'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게 할수록 효율은 더 떨어진다.

[지디넷 2016.5.23] 개발자 야근 문화를 고쳐야 하는 이유


하지만 야근을 당당히 말하는 회사와 신문들

서울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하나은행 IT본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밤샘작업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본점 인력 1200여명, 외주인력 800여명 등 총 2000여명의 직원들은 “야근은 기본이고, 밤샘도 흔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접이식 침대, 컵라면, 삶은 계란까지 구비해놨을 정도다. IT본부 직원 C씨는 “지난 9개월 동안 정시에 퇴근한 적이 없다. 요새는 아예 밤샘이 일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일부터 연휴지만, 우리에게 연휴는 이미 사치스러운 단어가 됐다”며 “4~6일 전 IT본부 직원이 출근, 아마도 밤을 새워가며 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2016.6.3] 전산통합 앞둔 하나은행, 연휴반납 테스트 또 테스트


필요한 인력에 투자를 안 하는 회사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5 증권사의 정규직 금융 IT 및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평균 4.71%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다는 NH투자증권이 5.32%를 기록했고 미래에셋대우(5.26%), KB증권(5.02%), 한국투자증권(4.41%)이 그 뒤를 이었다. 최하위는 삼성증권(3.58%)이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IT 인력과 예산 비중이 각각 5%, 7% 이상이어야 한다. 이 기준에는 인하우스뿐만 아니라 외부 인력까지 포함되므로, 아웃소싱 인력까지 포함하면 IT 인력 비중은 위 수치보다는 더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금융투자사들이 '증권사=IT 회사'라는 기조로 IT 내부인력 모시기 나서고 있는 모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년간 160개의 IT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체 인력 3만6천명 가운데 IT 인력만 30%에 달한다.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시티그룹 등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ICT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이뉴스 2017.1.20] 빅5 증권사, IT 인력 5% 미만…'IT 잔혹사'



3. 필진 코멘트

솔직히 한국에서 IT는 하는 일에 비해서 대접을 못 받는다고 봅니다. IT는 언제나 외주 줄 수 있는 것, 잠시 쓸 것 정도로 생각하는 기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최근에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아웃소싱은 “한시적, 핵심적이지 않은 것, 혹은 조직의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을 해야 하는데, IT는 계속적이고 핵심적인 것이기 때문에 외주를 함부로 주어서는 안 된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개발자는 막 부려먹고 교체가 쉬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그런 취급을 하는 회사의 시스템이 그만큼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겠지요. 아무나 데려와서, 밤새서 몽롱한 정신으로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IT 종사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은 IT강국 인적이 없다.”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의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을 바꾸기 쉬운 것으로 생각해서 막 쓰고 버리고, 그 결과 사람의 노하우가 누적되지 못하고, 그래서 일의 품질이 떨어지고 하는 것이 말이지요.


지인과 했던 말이 있습니다. 한국은 빠른 성장  과정에서 빠른 성취 외에는 모든 것을 경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성취를 이룩하기만 하면 그 뒤에 무너져서 제로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여기게 된 것 같다 라고요.


이번에 조명받은 IT업계의 야근은 실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IT업계의 개선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 움직임을 통해서 대한민국 전체의 근로환경이 나아졌으면 합니다.


by 카르디

graytrace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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