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간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간읽기 May 19. 2017

[MARU] e나라도움을 아시나요?

2017. 5. 19 by MARU




e나라도움을 아시나요?
by MARU

1. 이슈 들어가기

올해 초부터 문화예술인들의 페이스북은 ‘e나라도움은 누굴 위한 도움이냐!’, ‘e나라도움 ㅂㄷㅂㄷ(부들부들/치를 떠는 듯 하는 몸짓)’ 등으로 도배되며 많은 사람들의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도대체 e나라도움이 뭐길래 저러지?’ 등의 반응부터 ‘나도 당했습니다..’ 등 자조적인 반응도 나왔는데요. 통상적으로 예술기획자들로부터 정산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는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새로 나온 시스템이 이렇게 단기간 비판을 받는 것도 국내 행정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오늘은 예술인 및 문화예술기획자들의 정산 스트레스를 한층 더 돋구며 큰 화제로 떠오른 e나라도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나라도움]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수행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대해 국가가 이를 조성하거나 재정상의 원조를 하기 위하여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고 교부하는 자금. e나라도움은 국고보조금의 예산편성·교부·집행·정산 등의 보조금 처리 全 과정을 전자화, 정보화하여 통합·관리함으로써 보조금 예산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관리하는 시스템. [e나라도움 공식홈페이지] http://www.gosims.go.kr


소개로만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시스템이 왜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울화통을 치밀게 한 것일까요.



2. 이슈 디테일

누굴 돕겠다는...?

문제는 ‘e나라도움’ 절차가 복잡하고 모든 보조금은 이 시스템을 써야 하는 게 원칙이라 똑같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점.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신청 시 이용하는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과는 달리 ‘e나라도움’은 회원 가입 시 공인인증서는 물론 보안카드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 보조금 전용카드로 신용카드만을 요구해 단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 신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제한될 수 있고, 개인은 계좌이체만 가능해 대금 결제 시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news1/20170410] 국고보조금통합시스템 운영에 예술인 '혼란’


공연ㆍ전시를 진행한 문화예술단체들의 경우 통상 1개월여 내에 정산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정산시스템이 구비가 안 돼 있는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A 예술단체 대표는 “정산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은 채 우선 시작해보자 식의 행정편의주의에 불과한 것”이라며 “수차례 교육 듣고, 공인인증서도 발급받고, 시키는 대로 다 해봐도 높은 시스템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도일보/20170426]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막기위한 ‘e-나라도움’…예술인들 높은 문턱에‘한숨’


MARU : 취지는 좋았으나 많은 예술인들의 분노만 사고 말았습니다. 좋은 취지에 비해 너무나도 동떨어진 정책을 보자면 그동안 진행했던 수많은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는 어디에 써먹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여전히 남 탓만 하는 행정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요? 비판이 거세지자 기재부는 신속히 대처를 보였습니다.


보급은 당장, 개선은 나중에!

우선,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로 지적됐던 신용카드 발급제한은 농협과 신한은행, 2곳 은행과 협의해 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하도록 보조금 지급 수단을 확대했다.

또 기재부 측은 하위 사업자가 각 지자체, 문화재단 등 보조금 상위보조기관에서 사업수행확인서를 발급받아 은행 등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신용도가 낮더라도 '보조금 전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IT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업무대행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업무대행제도는 IT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업자를 위해 상위보조기관이나 IT활용이 능숙한 지인 등 타인을 대행자로 지정해 e나라도움을 이용하는 제도다.  

[경인일보/20170508] 'e나라도움' 보조금 지급수단 확대한다


MARU : e나라도움에 대한 개선책은 추후에도 꾸준히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올 7월에는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최종적으로 보완한 시스템이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가 시련을 안겨주는가

필자는 이러한 요구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단순히 지방분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치의 입김과 행정 관료의 손아귀에서 문화예술계가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능해야만 지역문화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고갈돼 가는 문화예술기금 확보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재원의 자율적 운영권을 보장해야 하며, 지방정부에서는 문화재단을 비롯한 문화예술기관장의 인사권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 이양하여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욕심을 더 부리자면 문화 관련 행정기관의 공무원을 행정 공무원이 아닌 예술행정을 전공했거나 문화예술기획의 경력자로 대체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문화예술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시스템(기관, 기금, 인력 등)이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공공재라는 사실이다. 공공재에 대한 이러한 자각이 있어야 기관을 운영하든 기금을 지원받든 사심이 개입되지 않는다. 이런 태도를 견지할 때 문화예술인도 성숙하고 합리적인 시민으로 자리 잡을 것이고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더욱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신문/20170516] 새 정부 출범과 문화예술계의 과제- 김재환(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6개 시·도 14개 분야 예술인 5천8명(1대1 면접조사)을 심층 분석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예술인 가구의 총수입은 평균 4천683만원, 하지만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연평균 수입은 1천255만원이었다. 분야별로는 방송(3천957만원), 만화(2천2만원), 영화(1천876만원), 음악(1천337만원), 연극(1천285만원) 순이었다. 연수입 1천만원 미만을 버는 분야도 상당했는데 무용(861만원), 사진(817만원), 미술(614만원)이 있었고, 문학은 214만원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인 29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연봉'을 받았다. 이런 탓에 예술인의 절반(50%)은 예술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경인일보/20170504][데스크 칼럼]문화·예술인 열악한 처우, 누가 시련을 안겨주는가



3. 필진 코멘트

자생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것이 문화예술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수익이 나지 않아도 존재해야만 하는 문화도 있는 법이죠. 그러기 위해서 나라에서는 그러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풍부한 예술을 국민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고 예술인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펼칩니다. 받은 보조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실감하지만 이번에는 그 도움으 순서가 뭔가 어긋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돌이켜보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쥐락펴락했던 당사자들은 누구였는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가며 예술인의 자존심을 짓밟던 이들은 어떠하였는지 되새겨보는 오늘입니다. 


by MARU

iamdaehan@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는 비영리매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LYAN] 5·18 민주화운동과 임을 위한 행진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