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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y 24. 2017

[좋은비] ‘코드 인사’를 허하라

2017. 5. 24 by 좋은비

'코드 인사'를 허하라
by 좋은비


1. 이슈 들어가기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취임한 지 딱 2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2주간,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대통령의 모습에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당황했을 것입니다. 겨우 2주밖에 흐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취임 후 현재까지 대통령의 통치는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업무 지시’이고, 다른 하나는 ‘인사’입니다. 회사나 조직에서 일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는, 작게는 그 프로젝트부터, 크게는 그 조직의 운명 전체를 가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사’는 정권 초기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인사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많은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제 주위에서는) 대체로 환영하고, 심지어 감동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간읽기는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니까요.   



2. 이슈 디테일 

1) 조국 민정수석, ‘웅동학원’ 상습 체납 

“조국 민정수석의 가족이 경영하는 사학법인 ‘웅동학원’은 상습고액체납자 명단에 들어가 있으며, 사학법인이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 부담금도 3년간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면서 “자신의 가족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조 교수가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동아일보 / 2017.05.11] 자유한국당 “조국 민정수석 가족 경영 사학, 상습고액체납자 명단 포함”  


좋은비 : 조국 민정수석의 가족이 경영하는 ‘웅동학원’이 상습고액체납자 명단에 들어 있다는 자유한국당의 비판이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실 것입니다. 사학을 건드리는 것은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너무나 무모한 일이었습니다. 누워서 침 뱉기랄까요. 사학비리를 털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정당이 어디인지는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대충 감이 옵니다. 공교로운 시기에 썰전에 전화 연결을 했다가 뭇매를 맞은 나경원 의원이 그 대상이 되었지요. 반대로 웅동학원은 그 역사와 운영이 재조명받으며 기부 문의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체납한 세금을 납부하고 쓴 조국 수석의 모친 박정숙 이사장의 글에 많은 이들이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제대로 역풍을 맞고 말았네요.


2) 이낙연 총리 후보자, 아들 군면제 의혹 등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와 관련, ▲아들 군(軍) 면제 ▲아들 증여세 탈루 ▲아들 차량 재산신고 누락 ▲부인 위장전입 ▲부인 소득 부당공제 ▲부인 그림 고가매각 ▲전남도지사 시절 흑산도 출장길 부인 동행 관광 ▲전남도지사 선거 당시 불법당비대납과 적폐성 보은인사 의혹 ▲모친 아파트 2억4,000만원 시세차익 ▲부친 상속재산 17년간 신고 누락 ▲한전 동의없는 한전대학설립 공약추진 등의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뉴시스 / 2017.05.23] 자유한국당 "이낙연, 의혹 많아 현미경 검증 필요" 

 

좋은비 : 지명 초기에 있었던 아들 군면제 의혹에 대해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국방부에 보낸 탄원서와 국방부의 답변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워낙 정치경력이 오래된 후보자이기에 이런 분위기를 타고 무난하게 청문회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자유한국당에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직자로서 검증할 것은 철저하게 검증하고, 해명할 것은 분명하게 해명을 하는 것이 맞겠지요. 제 1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3)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코드 인사’ 논란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검사 임명으로 (검찰) 기수와 서열이 파괴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아니다"면서 "하지만 특정한 편향성을 가진 사람을 사실상 '검찰의 2인자' 보직에 갖다놓는 것은 또 하나의 '검찰 줄세우기'나 '코드인사'가 시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 2017.05.19 ] 나무랄데 없는 인사 vs 코드인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엇갈린 여야 반응 


좋은비 : 지난주,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윤석렬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에 오래된 용어 하나를 다시 쓰기 시작했네요. ‘코드 인사’. 참여정부 내내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하면서 당시 한나라당이 썼던 용어입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가 낮은 편이었기에, 한나라당의 ‘코드 인사’ 비판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다시 또 이 용어를 쓰기 시작했네요. ‘코드 인사’에 대해서는 필진 코멘트에서 더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3. 필진 코멘트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인사에 대한 표현을 기억하시나요? MB 정권 초기의 인사는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으로 불렸습니다. 지연, 학연, 교연(?) 삼위일체의 ‘고소영 내각’, ‘강남에 땅이 있는 사람들의 내각’이라니, 당연히 국민들의 공감은커녕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지요. 박근혜 정부 초기는 ‘수첩 인사’라는 용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지금 생각해보면) 비선 실세가 개입되어 비밀리에 벌어진 인사로 인해 여러 가지 ‘인사 참사’가 발생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갈수록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지명하는 인사들이 하도 비판을 받고 자주 낙마하니, 그나마 인사 검증을 통과한 인물들만이 계속해서 돌아가면서 직책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국가를 운영해온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다시금 ‘코드 인사’ 프레임을 덧씌울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는 ‘코드 인사’라는 용어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함께 일할 청와대 수석과 내각의 총리 및 장관을 임명하는데, 본인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조직의 리더는 자신과 손발이 잘 맞고, 마음이 통하는 이를 중간관리자로 두고 조직을 이끌고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었나요?


우리가 마치 인사 원칙 중에서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 마냥 여기는 ‘탕평’이야말로 양날의 검입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면,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 일관된 정책을 수행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번도 ‘탕평’ 따위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이 ‘탕평’을 입에 올리는 게 우습긴 하지만, ‘탕평’은 그 무엇보다도 신중해야 할 인사 원칙입니다.  


지난 대선을 통해서 우리는 문재인 씨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단지 자연인 문재인 씨 한 명 만을 보고, 그를 선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가진 국정 철학, 실행력, 비전, 즉 문재인으로 대변되는 ‘코드’를 지지하여 그를 선출하였습니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제시한 공약과 비전에 맞는 ‘코드 인사’를 하는 것은, 헌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 정당한 일이며 당연한 일입니다. 그거 하라고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의 41%가 표를 던 진 겁니다. 


참여정부 때처럼 ‘코드 인사’라는 실체 없는 프레임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들이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by 좋은비

hapyboy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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