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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13. 2017

[MARU] 관트리피케이션의 엄습

2017. 9. 13 by MARU


‘관트리피케이션의 엄습’
by MARU

1. 이슈 들어가기

이제는 대구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되어버린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행정과 민간의 다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김광석 길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김광석 길은 故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조성한 벽화거리이다. 2010년 '방천시장 문정성시 사업'의 하나로 방천시장 골목길에 11월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김광석 길은 중구청과 11팀의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350m 길이의 벽면을 따라 김광석 조형물과 포장마차에서 국수 말아주는 김광석,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김광석 등 골목의 벽마다 김광석의 모습과 그의 노래 가사들이 다양한 모습의 벽화로 그려졌다. 매년 가을에는 방천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를 개최하여 故 김광석을 추억하고 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2. 이슈 디테일

대구 중구청 VS 대구 예술인

이들은 “김광석길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은 김광석길이 중구청의 소유이니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사업공고문에는 사업수행으로 얻어지는 각종 자료일체, 저작권 및 기타 법률적인 행위의 권한 일체는 중구청의 소유가 된다고 명시하는 한편 벽화와 조형물은 2년 이상의 기간이 지나면 수급자의 동의 없이 철거할 수 있게 된다”며 “김광석길의 감성, 서정성, 예술성을 지키기 위해 했던 애초의 철학과 예술인들의 자율적 참여방식은 오간데 없고 예술인은 그저 용역을 수행하는 ‘을’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금과 같이 중구청이 창작자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김광석길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의 즉각 철회 ▲김광석길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시민과 예술가들에게 열린 거버넌스 형태의 운영위원회 설립과 운영 ▲민관 공동연구 형식으로 공정한 거버넌스 매뉴얼 제작 ▲문재인 정부의 주요공약인 도심재생사업 앞에 놓인 난제들이 농축된 현장의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질적 도심재생과 공공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작업 진행을 각각 요구했다.

[조선일보/20170904] 김광석길 벽화 두고 논란


중구청에 따르면, 이번 사업 공모는 “기존 벽화와 콘텐츠 등의 리뉴얼(renewal) 필요성에 따라” 추진된다. 총 사업비 2억 원의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되는 업체는 사업 착수일로부터 90일 안에 김광석 길 일대의 설치 시설물 제작, 부대공사, 사후관리 및 유지보수 방안 수립 등을 해야 한다. 중구청은 9월 14일 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하고, 15일 1차 적격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중구청의 사업 과업이행요청서에는 법률적 책임은 사업자가, 소유권은 중구청이 진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사업수행자는 관계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로 인한 모든 피해 사항에 책임을 지고, 특허권 등의 권리를 사용할 때에는 사업수행자가 그 권리 사용에 관해”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업 수행으로 얻는 작품과 자료, 저작권 등 법률적 행위의 모든 권한은 대구 중구청의 소유로 한다”고도 못 박았다.

작가의 참여도 “작가 1명당 작품 3점, 10인 내외의 작가로 구성”하도록 제한됐고, “일정 기간(2년) 경과 후 벽화·조형물이 퇴색되어 리뉴얼(renewal)이 필요한 경우 수급자의 동의 없이 대구 중구청의 판단으로 벽화·조형물을 철거할 수 있다”라고도 나와 있다.

[뉴스인/20170904] 방천시장 김광석 조각이 은박지로 포장된 까닭

 

MARU : 대구 김광석길은 그 시작부터 민간에서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예술인들이 조성한 거리입니다. 현재는 김광석 거리에 상주하던 예술인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모두가 떠난 상태이지만, 김광석 거리의 인기는 여전히 많기 때문에 행정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은 듯합니다. 결국 그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김광석길은 민간 부문의 열정과 자발적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고 초기에 행정기관의 역할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전국적 명소가 된 이후 김광석길은 부동산 시세가 치솟으면서 예술인들이 밀려나고 거리가 상업화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몸살을 겪고 있다. 지자체의 지원과 개입은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

욕심낼 만한 관광문화 콘텐츠에 지자체가 밥숟갈을 얹을 수야 있겠지만, 지금의 중구청의 태도는 아예 밥그릇 자체를 빼앗으려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김광석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시민 여론을 수렴해 거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밀어붙이기식의 김광석길 개선 사업은 곤란하다.

[매일신문/20170906] [사설] '김광석길' 개선 사업,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안된다


인디053의 이창원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문재인정부가 도시재생을 위해 수많은 재원을 투입한다. 이 사업으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도구화 되는 것이 우려된다. 이번 ‘김광석 길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으로 인해 예술가들의 자율성이 억압되고 도구화되는 것을 막고 싶다.”며 이번 ‘김광석 길 개선사업’에 대해 반대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브레이크뉴스/20170905] 중구청, 반발 불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개선사업 철회불가


성공적인 거버넌스는 가능한가.

성공적이라 평가되는 거버넌스의 특성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대표'가 아닌 '당사자'가 지닌 의제를 직접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이 미처 포괄하지 못하는 당사자의 의제를 다루는 것, 즉 대표성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지니는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적합성'을 다루는 것이 거버넌스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이다. 공공의 예산을 두고 경쟁하는 '치'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서로 귀 기울이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는 '협'을 구현하는 것이 거버넌스의 본질일 것이다.

[오마이뉴스/20160129] 여기 저기서 말하는 거버넌스, 과연 무엇인가?



3. 필진 코멘트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고, 여러 지자체에서는 앞다퉈 자신의 지역에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어울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어지고, 처음엔 낯설더라도 그 지역의 스토리와 맞물려 주민들에게 점점 스며드는 작품도 있습니다. 콘텐츠의 퀄리티를 떠나 도시재생에는 치밀한 연구와 고민이 오랜 시간 함께 수반되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과 민간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파트너십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안정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적절한 대책을 찾아 모두가 사랑한 김광석의 아름다운 거리를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by MARU

 iamdae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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