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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Sep 15. 2017

[Snake]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명과 암

2017. 9. 15 by F.C.Snake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명과 암
by F.C. Snake

1. 이슈 들어가기

조금 지난 이슈이긴 하지만 넘어갈 수 없는 중요한 이슈, ‘대한민국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입니다. 엄청난 후폭풍과 함께 다양한 이슈를 파생시킨 현재까지 2017년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키워드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이슈 디테일

#최악의 퍼포먼스로 월드컵 진출 확정 

한국축구는 9월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끝난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조 2위의 성적으로 본선진출을 확정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결과다.

자력은 아니었다. 이란이 안방에서 시리아와 2-2 무승부를 거뒀기에 승점 2의 격차를 유지한 덕분에 2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경기내용이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었다. 8월 31일 홈 이란전도 이번 우즈베키스탄 원정도 똑같은 결과를 냈다. 연이은 0-0 무승부. 이 정도 플레이라면 본선에 가서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비난도 나온다. 분명 아쉬운 결과지만 그렇다고 마냥 폄훼할 필요도 없다. ‘신태용호’는 8월 21일에 출범한 새로운 배다.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907054519010 [스포츠동아]


#싸늘한 여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겉모습은 '금의환향'이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세계축구 역대 6번째에 속할 정도로 대기록이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귀국 현장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싸늘했다. 9회 연속 본선 직행을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이는 여론은 경기력 부재에 초점을 맞춰 대표팀을 비난하고 있었다.

취소도 고려했던 협회 해단식, '싸늘'했던 귀국분위기 [스포츠조선]


Snake: 새벽까지 뜬 눈으로 답답한 경기를 본 축구팬들의 분노는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기록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경기력에 대한 비난과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라는 조롱까지 이어졌습니다. 비단 우즈베키스탄전 한 경기의 졸전 때문에 나온 비판은 아닙니다.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보여준 아쉬운 경기력이 쌓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때 아닌 히딩크 감독 부임설

한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대표팀 복귀 의사를 밝혔다. 히딩크 감독의 측근인 거스히딩크재단 관계자는 "연봉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의 의사는 6일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한국의 본선행이 확정된 뒤 알려졌다. `YTN`은 히딩크 감독 측에서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히딩크 감독이 받아 온 연봉을 맞춰줄 수 없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반응도 보도됐다.

히딩크재단 관계자는 '풋볼리스트'와 한 전화통화에서 "히딩크 감독은 정말 한국에 올 용의가 있는 게 맞으며, 전제는 한국 국민이 원할 경우다. 2002년의 재현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히딩크 측 "연봉 상관없다.. 아직 축협과 교감 없어" [풋볼리스트]

김호곤 기술위원장 "히딩크 측 발언, 신감독에게 예의 아니다" [스포츠조선]


Snake : 사실인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결국 우리나라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어준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까지 나왔습니다. 그것도 경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 말이지요. 어려운 상황에 팀을 맡아준 신태용 감독에게 상당히 불편한 뉴스였지만, 결국 답답한 경기력과 다가올 월드컵에 대한 걱정이 낳은 이슈인 거죠.


#월드컵 더 이상 당연한 무대가 아니다 

현재 한국 축구의 흐름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 그렇게 된지 꽤 오래 되었다. 연령별 대표팀, K리그 팀이 최근 아시아에서 거둔 결과를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는 무뎌졌고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상태로 방치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 한국 축구는 분명 아시아의 호랑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축구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방법을 찾고 있지만 이 흐름은 결코 쉽게 그리고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한국 축구를 부활 시킬 뾰족한 대안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한국 축구는 몇 군데 큰 골절상을 입은게 아니라 내부 여러 장기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것과 같다. 항암치료가 필요하고 치밀한 식이요법이 필수다. 이건 절대적으로 장기전으로 가는 싸움이다.

지금은 해설을 하고 있지만 과거 선수 생활도 해보고 지도자, 행정도 해봤다. 축구 산업 속에서 숨쉬며 변화와 발전을 위해 내린 결론은 하나다.

‘시간 ‘ 한국 축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지금 일선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부디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축구는 빠르게 변하고 앞으로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더 도태되지 않도록 향후 10년을 틀어막고, 동시에 그 다음 10년을 대비해야 한다.

월드컵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김태륭칼럼]


#모로 가도 월드컵만 가면 된다 

유형의 가치도 있다. 다양하고 엄청난 규모다. 우선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받는 월드컵 배당금을 일찌감치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 상금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때는 본선출전 32개국에게 FIFA는 950만 달러를 분배했다. 조별리그 출전 수당으로 90억원을, 출전 준비금 명목으로 17억원을 추가로 줬다.

그 출전 준비금으로 각종 A매치 평가전 시리즈를 기획하고, 사전 전지훈련 캠프를 운영할 수 있었다. 물론 107억원은 기본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오르면 껑충껑충 상금이 뛴다. 우승 상금 3400만 달러(약 356억원)는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겠지만 16강∼8강 라운드에만 진입하면 엄청난 액수를 확보할 수 있다.

스폰서와의 관계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축구협회가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건 결국 돈에 있다. 자금이 있어야 힘도 얻는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큰 돈을 지불하며 후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월드컵 특수다. 협회는 현재 나이키, KEB하나은행, KT, 현대자동차, 아시아나, 교보생명, 코카콜라, 서울우유, 네이버 등 9개사와 후원계약을 맺었다.

이들 기업들의 연 평균 후원금만 해도 28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나이키는 현금 600억원(연간 75억원)에 현물로 비슷한 규모를 지원한다.

돈으로 본 '0-0' 본선행의 가치..1400억원 짜리 무승부 [스포츠동아] 


Snake :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정말 어렵게 진출을 확정했지만, 실패하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실패는 생각보다 큰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연고지 방식의 프로축구가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축구의 인기는 절대적으로 국가대표에 기대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가 흥해야 축구도 같이 흥합니다. 억지스럽지만 모든 스포츠가 이 가설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축구만큼 온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종목이 없고, 뜨겁게 함께 응원할 수 있는 종목이 (아직은) 없습니다. 두말할 것 없는 다양한 산업부가가치 외에도 정서적으로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은 욕을 먹더라도 성공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9개월은?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 중 가장 힘든 레이스를 펼친 한국 축구는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 본선으로 시선을 돌린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만 해도 2013년 6월에 최종예선이 끝난 뒤 7월 국내파 위주로 동아시안컵을 치르고 9월부터 본격적인 A매치를 통해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번엔 최종예선이 9월까지 열렸기 때문에 예전 대회보다 준비할 시간이 더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내년 5월 최종 소집훈련까지는 A매치데이가 6번 잡혀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신태용식 축구 구현을 위한 백지 경쟁 및 전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 당장 ‘신태용호’는 내달 5일과 10일 유럽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예정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기간이 추석이어서 흥행 등을 고려할 때 국내 A매치보다는 유럽 원정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들이 전부 월드컵 예선 9~10라운드를 치르기 때문에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프랑스 파리 등으로 불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협회는 이미 튀니지에 내달 10일 A매치를 제안했다. 월드컵 본선 개최국 러시아도 평가전 상대팀 후보다. K리그 클래식이 내달 8일 열리기 때문에 유럽 원정 평가전 엔트리는 유럽파 위주로 꾸려진다. 

평가전 6회+동아시안컵, 본선까지 9개월 로드맵은? [스포츠서울]

이천수 해설위원, "강팀과 유럽 원정 평가전 해야한다" [중앙일보] 



3. 필진 코멘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어느덧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감독 교체와 잔디 논란 등 역대급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결국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1년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번 최종예선을 통해서 아시아에서의 우리나라 축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다가올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또 한 번 세계의 벽에 부딪치고, 격차를 실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경험해보지도 못하는 것보다는 경험해보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축구지만, 공을 둥글기 때문에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내년 여름 또 한 번 힘차게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하나 된 대한민국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by F.C. Snake

fc.hoo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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