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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r 02. 2016

野의 필리버스터, 與의 살생부

[행간읽기] 2016. 03. 02. by 프로기


"野의 필리버스터, 與의 살생부"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3월은 봄이나 새학기 등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그리고 이제 한 달이 지나면 총선이라는 또 다른 새 출발이 있습니다. 오늘은 총선과 관련해서 지난 한 주간 크게 이슈가 되었던 두 가지 사건을 다뤄보려 합니다.


'필리버스터'와 '살생부'. 워낙 관심을 많이 받았던 사건들이기 때문에 독자분들께서도 각 사건들의 내용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경향 / 동아 / 조선 / 한겨레 (ㄱㄴㄷ순) 네 종의 신문사별 사설과 칼럼을 가지고 관점을 정리하는 글로 준비했습니다. 일상의 토론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A. 野의 필리버스터

프로기: 경향신문은 가장 많은 '필리버스터'에 관한 사설∙칼럼을 실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의 풍경을 상세하게 글로 옮겨서 묘사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의원들의 연설 내용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조명했습니다. 필리버스터 현상이 미약한 저항에 불과하더라도, 시민들의 '저항'이 전에 없던 것이라며 기대감을 크게 나타냈습니다. 근래에 가장 적극적인 쌍방향적인 정치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겨레는 필리버스터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사설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필리버스터의 목적인 '테러방지법'에 대한 비판에 더 방점을 두었습니다. 한겨레의 다른 사설과 함께 읽어보았을 때, 선거구 획정도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연장하는 것보다는 테러방지법이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보았던 것 같네요. 국민의 인권침해를 막을 장치를 만드는 데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 2016년 2월 29일] 필리버스터가 일깨운 참여·소통·민주주의의 가치 (사설)

[경향신문, 2016년 2월 29일] 당신들은 외롭지 않다 (시론)

[경향신문, 2016년 3월 1일] 필리버스터라는 저항의 울림 (칼럼) (이 칼럼 추천!)

[한겨레, 2016년 2월 29일] 선거법 볼모 삼지 말고 테러방지법 합의해야 (사설)


프로기: 한편,  조선일보는 필리버스터는 합법적 행위지만, 법 조항 하나 때문에 선거를 연기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우선은 법을 통과시킨 후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였는데요. 또한 사회 일각의 관심을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착각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도 조선일보 사설 제목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 선거전'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합법적인 절차일지라도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국회 마비 조장'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테러방지법에 막혀서 경제개혁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것이나 선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야당의 책임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2016년 3월 1일] 野, 필리버스터 선거운동에 이용 말아야 (사설)

[동아일보, 2016년 2월 29일] 野, ‘필리버스터 선거전’ 끝내고 선거구획정안 처리하라 (사설)


B. 與의 살생부

프로기: 새누리당에서 흘러 나온 '살생부' 논란은 보수지나 진보지를 막론하고 모두 비판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누군가가 김무성 대표에게 물갈이 대상 현역 의원 40여 명의 명단을 전달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동아일보는 살생부가 거론되고 새누리당 안에서 있었던 계파 간 갈등을 비교적 상세히 적었습니다. 당황스럽거나 불쾌해했던 의원들을 묘사했는데요. 새누리당의 공천이 옳았는 지는 총선에서 국민의 투표로 평가되는 것이지, 권력자 대 비권력자 구도로 당내에서 미리 의원들을 쳐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다음 날 사설에서는 야당의 공천 경쟁도 비판하면서 선거구 획정 문제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안에서 공천 작업이 시작된 이후를 되짚어보며 비판했습니다. '진박' 인증부터, 당 대표 깎아내리기, 비박계의 기득권 지키기, 친박계의 자기 사람 밀어넣기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하였는데요. 18대와 19대 총선은 계파 정리를 하면서도 승리했지만, 유권자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동아일보, 2016년 2월 29일] 與, 유권자를 뭘로 보기에 ‘비박 살생부’ 논란 나오나 (사설)

[동아일보, 2016년 3월 1일]선거구 획정 팽개친 여야 공천전쟁, 국민은 신물 난다 (사설)

[조선일보, 2016년 2월 29일] 이번엔 살생부 논란, 새누리 '공천 막장劇' 끝은 어디인가(사설)


한겨레는 새누리당 당내 분위기보단, 청와대의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였습니다.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서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최선의 후보를 뽑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는데요. 따라서 당에 맞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을 진실한 친박'이라는 퇴행적인 분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살생부' 논란으로 전체가 들썩이는 것이 그 반증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손을 떼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로 청와대의 공천개입 시도가 살생부 논란의 배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골적인 편가르기가 이어져 온 것이 살생부가 실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이 이미 총선 승리를 가정하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2016년 2월 29일] ‘살생부’로 번진 청와대 공천 개입

[경향신문, 2016년 2월 29일] ‘국가 비상사태’라더니 살생부 놓고 권력투쟁하는 여당 (사설)


프로기: 한 번 더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필리버스터에 관해서 진보지는 '민주주의, 인권, 정치참여'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보수지는 '국회 방해, 총선, 선거전 이용' 면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살생부 논란에서는 보수지는 '새누리당 당내 갈등 심화' 면에서, 진보지는 '대통령 및 청와대 공천 개입' 면에서 각각 비판했습니다.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양쪽의 비판이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필리버스터의 잘잘못을 평가하기에 앞서서 저는 오랜만에 '연설 문화'를 접한 게 반가웠습니다. 아무리 한국 정치가 답답하더라도 국회에 계신 분들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분들일 거라고 말하곤 했었는데요. 몸싸움이 아니라 말싸움을, 그것도 격조있는 말싸움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신문을 읽다보면 답답합니다. 등장인물만 '정치인'인 연예∙가십 뉴스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렇더라도, 이번에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내 삶에 대한 관심과도 같은 무게겠구나 싶었습니다. 남은 한 달동안 어떤 형세일 지, 총선 결과는 어떤 4년을 가져올 지 궁금해 해보려고요.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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