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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Mar 30. 2016

인사이드 & 아웃사이드, 프로듀스 101

[행간읽기] 2016. 3. 30. by 프로기

"인사이드 & 아웃사이드, 프로듀스 101"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소녀들의 꿈이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은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죠. 처음엔 101명이 열을 맞춰 서있는 소녀들의 모습이 기괴했습니다. 소름 끼침. 그런데 막상 보니 춤을 추는 소녀들은 너무나도 예쁘고, 간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는데요. 엠넷답게 찰지고 재밌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안팎으로 논란거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녀들만의 얘기만은 아닌, 이야기들을 인사이드 / 아웃사이드로 나눠 정리하는 글입니다.


2. 이슈 디테일


A. INSIDE <프로듀스 101>


100%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

<프로듀스 101>은 현장 관객과 온라인 투표만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국민 프로듀서'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 국민투표와 심사위원 점수 합산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종전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네티즌의 투표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100% 국민이 직접 누리집에서 투표한 순위로 결정된다"며 공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선발 절차의 공정성은 이미 수차례 문제가 되었다. 지난 3월 2일 <노컷뉴스> '프로듀스 101' 부정투표에 무방비… 공신력 추락에서는 부정 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노컷뉴스>는 "취재 결과 가상의 이메일을 입력해 트위터 계정을 생성한 뒤 '프로듀스 101' 홈페이지에서 동의 절차를 거치면, 한 명이 얼마든지 연달아 투표하는 것이 가능"하며 "중복 투표를 할 수 있는 허술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출연 연습생의 노출빈도가 높을수록 순위가 높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름을 거의 알아보기 힘든 니와 시모리, 남수진 등은 방출됐다. 노출빈도가 높았음에도 순위가 낮은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는데,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노출된 경우다. 73등 김미소와 74등 김우정은 방송 분량이 많았지만 탈락했다. 김미소 연습생은 체력적 한계가 있는 모습이 화면에 자주 비쳤고, 김우정 연습생은 '센터가 별것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이런 결과를 볼 때 제작진이 주장하는 '공정한 국민 프로듀서'는 허상에 가깝다. 연습생들은 제작진이 허락한 시간만큼, 제작진이 만든 이미지대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2016년 3월 24일] 합격자 화면 노출이 탈락자의 4배, <프로듀스 101>이 불공정한 이유


‘병'인 소녀들이 빠져나갈 틈 없는 계약, 엠넷의 학습효과

일간스포츠가 '프로듀스 101' 계약서를 단독 입수했다. 방송 전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를 모두 대비했다. 그야말로 촘촘한 계약이었다. 계약의 주체는 갑(씨제이이앤엠 주식회사), 을(가요 기획사), 병(연습생)으로 이뤄졌다.

'슈퍼스타K''쇼미더머니'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러 번 진행한 채널답게, 계약서 역시 방송사에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게끔 정리됐다. 일단 엠넷 오디션의 '특징'인 '악마의 편집'을 대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제7조 13항을 보면 ''을' 및 '병'은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을 위하여 본인의 초상 및 음성 등이 포함된 촬영 분을 편집, 변경, 커트, 재배치, 채택, 자막(OAP), 개정 또는 수정한 내용 및 방송 이후 시청자, 네티즌 등의 반응, 시청 소감 등 일체의 결과 및 영향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 어떠한 사유로도 본인 및 제3자가 '갑'에게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방송금지 가처분, 언론중재위 청구 등 포함)를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즉 '악마의 편집'을 당하건, 내용적으로 연습생 본인에게 불리한 부분이 방송이 되건, 일체의 결과 및 영향에 대해서 명예훼손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일간스포츠, 2016년 2월 16일] ‘'프로듀스 101' 계약서, 악마의 편집 법 책임無 출연료無

악마의 편집을 해도 명예훼손 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계약서를 보아도 이 프로가 소녀들의 꿈을 이뤄주는 기회의 장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연료는 심지어 0원. TV에 나오는 1초가 아쉬운 연습생들의 간절함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이고 범용적인 계약서"라는 프로그램 측의 해명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마성이 부각될수록 콘텐츠 파워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은 <무한도전> <복면가왕> 등을 꺾고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3월 6일] <프로듀스 101> 소녀들의 꿈은  저당 잡혔다


걸 크러쉬 VS 여성 심판대

프로기: 저는 ‘새침데기 같은 여자애들'같은 이미지로 나올 거라고 넘겨짚었었는데요. 프로그램을 보니, 동갑내기인데도 실력을 갖춘 연습생에게 진심으로 감탄하고, 서로 잘되길 바라면서 응원하는 풋풋하고 착한 모습들이 예쁘더라고요. 또 끝까지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들이 멋지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일본 체육복 스타일의 활동복을 입고 돌아다니거나, 외모로 순위를 매기고 평가받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양면을 가진 것 같아요.


앞서 한동철 국장은 "보이그룹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걸그룹이 상대적으로 열세라 걸그룹 육성을 택했다"며 "여자도 장근석처럼 도쿄돔에서 공연할 수 있고, 엑소처럼 중국에서 몇십만 명을 동원하고, 빅뱅처럼 미국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OSEN, 3월 26일] '프로듀스 101', 오디션 해답 찾았나

걸그룹의 생존 조건은 한층 까다롭다. 똑같은 ‘K팝 전사’면서도 여성성을 유지해야 하는 성별 권력관계가 어김없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최종 목표가 ‘국민 걸그룹’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국민 여동생’ ‘국민 요정’ ‘국민 엄마’등 소위 ‘국민’과 여성의 조합은 늘 남성 중심의 주류 질서에 거스르지 않는 안전한 이상형으로 귀결되곤 했다.

[경향신문, 3월 13일] ‘프로듀스 101’과 최종병기 소녀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시동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상 '슈퍼스타K'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켰던 Mnet이지만, 이후 지상파·종편까지 무한 번식된 오디션·서바이벌 프로의 범람의 역효과로 '오디션 프로는 이제 끝났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에서 다시금 터져 난 폭발적 관심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은 오디션 프로가 나아갈 해답을 찾은 걸까.

기존 소속사에 속한 '연습생'이라는 참가자 신분은 안정적인 출연자 인프라다. 이는 제한된 자격 요건이라는 점에서 참가수 부풀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이미 소속사를 통한 1차적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탁월했다. 또한 소속사의 시스템을 통해 기본적 역량이 갖춰졌다는 점은, 여러 프로그램을 보며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도 만족시켰다. 소속사 차이로 인한 다른 특성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참가자 마인드도 다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0년까지 데뷔를 위해 달려온 만큼, '한 번 해봐야지' 정도의 가벼움은 없이, 전원이 절실하다. 이 같은 절실함은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낳거나, 각종 논란들의 상처도 버텨내는 원동력이 됐다.

[OSEN, 3월 26일] '프로듀스 101', 오디션 해답 찾았나


B. OUTSIDE <프로듀스 101>


산업적, 그것도 국가 단위의 산업적 상품

프로그램의 소개대로 이 시대 아이돌의 위상은 ‘10대들의 우상’이 목표이던 시절의 그것과는 다르다. 내수시장의 축소와 함께 위기 타개책으로 시도한 해외 진출이 제2의 한류 열풍으로 이어지면서부터 아이돌은 어느덧 ‘국가대표’급 위상을 지니게 됐다. 주요 국가행사의 개·폐막식 엔딩 무대는 톱 아이돌 그룹이 도맡고, 방한하는 해외스타들이라면 통과의례처럼 ‘K팝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돌의 소위 ‘국가적’ 위상은 어디까지나 ‘외화벌이의 역군’이라는 산업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 갈수록 혹독한 생존의 조건을 요구받는 이유다. 그들은 ‘K팝 전사’로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뛰어난 외모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고, 춤, 노래, 연기, 외국어, 개인기, 운동 등 전 분야에서 고른 능력을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완벽한 상품’으로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에 ‘민간 외교관’으로서 손색없는 교양과 인성도 필수다.

[경향신문, 3월 13일] ‘프로듀스 101’과 최종병기 소녀들


CJ 울타리 밖에서는 보장되지 않는 안전

톱 11에 선발되면 엠넷 소속 걸그룹으로 10개월간 활동해야 된다. 그게 의무 사항이다. 더군다나 엠넷은 이 그룹을 2016년 가장 성공한 걸그룹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엠넷과 기획사가 손잡고 키운 걸그룹을 어느 지상파 방송국에서 달가워할까. SM이나 YG 같은 공룡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 사이즈의 기획사는 '프로듀스 101'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게 에일리·배치기 소속사의 YMC 조유명 대표에게 매니지먼트를 맡기는 부분이다. 조 대표의 수완이라면 무난하게 지상파 방송국에도 아이들을 연착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조 대표라고 나서서 움직이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프로그램이 너무 큰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몇몇 회사 역시 지상파 예능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101에서 순위가 높다고 웃고 싶어도 드러내 웃을 수 없는 묘한 상황이 됐다. '프로듀스 101'에 참여한 기획사 매니저가 지상파 예능국 PD를 찾아가면 "프로듀스 101 하고 무슨 관계야?""그 프로그램에 왜 그렇게 협력하는 거지?"라는 말부터 나오는 현실이다.

[일간스포츠, 3월 2일] '프로듀스 101' 둘러싼, 지상파 예능국의 ”살벌한 분위기”


가장 ‘현실'적인 쇼

연습생의 데뷔 경쟁을 앞세운 '쇼'라는 틀이지만 가요계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과다. 실제로 신문이든 방송이든 미디어 노출 없이 아이돌 그룹의 성공을 말하기 힘들다. 자주 보여야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디어 노출에 있어 형평성이란 잣대는 무의미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더 극적인 스토리를 지닌 인물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여기서 높은 실력은 최우선이 아니다. 그 실력이 어떻게 더 역동적으로 그려질 수 있느냐가 우선순위를 좌우한다.

금수저 논란 역시 맥을 같이 한다. 연습생을 호명할 때마다 소속사를 함께 거론하며 필요 이상의 분량과 후광효과를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는 어떠한가. 스타의 이미지 메이킹을 좌우하는 미디어 대응력은 소속사에 따라 엇갈린다. 음악 방송 출연이 아무리 바늘구멍 같다고 할지라도 유명 기획사들의 신인 그룹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단 한 번 출연하거나 아예 무대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반대로 앨범만 내면 1~2개월 연속 출연이 일상인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이러한 풍경을 반칙이라고 힘주어 표현하지 않는다. 통상 '현실'이라고 말한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는 '프로듀스 101'. 그러나 한편으론 가장 '현실'적인 쇼를 그려내고 있다.

[한국일보, 2월 29일][기자의 눈] '프로듀스 101', 가장 현실적인 쇼


우후죽순 생겨난 기획사들, 미등록 업체마저 참가

지난 9일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46개 기획사 중 일부가 미등록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됐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6조 1항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하려는 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기획사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46개 기획사 중 신생 또는 소규모 업체 중 일부가 이 절차를 밟지 않은 것. 엠넷은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등록업체 관련 문의를 받아 바로 가입 여부를 문의하고 등록증을 취합했다"며 "등록증이 준비되지 않은 기획사에는 가입을 권고했고 현재 프로그램에 잔류한 연습생들의 소속사는 3월 15일까지 모두 등록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3월 12일] 논란·구설 먹고 쑥쑥 크는 '프로듀스 101'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내용이 많아서 중간에 코멘트를 달지 않았는데요. 웃음도 감동도 인간미도 다 갖춘 프로그램. 한편으로는 무한경쟁에 빠져든 우리 사회의 면면이 그대로 다 담긴 프로그램.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느새 ‘기회의 평등', ‘인권', ‘합법', ‘공정성' 등은 지워내고 밀어내는 게 익숙해진 것 같지 않나요. <프로듀스 101>이 “너네도 다 아는 얘기, 하는 짓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예능을 다큐처럼 보자는 건 아니지만. 때때로 애정을 가득 담아 쿨몽둥이를 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이제까지 froooogy 라고 메일이 잘못 안내가 되어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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